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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못 하지만 영어 원서는 읽고 싶어 - 재미있게 읽으며 다시 시작하는 영어 혼공법
부경진 지음 / 미래문화사 / 2019년 11월
평점 :
“원서 읽기를 시작하고 5년째에 접어들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강해진 것도 있지만 영어라는 분야의 어학 실력이 크게 성장한 것을 느꼈다.” - p168
저자는 영어를 전공하지 않고, 순전히 독학으로 원서 읽기에 도전했다. 5년 동안 영어 원서를 읽으면서 마음의 수양을 하고,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흔히 원서 읽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한다. 사람들이 어렵다고 이야기를 하니깐 시도조차 안한다. 원서를 읽으면 많은 장점이 있다. 영어 단어를 많이 알게 되고, 무엇보다 저자의 표현을 번역가가 아닌, 직접 독자로서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말에도 언어의 유희가 있듯이 영어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즐겨서 사용하는 표현이 있고, 특이한 뉘앙스와 유머도 있다. 하지만 번역본을 읽으면 이러한 것을 직접 느끼기 힘들다.
저자는 영어 원서에만 매달리지 말고, 모국어 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어차피 독서라는 공통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먼저 책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모국어 책을 통해서 경험과 지식을 많이 쌓아야 원서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번역서를 읽다가 너무 감동에 빠진 책이 있다면 원서로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우리가 보통 원서라고 하면 고전을 생각하기 쉽지만, 고전은 처음부터 읽기가 쉽지 않다. 단어의 양도 엄청나서 읽다보면 지치고 포기한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면 그렇지 않다. 일단 내용을 이해하고 있고, 좋아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따라서 저자는 원서도 처음에는 쉬운 책부터 읽으라고 한다. 청소년들이 읽는 수준이 적당한데, 만약 들고 다니기 창피하다면 책 커버를 사용하라고 권했다. 내용도 처음에는 연애소설이 읽기 편하다고 말한다. 영화, 모국어 책, 원서 세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계기가 될지 모르지만 원서를 고르는데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서 <죽은 시인의 사회>를 너무 감동적으로 관람해서 원서를 고를 수도 있고, 번역된 책을 읽다가 원서를 읽을 수도 있다.
나도《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좋아해서 원서로 읽고 있다. 확실히 내가 흥미 있는 주제라면 더 관심 있게 책을 대하게 된다. 내용이 정말 이해가 안 되면, 번역서를 참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원서를 읽는 다양한 방법을 추천한다. 먼저 단어를 A6 카드에 알파벳 순으로 정리해서 다양한 의미를 정리한다. 이 단어를 만 개 정도 정리해야 원서를 읽는데 부담이 없다고 한다. 또한 책의 내용을 정리할 수 있도록 메모지나 노트를 준비해서 삼색 펜을 이용한다. 특히 소설책은 등장인물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노트 정리가 책의 이해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삼색 펜은 검은색, 파란색, 빨간색 펜으로 메모를 해서 책을 소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즉, 검은색은 목차, 제목, 파랑은 필사, 빨강은 생각을 쏟아내는데 사용한다. 좋은 문구가 나오면 필사를 해둔다.
원서 읽기를 계속하기 위해서 저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원서를 읽는 행위와 번역을 꾸준히 포스팅했다. 이렇게 글을 올리다보면 누군가가 와서 번역 내용을 정정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원서 읽기 모임을 통해서 이러한 활동이 지속되도록 했다.
“같은 책을 읽었음에도 결국 다른 책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이 오프라인 모임의 장점이기도 하다.” - p181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원서를 읽는 장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첫째, 삶이 다채롭게 된다. 다양한 삶을 경험할 수 있고,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특히 원서로 읽을 때, 그 느낌이 더하다.
“영어 원서를 읽는다는 것은 다른 나라 사람의 생각과 인물을 읽는 것이다. 그러니 등장인물 혹은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진다.” - p177
둘째, 영어 실력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다. 단어양이 늘면서 듣기와 말하기 능력이 좋아진다. 실제로 저자는 영어로 2시간 동안 강연을 해서 스스로 놀란 적이 있다고 했다.
셋째, 나에게 힘을 준다. 좋은 문장을 읽고, 필사를 해서 나의 것으로 만든다면, 내가 힘들 때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된다.
이와 같이 영어 원서를 읽으면 장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더군다나 저자가 증언하듯이 그녀는 영어를 전공하지 않았고, 독학으로 원서를 읽으면서 실력을 키웠다. 아이들을 키우고 직장 다니느라 바쁘기 때문에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매일 두 시간씩(가끔은 못 지켰지만) 원서를 읽었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렇게 힘든 길을 택했을까? 회사 다니고, 아이들 키우느라 바쁜데, 굳이 원서를 읽으면서 스스로를 힘들게 했을까?
저자가 밝혔듯이 그녀가 원서를 읽은 것은 자신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삶의 목적에 대해서 점차 의문을 갖고,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은 강력한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고, 외국에 출장을 다닐 일도 없지만, 꾸준히 원서를 읽으면서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았다.
마침내 5년간 원서를 읽어서 마음의 양식을 키우고, 삶의 보람을 느꼈다. 또한 원서를 읽는 법을 가르치고, 책도 출간하게 되었다.
독서는 중요하다. 모국어 독서뿐만 아니라 원서를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또한 영어로 된 책을 읽다보면 나도 영어로 생각하게 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를 것이다. 무엇보다 삶이 풍성해지고, 나의 영혼도 그렇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원서 읽기를 더 체계적으로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