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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투자 대전략 - 소프트뱅크가 재편하는 새로운 미래 산업체계
다나카 미치아키 지음, 유윤한 옮김 / 서울문화사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는 다나카 미치아키 교수는《미중 플랫폼 전쟁 GAFA vs BATH》를 저술했다. 그가 제시한 기업의 5요소 ‘도, 천, 지, 장, 법’은 동양의 철학과 기업의 경영을 독특하게 결합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서 ‘도’는 기업의 비전과 미션, ‘천’은 시장 상황, ‘지’는 지리적 상태, ‘장’은 리더십, ‘법’은 매니지먼트다. 그가 쓴 《손정의 투자 대전략》도 이러한 자신만의 분석법에 기초했다.
이 책은 손정의 회장의 업적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공’과 ‘과’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책의 띠지에 쓰인 ‘손만 대면 성공하는 손정의의 투자 대전략’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물론 손정의 회장의 성과는 눈부시지만, 거기에도 그림자는 있다.
먼저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포문’을 열었다. ‘연속 증익을 뒤엎고 역대 최고 7000억 엔 적자계상’이 바로 그것이다. 한화로 약 7조 4,200억 원의 영업 손실로 이는 소프트뱅크 분기 결산 중 최대 적자였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그도 실수를 했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서 설명했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성실히 답하면서 최대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 했다. 무엇보다 그가 발표한 내용 중에서 다음 내용이 인상적이다.
“‘반성은 하지만 위축되지 않는다’는 전략과 ‘비전은 변치 않는다’는 입장을 명쾌히 제시하다.” - p5
사무실 공유 서비스 업체인 ‘위워크’의 투자 실패를 거울삼아서 앞으로 망해가는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저자는 인도의 호텔 객실 제공 서비스 업체인 ‘OYO’라는 업체도 같은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LINE’과 ‘야후 재팬’의 통합을 주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산업’에도 도전했다. 도요타자동차와 제휴 관계를 맺고,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스마트폰 결제서비스)와 ‘LINE’을 공급하게 되었다. 서로가 이득을 볼 수 있는 ‘윈윈’ 상황이다. 하드웨어의 강자와 소프트웨어의 강자가 서로 만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손정의 회장의 가장 큰 전략은 바로 ‘AI군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다양한 산업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크게 자율주행 전기차, 통신, 에너지 3개 산업 분야라고 한다. 그의 이러한 군전략은 바로 ‘300년 동안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함이다. 100년도 아니고, 300년이다.
이를 위해서 똘똘한 1위 기업들을 ‘군’으로 모아서 서로 시너지를 주겠다는 의미다. 이를 저자는 기존의 ‘피라미드형’에서 ‘WEB’(거미줄)형이라고 명명했다. 즉, 중앙집권이 아닌 자율, 협조형으로 조직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모회사의 출자 비율을 ‘51퍼센트 이상’이 아니라 ‘20~40퍼센트’ 수준으로 투자하는 파트너 전략을 취한다.
“새로운 30년 비전을 발표할 때 손정의는 이런 자율, 분산, 협조형 전략적 시너지 그룹에 속하는 회사를 약 800개(2010년 당시)에서 30년 후에는 5,000개로 늘리고 싶다고 선언했다.” - p92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기존의 싱글브랜드=싱글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멀티브랜드, 멀티비즈니스모델을 목표로 하는 군전략은 아주 독특한 개념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군’에 속한 대표적인 기업은 야후, 알리바마, 암과 같은 회사들이었다. 이 중에서 반도체 설계 업체 암(ARM)은 소프트뱅크 그룹의 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 NVIDIA에 매각 중인 상태다.
이러한 ‘군전략’은 ‘동지적 결합’이라고 한다. 이들 1위 업체를 영원히 곁에 두는 것이 아니고, 저성장에 접어들거나 2,3위 업체로 떨어지면 투자한 주식을 매각하고, 새로운 스타(고성장)에 투자를 하는 것이 큰 그림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50년, 100년이 지나면 또 다른 신사업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 업체에만 의지하면 기업의 성장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성숙하게 되면, 충분히 스스로가 일반적인 기관 투자가나 개인 투자가의 지지를 받을 수 있기에 독자적으로 걸어갈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의미에서든 졸업은 언제가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 p102, 손정의 회장, 2019년 2월 6일 결산설명회 중
‘군전략’에 대해서 저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산하 기업을 밑에 두는 ‘재벌’과 소프트뱅크의 ‘군전략’은 서로 대비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프트뱅크 그룹의 정기주주총회의에서 1등 기업을 갖고 있는 ‘군전략’이 2~3위나 순위권 밖에 있는 업체를 갖고 있는 재벌보다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언급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재벌’에는 ‘조직력’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비록 다른 산하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조직력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소프트뱅크 그룹이 300년 동안 성장을 계속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손정의가 물러난 뒤에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중략) 그런 만큼 우선은 그룹으로서 조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 p99
손정의 회장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겠지만, 그만큼 통이 크고 큰 비전을 갖고 있는 기업 경영인이 드문 것은 사실이다. 일단 일본에는 없다고 봐야할 것 같고, 전 세계에도 그와 견줄만한 그릇의 리더를 찾기 힘들 정도다. 테슬라, SPACE X의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가 비슷한 스케일을 갖고 있지만, 300년 후의 기업 비전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일론 머스크는 기업의 영속성을 생각하는 기업가라기보다는 엔지니어에 가깝다. 더 멋진 기술로 세상에 희망과 경이를 주는 것이 주목적으로 보인다. 제프 베조스는 1만 년 시계를 만들고, 우주로 세계관을 확장했지만 손 회장만큼 구체적인 그림이 보이지는 않는다.
손정의 회장은 1982년 만성 B형 간염으로 몇 년 안에 사망할 수 있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이제 막 PC용 소프트웨어 유통회사를 창업한 이듬해로 그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았다. 그는 너무 낙담해서 눈물을 흘리다가 마음을 바꾸고,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하여 완쾌했다. 그가 병상에서 3,000권 정도의 책을 읽고, ‘제곱 병법’을 만든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가 만든 25문자를 한시도 잊지 않고, 매번 어려운 고비가 있을 때 이를 되뇐다고 한다.
수많은 위기와 기회를 겪으면서, 그가 마침내 내놓은 것이 ‘군전략’이고 이를 위해서 2017년 5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설립했다. 전 세계 벤처캐피탈의 투자 금액이 약 6조에서 8조 엔인데,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자본금이 무려 10조 엔이나 되었다. 2019년부터는 ‘AI 군전략’이라는 말이 쓰이면서, 본격적으로 AI 관련 업체에 투자를 시작했다.
소프트뱅크의 단기 전망에 대해서 저자는 여러 가지 리스크를 언급했다. 역레버리지, 재무상 리스크, 회계의 질, 과잉 리스크 테이킹, 기업 지배 구조, 후계자 문제 등 다양하다. 이러한 리스크가 모두 발생할 확률은 없지만, 앞으로 생각해 볼만한 시나리오다. 손정의 회장의 이상과 목표는 높지만, 그것은 환경이 어느 정도 받쳐줬을 때 이야기다. AI 시대가 제때 도래하고, 세계경제도 호황이어야 한다. 그가 과거에 많은 투자에 성공했다고 해서, 미래에도 꼭 그러리란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쓴 소리를 했지만, 손정의 회장의 높은 비전은 인정했다. 앞으로 소프트뱅크 그룹에 바라는 점도 잊지 않고 당부했다.
“지구환경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는 일본만이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도 맞닥뜨리게 될 사회문제와 싸워나갈 때 소프트뱅크 그룹이 선구자 역할을 맡아서 해주리라 기대해본다.” - p314
이 책은 꽤 전문적이고, 마치 컨설팅 회사의 보고서를 읽는 기분이 든다. 그만큼 내용의 정밀도가 높은 책이다. 소프트뱅크 회사를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한 줄 요약 : 소프트뱅크 그룹의 AI군전략이 성공할지는 손정의 회장의 투자 대전략에 달렸다.
- 생각과 실행 : 300년 후를 바라볼 수 있는 비전이란 무엇일까? 하루하루를 살기에 바쁜 사람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5년, 10년 후의 세계 그리고 나의 미래를 한 번 그려보자.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