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투자 대전략 - 소프트뱅크가 재편하는 새로운 미래 산업체계
다나카 미치아키 지음, 유윤한 옮김 / 서울문화사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는 다나카 미치아키 교수는《미중 플랫폼 전쟁 GAFA vs BATH》를 저술했다. 그가 제시한 기업의 5요소 ‘도, 천, 지, 장, 법’은 동양의 철학과 기업의 경영을 독특하게 결합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서 ‘도’는 기업의 비전과 미션, ‘천’은 시장 상황, ‘지’는 지리적 상태, ‘장’은 리더십, ‘법’은 매니지먼트다. 그가 쓴 《손정의 투자 대전략》도 이러한 자신만의 분석법에 기초했다. 


 이 책은 손정의 회장의 업적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공’과 ‘과’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책의 띠지에 쓰인 ‘손만 대면 성공하는 손정의의 투자 대전략’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물론 손정의 회장의 성과는 눈부시지만, 거기에도 그림자는 있다.  


 먼저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포문’을 열었다. ‘연속 증익을 뒤엎고 역대 최고 7000억 엔 적자계상’이 바로 그것이다. 한화로 약 7조 4,200억 원의 영업 손실로 이는 소프트뱅크 분기 결산 중 최대 적자였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그도 실수를 했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서 설명했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성실히 답하면서 최대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 했다. 무엇보다 그가 발표한 내용 중에서 다음 내용이 인상적이다. 


 ‘반성은 하지만 위축되지 않는다’는 전략과 ‘비전은 변치 않는다’는 입장을 명쾌히 제시하다.” - p5


 사무실 공유 서비스 업체인 ‘위워크’의 투자 실패를 거울삼아서 앞으로 망해가는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저자는 인도의 호텔 객실 제공 서비스 업체인 ‘OYO’라는 업체도 같은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LINE’과 ‘야후 재팬’의 통합을 주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산업’에도 도전했다. 도요타자동차와 제휴 관계를 맺고,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스마트폰 결제서비스)와 ‘LINE’을 공급하게 되었다. 서로가 이득을 볼 수 있는 ‘윈윈’ 상황이다. 하드웨어의 강자와 소프트웨어의 강자가 서로 만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손정의 회장의 가장 큰 전략은 바로 ‘AI군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다양한 산업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크게 자율주행 전기차, 통신, 에너지 3개 산업 분야라고 한다. 그의 이러한 군전략은 바로 ‘300년 동안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함이다. 100년도 아니고, 300년이다. 


 이를 위해서 똘똘한 1위 기업들을 ‘군’으로 모아서 서로 시너지를 주겠다는 의미다. 이를 저자는 기존의 ‘피라미드형’에서 ‘WEB’(거미줄)형이라고 명명했다. 즉, 중앙집권이 아닌 자율, 협조형으로 조직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모회사의 출자 비율을 ‘51퍼센트 이상’이 아니라 ‘20~40퍼센트’ 수준으로 투자하는 파트너 전략을 취한다. 


 새로운 30년 비전을 발표할 때 손정의는 이런 자율, 분산, 협조형 전략적 시너지 그룹에 속하는 회사를 약 800개(2010년 당시)에서 30년 후에는 5,000개로 늘리고 싶다고 선언했다.” - p92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기존의 싱글브랜드=싱글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멀티브랜드, 멀티비즈니스모델을 목표로 하는 군전략은 아주 독특한 개념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군’에 속한 대표적인 기업은 야후, 알리바마, 암과 같은 회사들이었다. 이 중에서 반도체 설계 업체 암(ARM)은 소프트뱅크 그룹의 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 NVIDIA에 매각 중인 상태다. 


 이러한 ‘군전략’은 ‘동지적 결합’이라고 한다. 이들 1위 업체를 영원히 곁에 두는 것이 아니고, 저성장에 접어들거나 2,3위 업체로 떨어지면 투자한 주식을 매각하고, 새로운 스타(고성장)에 투자를 하는 것이 큰 그림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50년, 100년이 지나면 또 다른 신사업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 업체에만 의지하면 기업의 성장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성숙하게 되면, 충분히 스스로가 일반적인 기관 투자가나 개인 투자가의 지지를 받을 수 있기에 독자적으로 걸어갈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의미에서든 졸업은 언제가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 p102, 손정의 회장, 2019년 2월 6일 결산설명회 중


 ‘군전략’에 대해서 저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산하 기업을 밑에 두는 ‘재벌’과 소프트뱅크의 ‘군전략’은 서로 대비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프트뱅크 그룹의 정기주주총회의에서 1등 기업을 갖고 있는 ‘군전략’이 2~3위나 순위권 밖에 있는 업체를 갖고 있는 재벌보다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언급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재벌’에는 ‘조직력’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비록 다른 산하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조직력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소프트뱅크 그룹이 300년 동안 성장을 계속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손정의가 물러난 뒤에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중략) 그런 만큼 우선은 그룹으로서 조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 p99 


 손정의 회장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겠지만, 그만큼 통이 크고 큰 비전을 갖고 있는 기업 경영인이 드문 것은 사실이다. 일단 일본에는 없다고 봐야할 것 같고, 전 세계에도 그와 견줄만한 그릇의 리더를 찾기 힘들 정도다. 테슬라, SPACE X의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가 비슷한 스케일을 갖고 있지만, 300년 후의 기업 비전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일론 머스크는 기업의 영속성을 생각하는 기업가라기보다는 엔지니어에 가깝다. 더 멋진 기술로 세상에 희망과 경이를 주는 것이 주목적으로 보인다. 제프 베조스는 1만 년 시계를 만들고, 우주로 세계관을 확장했지만 손 회장만큼 구체적인 그림이 보이지는 않는다. 


 손정의 회장은 1982년 만성 B형 간염으로 몇 년 안에 사망할 수 있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이제 막 PC용 소프트웨어 유통회사를 창업한 이듬해로 그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았다. 그는 너무 낙담해서 눈물을 흘리다가 마음을 바꾸고,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하여 완쾌했다. 그가 병상에서 3,000권 정도의 책을 읽고, ‘제곱 병법’을 만든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가 만든 25문자를 한시도 잊지 않고, 매번 어려운 고비가 있을 때 이를 되뇐다고 한다. 


 수많은 위기와 기회를 겪으면서, 그가 마침내 내놓은 것이 ‘군전략’이고 이를 위해서 2017년 5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설립했다. 전 세계 벤처캐피탈의 투자 금액이 약 6조에서 8조 엔인데,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자본금이 무려 10조 엔이나 되었다. 2019년부터는 ‘AI 군전략’이라는 말이 쓰이면서, 본격적으로 AI 관련 업체에 투자를 시작했다. 


 소프트뱅크의 단기 전망에 대해서 저자는 여러 가지 리스크를 언급했다. 역레버리지, 재무상 리스크, 회계의 질, 과잉 리스크 테이킹, 기업 지배 구조, 후계자 문제 등 다양하다. 이러한 리스크가 모두 발생할 확률은 없지만, 앞으로 생각해 볼만한 시나리오다. 손정의 회장의 이상과 목표는 높지만, 그것은 환경이 어느 정도 받쳐줬을 때 이야기다. AI 시대가 제때 도래하고, 세계경제도 호황이어야 한다. 그가 과거에 많은 투자에 성공했다고 해서, 미래에도 꼭 그러리란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쓴 소리를 했지만, 손정의 회장의 높은 비전은 인정했다. 앞으로 소프트뱅크 그룹에 바라는 점도 잊지 않고 당부했다. 


 지구환경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는 일본만이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도 맞닥뜨리게 될 사회문제와 싸워나갈 때 소프트뱅크 그룹이 선구자 역할을 맡아서 해주리라 기대해본다.” - p314 


 이 책은 꽤 전문적이고, 마치 컨설팅 회사의 보고서를 읽는 기분이 든다. 그만큼 내용의 정밀도가 높은 책이다. 소프트뱅크 회사를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한 줄 요약 : 소프트뱅크 그룹의 AI군전략이 성공할지는 손정의 회장의 투자 대전략에 달렸다. 

 - 생각과 실행 : 300년 후를 바라볼 수 있는 비전이란 무엇일까? 하루하루를 살기에 바쁜 사람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5년, 10년 후의 세계 그리고 나의 미래를 한 번 그려보자.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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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투자지도 - 앞서가는 서학개미를 위한
황호봉 지음 / 원앤원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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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로금리 시대에는 우리가 스스로 이자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 p7 


 오래전부터 직장인들의 주요 토킹 포인트는 ‘주식’ 아니면 ‘부동산’이었다. 부동산은 워낙 거액이 들기 때문에 무엇보다 주식을 화제 거리로 삼았다. 누가 얼마나 벌었나, 누가 얼마나 잃었냐 등 주제는 다양했다. 


 하지만 지금의 주식투자 광풍에 비할 바가 아니다. 주식은 이제 ‘생존게임’이 되었다. 동학개미, 서학개미, 주린이 등 다양한 주식 용어가 생겨났고, 주식 투자관련 책은 하루가 멀다않고 출간되고 있다. 이제 온 국민이 ‘펀드매니저’가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제로 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은행에서 높은 이자를 받던 것은 호랑이 담배 피던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이제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보다 적극적인 투자 활동이 필요한 때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전업주부, 대학생 등 많은 이들이 매일 주식 시세에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더 이상 하늘에서 공짜로 식량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싸우는 법과 먹이를 잡는 법을 배워야 한다.” - p8


 나도 동학과 서학 개미에 모두 해당하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다. 주로 우량주 중심으로 장기 투자를 했지만 갈수록 다이내믹해지는 시장 상황을 좀 더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저자는 글로벌 투자 전문 펀드매니저다. 이미 다양한 기관에서 자산 운용을 담당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시장을 믿고, 장기 투자하라’는 목차가 마음에 와 닿는다. 일반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모멘텀에 좌우되어서 하루하루 희로애락을 겪는다. 문제는 매일매일 기사와 소문 등에 좌우되면서 단기 투자를 하다보면 수익보다는 손해를 보기 일쑤다. 결국 배가 부른 것은 ‘수수료’로 돈을 버는 증권사다.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면, 시장을 믿고 장기투자를 하고 싶다면 S&P 500 장기 차트를 자주 보면서 내공을 키울 필요가 있다. 차트를 보고 투자하는 기술자가 되라는 뜻이 아니다. 시장을 믿으라는 뜻이다.” - p79 


 역시 펀드 매니저가 쓴 책답게 ‘스타일 전략과 핵심 종목’이 눈에 띈다. 즉 여섯 가지의 스타일 전략이 있다. 가치주 전략, 성장주 전략, 퀄리티 전략, 모멘텀 전략, 로우볼 전략, 고배당 전략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식 투자에 입문할 때 많이 선호하는 방법이 바로 가치주 전략인데, 이는 주식의 적정가치 대비 저렴한 주식에 투자를 하는 것을 말한다. 나도 주로 ‘가치주 전략’을 사용한다. 회사의 실적과 향후 전망을 바탕으로 주식이 싼지, 비싼지를 판가름하는 것이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대표적인 가치주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간과를 한 부분은 성장주다. 성장주는 미래가치가 내재된 주식을 일컫는 것이고, 아마존, 페이스북, 알파벳 등이 대표적이다. 4차 산업 혁명이 앞으로 더 가속화될 때, 이러한 종목들이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주가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한다. 물론 대표 주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을 것이지만 말이다.


 다소 생소한 퀄리티 전략은 말 그래도 퀄리티가 있는 종목이다. 즉, 재무 상태가 ‘좋은 기업’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업체가 존스앤존슨,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이다. 


 “필자는 좋은 기업의 요건으로 ROE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부채를 제외하고 순수 투자자금을 기준으로 기억이 어느 정도 이익을 내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 p104

 

 모멘텀 전략은 말 그대로 주가 사승의 ‘모멘텀’을 찾는 것인데, 이는 투자자가 부지런히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새 화두가 된 바이오, 에너지, 배터리, 반도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종목에 대해서는 많은 뉴스, 리포트 등을 읽고 나름대로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만 모멘텀을 잘 찾더라도 기관과 투자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손실을 볼 수 있는 리스크도 있다. 


 로우볼 전략은 주식 가격의 변동성이 낮은 주식으로 시장이 후퇴기에 있을 때, ‘방어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물론 급락 장에서는 이러한 주식도 방어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고배당 전략은 말 그대로 고배당을 노린 주식 투자다. 이러한 종목들은 성장이 지속가능하고,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졌다. 대표적으로 엑스모빌, 화이자, 시스코 시스템즈를 추천했다. 

 

 포트폴리오 구축 노하우도 주의해서 봐야 된다. 시황에 상관없이 성장주나 가치주를 들고 있는 것보다 마켓과 경제 사이클에 맞춰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마켓이 회복기에 있을 때는 성장주, 모멘텀주, 확장기에는 퀄리티주, 고배당주, 후퇴기에는 로우볼주, 주도주 위주 투자가 그렇다. 이를 ‘스타일 전략’이라고 한다. 


 “시장의 확장기, 후퇴기, 침체기, 회복기에 맞는 스타일 전략이 따로 있는 이유는 시기별로 경제가 움직이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 p120 


 이 외에도 저자는 다양한 투자 지표와 전략을 언급하고 있다. 주식투자를 어느 정도 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정보가 많다. 이 책을 통해서 펀드 매니저의 투자 전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나의 투자 전략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 한 줄 요약 : 묻지마 투자보다는 나만의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 

 - 생각과 실행 : 단기적인 모멘텀에 휩쓸리기 보다는 가치주, 성장주를 찾아서 시장을 믿고 투자해야 한다. 주식 투자를 할 때는 적어도 5년 이상을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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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20년간의 처절한 삶의 기록
설운영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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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전체 국민 중 약 25%가 정신질환을 앓는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 p196 


 “조현병은 정신질환 중에서도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면서 발생하는 병이라고 했다.” - p75


 “전 세계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개인이 평생 한 번이라고 걸릴 비율)은 1%라는 통계가 있다.(중략) 우리나라의 경우 약 5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들의 가족까지 포함한다면 200만 명이 넘은 국민들이 조현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셈이다.” - p74 


 정신질환은 우울함, 외로움, 불안, 불면 등을 일컫는다. 코로나19 때문에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생길 정도다. 고립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제대로 못하면 우울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우울감이 생기는 사람도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상대방의 눈치를 많이 보고,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한 치열한 경쟁 사회이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다는 것, 도태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마음에 병이 생겨도 이를 드러내고 이야기 하지 못한다.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시스템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방법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사회적인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다.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고, 언론에서도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크게 보도하면서, 더 거부감을 갖도록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보이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아들의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물 겨운 노력, 그리고 극복하는 과정, 다른 조현병 환자 가족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이 책의 저자는 고2 때 갑자기 찾아온 정신병을 갖게 된 아들의 아버지다. 


 아이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환청과 환시 때문에 학교를 나갈 수 없었다. 아버지는 휴식을 취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쉬게 놔두었다. 아이는 계속 침대에 누워있었다. 하지만 증상은 더 심해졌고, 결국 병원을 찾아서 그것이 조현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년 동안을 벌떼처럼 따라다니던 피해망상과 불안 속에서 지냈다. 아이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헛것들과 헛것이 아닌 것들과의 틈 속에서 시들어 갔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뒤섞임은 일상이 되었다.” - p14


 병원에서 지어준 약을 먹으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이는 죽고 싶다고 소리를 치거나 공포감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이를 옆에서 지켜봐야하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속이 타고 아프겠는가? 병의 원인은 아직까지도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그냥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온 것이다. 


 아이의 아버지도 스스로 자책하고 우울감에 시달렸다. 조금 더 빨리 병원에 데려갔으면. 혹시 나에게 나쁜 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좀 더 씩씩하게 키웠더라면.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일까. 수많은 후회와 ‘~라면’을 되뇌어보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질환을 앓게 되면, 당사자도 힘들지만 가족의 고통도 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주변에 알릴 수도 없다. 가까운 친지에게도 숨기고, 온전히 가족이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반면 판란드에서는 ‘오픈 다이얼로그’라는 치유 방식을 사용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척, 주민들까지 환자와 함께 아픔에 대해서 토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래서 환자도 자신의 정신질환을 일종의 ‘감기’처럼 여기고, 보다 편한 마음으로 병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병자’, ‘장애자’라고 부르지 않고, ‘챌린징 퍼슨’이라고 부르는 습관이 있다. 그만큼 자신에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환자는 그로 인하여 자신이 사회 속에 고립되어 있지 않고, 정신의 혼란과 아픔을 가기만이 아닌 누구나 잠시 걸릴 수 있는 감기처럼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 p62 


 그만큼 정신질환은 개인과 가족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인 제도와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고, 이들을 격리하고 감추는 것이 아니라 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 조현병 환자 중 약물 복용으로 호전되는 비율이 10명 중 7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언론들은 정신질환자들의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앞을 다투어 조현병에 대해서 언급한다. 정신병원이나 정신건강시설이 들어서려고 하면 주민들은 절대 반대를 외치면 시위를 한다.” - p156 


 조현병 환자들의 소망은 소박하다. 단지, 사람으로 대접받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이들이 조금 느리고 어눌하더라도 이해를 해줄 수 있는 따뜻한 시선도 필요하다. 우리가 수많은 난민이나 암 환자, 빈곤을 겪는 아이들을 보면서 동정심을 느끼는 것처럼 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미친 무엇’이라고 여길 것이 아니라, 감기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대해야 한다. 


 다행히 꾸준히 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운동을 하면서 아이는 점차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다. 보디빌더 대회에도 나가고, 생활 체육 지도사 2급 자격 과정도 수료했다. 더군다나 자신보다 더 증상이 심한 환자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영영 날지 못할 것 같았던 새가 날갯짓을 하며 창공을 향해 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p89


 그 후로 가족은 무려 20년간의 피 눈물 나는 세월을 견디면서 살아왔다. 지금 저자는 이들과 가족의 아픔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 책을 집필한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통해서 조현병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없애고, 이들이 보다 나은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작가님은〈정신건강가족학교〉를 만들어서 질병의 치료와 회복, 사회적 역할 찾기 등에 대해서 세미나를 열고, 가족들과 함께 토의하고 학습을 하고 있다. 


 “진정한 동참은 비를 맞고 있는 사람에게 우산을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비를 맞는 것이라는 말을 기억한다. 공감을 통해 하나가 된다는 말은 나를 확장해서 당신과 같이한다는 의미다.” - p145 


 이 책을 계기로 조현병에 대한 바른 인식, 그리고 가족들이 겪은 수많은 고통과 인내의 세월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당사자가 아니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과연 ‘이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또한 사회적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들을 환자가 아니라 같은 동반자로 바라보는 시선과 공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우리는 치열한 사회를 살면서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그 치열한 전투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어쨌든 두 땅에 발을 딛고 서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패배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더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다. 그러면서 뒤에 남겨진 사람들을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 나와 내 가족만 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조금만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 나도 조현병 환자를 만난다면 여전히 당황할 것 같다. 어떻게 이들을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감기와 같이 스쳐가는 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내하고 기다리고, 바라보면 된다. 


 - 한 줄 요약 : 조현병에 대한 바른 인식과 사회적, 개인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다. 

 - 생각과 실행 : 우리는 어느 정도 정신 질환을 갖고 있다. 슬프거나 외롭고, 고독감을 느낀다. 조현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이들도 평범한 삶을 원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 이 서평은 내꿈소생 카페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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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 나를 죽이는 바이러스와 우리를 지키는 면역의 과학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
신의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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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만 보던 일이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일어났다. 나와 내 가족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상상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 p22 


 1995년에 개봉한〈아웃브레이크〉를 보면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위험을 생생하게 느꼈다. 영화를 보면서 ‘저것은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지. 나에겐 절대 안 일어날 거야.’라고 믿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재난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2021년 3월 기준으로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감명되었고, 그중 26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바이러스에 무지한 사람들도 이제는 경계심을 갖게 되었고, 생활방역은 필수다. 마스크를 쓰고, 외출 후 손을 씻고, 손 소독제로 수시로 손을 깨끗이 한다. 또한 이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다양한 책들이 나왔다. 주로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될지, 경제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KAIST 전염병대비 센터장을 맡고 있는 바이러스 면역학 전문가가 집필했다. 아무래도 전문가가 썼기 때문에 내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일반인들이 읽기 쉽고 편하게 잘 구성되어 있다. 적어도 이 책을 통해서 바이러스, 백신, 면역의 기본적인 개념을 잡을 수 있었다. 


 먼저 책을 펼치면 왕관 모양의 코로나 바이러스 모식도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모양이 마치 왕관 같고, 왕관을 의미하는 라틴어가 바로 ‘코로나’라고 한다. 이 왕관을 쓴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미 과거에 존재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한 가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 p29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다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 감기 바이러스 중의 하나였다. 그러다가 2003년 코로나 바이러스 중 사스(SARS), 2012년 메르스(MERS)가 유행을 일으키며 세계 사람들을 긴장시켰다. 또한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새롭게 보고된 것이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다. 


 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간다고 무조건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와 세포 간에 결합을 해서 그 안으로 침투해야 한다. 즉,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 표면의 ACE2 단백질과 딱 결합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결합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항체다. 이 때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항체를 ‘중화항체’라고 한다. 


 항체란 면역 단백질의 일종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 표면의 ACE2 단백질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p32 


 또한 이미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하는 것인 바로 T 세포다. T 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와 그렇지 않은 세포를 구분해서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항체’와 ‘T 세포’가 면역반응의 양대 축이라고 한다. 특히 체내에 ‘기억 T 세포’가 생긴다면 앞으로 닥쳐올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백신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자연스럽게 생길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T 세포는 우리에게 있어서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T세포는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빨리 제거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p103


 독감과 감기 바이러스는 다른데,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하나밖에 없는 반면,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2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 감기에는 아직 백신이 없다. 하지만 감기는 사람에게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반면 독감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가 생긴다. 신종 바이러스가 탄생하기 때문에 매년 독감 예방 주사를 맞을 수밖에 없다. 1968년에 세계적으로 유행한 홍콩 독감으로 무려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종식은 언제쯤이 될까? 사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도대체 언제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적어도 향후 1~2년 내에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아서 집단 면역이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대부분의 전문가와 비슷한 견해다. 또한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계속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물론 이후에도 지구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 아마 간간이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 p65 


 이는 인류가 사실상 자초한 결과다. 야생동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과 접촉이 늘어나서 감염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즉, 지구 온난화로 아열대지역에 서식하던 모기가 온대 지역으로 넘어 와서 서식하고, 다양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쥐의 서식지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인류의 이동은 과거 어느 때보다 빨라져서 세계 어느 지역이든 바이러스가 빨리 퍼져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저자가 제안한 ‘보편 백신’의 개발이다. 보다 다양해지는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과의 조화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자연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은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각 개인도 마찬가지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 노력하고, 생활 방역에 충실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집단 면역이 생기더라도 또 다른 ‘질병 X’가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백신 접종이 제일 우선이다. 


 “우리는 다시 겸손해져야 한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부족함을 인정하고 함께 어우러지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앞으로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인류의 마음가짐이다.” - p60 


 바이러스와 면역에 대해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개념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다. 적어도 비타민과 면역 체계와의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또한 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것은 덤이다. 


 - 한 줄 요약 :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서 일단 백신을 맞고, 집단 면역 체계를 갖춰야 한다. 

 - 생각과 실행 :앞으로 인류와 바이러스의 전쟁은 계속 될 것이기 때문에 환경을 바로 잡기 위해서 인류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고, 그와 동시에 보다 보편적인 백신의 발명도 이루어져야 될 것 같다. 공포감을 조장하는 무분별한 기사에 혹하지 말고, 전문서적을 읽고 공부해서 큰 흐름을 이해해야겠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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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의 법칙 - 끌리는 기획으로 취향을 사로잡는 44
우에키 노부타카 지음, 송소정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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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만 봐서는 어떤 책인지 가능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출판사의 일반 사원으로 입사해서, 편집자를 거쳐서 사장을 하고 있는 우에키 노부타카 씨가 쓴 책이다. 백만 권을 파는 법칙. 당연히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책의 목차 중에 ‘밀리언의 법칙은 없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과연 무슨 말일까? 이런 의문을 갖고 책을 펼쳤다. 


 저자는 출판 업계에만 무려 40여년을 몸담고 있고, 2002년 선마크 출판사 사장이 된 후에 20년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직원은 50명 남짓이고, 편집자는 15명 정도로 큰 업체는 아니지만 이 회사에서 나온 책들 중에서 밀리언셀러가 꽤 많다. 무려 8권의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그 중에서 누구나 아는 곤도 마리에 작가의《정리의 마법》은 159만 부가 팔렸고,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카즈마 경영》은 133만 부가 팔렸다. 그런데, 이는 일본 내 판매 숫자고 두 권의 책은 각각 미국에서 400만 부(전 세계 1,200만 부), 중국에서 400만 부가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또한 저자가 편집자일 때 기획한《뇌내혁명》은 일본에서만 410만 부가 팔렸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 세계적으로 출판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회사는 여전히 큰 목표를 갖고 나아가고 있다. 세계에서 2,000만 명이 읽는 책을 목표로 했고, 이미 그 목표도 초과 달성했다. 저작권 판매로 해외발행 총 부수는 누적 2,500만 부를 넘겼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으로 토대로 잘 팔리는 책의 조건, 회사의 경영 철학을 솔직히 밝혔다. 우선 베스트셀러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놀라움을 주는 제목이다. 둘째, 몸과 마음의 치유, 건강과 관련되어 있다, 셋째 그것을 읽고 독자 스스로가 바뀐다, 넷째 시골에서도 팔리는 책이다, 다섯째 여성이 응원하는 책이다. 


 제목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네 번째와 다섯 번째가 신선하다. 이 말은 결국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고, 또한 여성 독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실 남성 독자보다는 여성 독자의 전파성이 훨씬 크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남성 독자는 좋은 책을 읽어도 그냥 혼자 만족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들은 입소문을 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독자들이 주목하는 책은 잘 팔릴 확률이 높다. 


 저자가 밝히는 선마크의 성공법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바로 ‘한계의식을 제거한다’이다. 이를 위해서 이 회사는 연초에 ‘호언장담 발표회’를 갖는다. 다소 터무니없더라도 큰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이 호언장담 발표회는 직원들에게 매우 큰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한계의식’이 부지불식간에 제거되기 때문입니다.” - p23


 출판업계가 어렵고, 책을 이전만큼 팔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저자나 출판사는 판매부수를 점차 낮춰 잡는 경향이 있다. 물론 현실을 잘 알고, 거기에 맞춰서 판매 전략을 세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애초에 목표를 너무 낮게 잡으면 책에 대한 애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책이 출간되면 출판사뿐만 아니라 저자도 최선을 다해서 홍보를 해야 되는데도 말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어떤 저자는 출간된 책을 지인들에게 모두 직접 전달하고, 책 중에서 상대방에게 필요한 부분을 메모로 붙여서 메시지를 썼다고 한다. 무려 150권이 되는 분량이었는데, 정말 대단한 정성일 수밖에 없다. 결국 그 책은 한 달 동안 20만 부 이상이 팔렸고,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보통 사람들과는 에너지의 질량이 전혀 다른 것입니다.” - p60


 그래서 이 회사에서 직원들은 목표를 크게 잡은 만큼,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최대한 책을 많이 팔기 위해서 노력했다. 당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TV나 라디오, 열차의 문 등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광고 효과를 지속 확인하면서, 책을 제때에 준비하기 위해서 발로 뛰어다녔다는 것이다. 아무리 광고 효과가 좋더라도 막상 서점에 책이 없다면 그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집요한 편집자와 저자 간의 조합이 최강의 콘텐츠를 만듭니다. 무척 죄송한 표현이지만 어디에도 비길 데 없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저자도 역시 정상은 아닌 것입니다.” - p54


 또 한 가지 마음에 드는 문구는 이 회사의 코어 콘셉트이다. 그것은 바로 ‘손 안에 한 권의 에너지’다. 저자는 곧잘 책을 ‘에너지’라고 표현하는데, 나도 그 점에 공감한다. 좋은 책은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고, 모든 책은 각자만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 


 앞서 저자가 ‘밀리언의 법칙은 없다’라고 한 이유는 결국 이와 같다. 단순히 몇 가지 법칙에 의해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가 어울려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담당 편집자의 집요함과 고집, 저자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의지, 그리고 영업과 판매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출판사 사장으로서 ‘직원’을 소중히 여겼다. 다른 출판사에 없는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직원들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매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세계 도서전에도 직원들이 무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경비를 지원했다. 또한 여성 직원들을 위한 각종 복지 혜택도 인상적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밀리언의 법칙’을 굳이 만들자면, 저자, 편집자, 출판사 영업, 마케팅, 인쇄업체, 디자이너 등의 열정이 한데 뭉쳐야하고,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고 꼭 읽고 싶은 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저자는 병원에서 환자가 읽고 싶은 책이라고 비유했다. 그만큼 부담이 없고, 좋은 에너지를 주는 책이라는 의미다. 물론 당시 사회적으로 원하는 콘텐츠, 또는 아주 신선한 콘텐츠로 차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장미 빛 이야기’만 늘어놓지는 않았다. 안 팔리는 책들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솔직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잘 팔리고 히트한 책보다도, 팔리지 않거나 실패한 책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입니다.”


 저자가 편집을 하고, 다른 편집자가 담당하고 기획을 한 책들은 적어도 1년에서 몇 년이 걸렸다. 그만큼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 중에서 만 분의 1 정도 확률로 밀리언셀러가 탄생했다. 하지만, 밀리언셀러를 내기 위해서 수많은 안 팔리는 책들이 있었고, 여기에서 교훈을 얻고 발전할 수 있었다. 그 말이 바로 목차에도 있는 “압도적인 양은 반드시 질로 변한다”이다. 


 작가, 출판사, 모두 밀리언셀러를 꿈꾼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밀리언셀러를 단순히 ‘허풍’이라고 생각하고 믿지 않게 되었다. 만 부만 판매되어도 베스트셀러라고 인식이 되는 사회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더 많은 독자에게 더 많은 감동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나의 한계를 생각하지 않고 무섭게 몰두한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보다 나은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밀리언의 ‘호언장담’을 믿고 싶어졌다. 


 - 한 줄 요약 : 강한 믿음과 높은 목표, 킬러 콘텐츠를 갖고, 작가와 편집자, 출판사가 최선을 다해서 집중한다면 잘 팔리는 책을 만들 수 있다. 

 - 생각과 실행 : 나의 한계를 없애고, 높은 목표를 잡으면 꿈을 이룰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진다. 세상에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자.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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