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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 나를 죽이는 바이러스와 우리를 지키는 면역의 과학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
신의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평점 :
“영화에서만 보던 일이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일어났다. 나와 내 가족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상상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 p22
1995년에 개봉한〈아웃브레이크〉를 보면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위험을 생생하게 느꼈다. 영화를 보면서 ‘저것은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지. 나에겐 절대 안 일어날 거야.’라고 믿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재난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2021년 3월 기준으로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감명되었고, 그중 26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바이러스에 무지한 사람들도 이제는 경계심을 갖게 되었고, 생활방역은 필수다. 마스크를 쓰고, 외출 후 손을 씻고, 손 소독제로 수시로 손을 깨끗이 한다. 또한 이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다양한 책들이 나왔다. 주로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될지, 경제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KAIST 전염병대비 센터장을 맡고 있는 바이러스 면역학 전문가가 집필했다. 아무래도 전문가가 썼기 때문에 내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일반인들이 읽기 쉽고 편하게 잘 구성되어 있다. 적어도 이 책을 통해서 바이러스, 백신, 면역의 기본적인 개념을 잡을 수 있었다.
먼저 책을 펼치면 왕관 모양의 코로나 바이러스 모식도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모양이 마치 왕관 같고, 왕관을 의미하는 라틴어가 바로 ‘코로나’라고 한다. 이 왕관을 쓴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미 과거에 존재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한 가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 p29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다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 감기 바이러스 중의 하나였다. 그러다가 2003년 코로나 바이러스 중 사스(SARS), 2012년 메르스(MERS)가 유행을 일으키며 세계 사람들을 긴장시켰다. 또한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새롭게 보고된 것이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다.
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간다고 무조건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와 세포 간에 결합을 해서 그 안으로 침투해야 한다. 즉,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 표면의 ACE2 단백질과 딱 결합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결합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항체다. 이 때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항체를 ‘중화항체’라고 한다.
“항체란 면역 단백질의 일종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 표면의 ACE2 단백질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p32
또한 이미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하는 것인 바로 T 세포다. T 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와 그렇지 않은 세포를 구분해서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항체’와 ‘T 세포’가 면역반응의 양대 축이라고 한다. 특히 체내에 ‘기억 T 세포’가 생긴다면 앞으로 닥쳐올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백신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자연스럽게 생길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T 세포는 우리에게 있어서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T세포는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빨리 제거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p103
독감과 감기 바이러스는 다른데,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하나밖에 없는 반면,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2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 감기에는 아직 백신이 없다. 하지만 감기는 사람에게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반면 독감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가 생긴다. 신종 바이러스가 탄생하기 때문에 매년 독감 예방 주사를 맞을 수밖에 없다. 1968년에 세계적으로 유행한 홍콩 독감으로 무려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종식은 언제쯤이 될까? 사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도대체 언제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적어도 향후 1~2년 내에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아서 집단 면역이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대부분의 전문가와 비슷한 견해다. 또한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계속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물론 이후에도 지구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 아마 간간이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 p65
이는 인류가 사실상 자초한 결과다. 야생동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과 접촉이 늘어나서 감염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즉, 지구 온난화로 아열대지역에 서식하던 모기가 온대 지역으로 넘어 와서 서식하고, 다양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쥐의 서식지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인류의 이동은 과거 어느 때보다 빨라져서 세계 어느 지역이든 바이러스가 빨리 퍼져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저자가 제안한 ‘보편 백신’의 개발이다. 보다 다양해지는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과의 조화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자연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은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각 개인도 마찬가지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 노력하고, 생활 방역에 충실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집단 면역이 생기더라도 또 다른 ‘질병 X’가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백신 접종이 제일 우선이다.
“우리는 다시 겸손해져야 한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부족함을 인정하고 함께 어우러지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앞으로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인류의 마음가짐이다.” - p60
바이러스와 면역에 대해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개념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다. 적어도 비타민과 면역 체계와의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또한 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것은 덤이다.
- 한 줄 요약 :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서 일단 백신을 맞고, 집단 면역 체계를 갖춰야 한다.
- 생각과 실행 :앞으로 인류와 바이러스의 전쟁은 계속 될 것이기 때문에 환경을 바로 잡기 위해서 인류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고, 그와 동시에 보다 보편적인 백신의 발명도 이루어져야 될 것 같다. 공포감을 조장하는 무분별한 기사에 혹하지 말고, 전문서적을 읽고 공부해서 큰 흐름을 이해해야겠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