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련 - 선지식과 역사를 만나는 절집 여행
제운 옮김, 양근모 사진 / 청년정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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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이 불교 신자이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절에 종종 다녔다. 어린 나이에 혼자 법당에 앉아서 부처님과 마주 한 적이 있다. 아무런 말씀을 안 하고, 가만히 어딘가를 쳐다보는 부처님의 고즈넉한 눈빛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템플스테이나 절에서 수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책 《주련》은 다시 한 번 나에게 숨겨진 욕구를 일깨워줬다. 저자는 편집자이면서 출판인이다. 역시 글을 업으로 하시는 분답게 글 속에 깊이가 느껴진다. 한 마디, 한 마디 허투루 넘길 이야기가 없다. 또한 저자가 직접 절을 찾아서 느낀 점을 글로 옮겼기 때문에, 마치 함께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44곳의 절을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월정사를 빼놓고는 못 가봤다). 왜 하필 마흔 넷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절에는 보통 ‘주련’이 걸려있다. 주련은 “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문구”를 말한다. 이러한 문구는 주로 ‘시구’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이 시구를 읽을 수도 없고,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저자는 절의 ‘주련’의 해석을 소개하고(번역은 제운 스님이 하셨다), 절에 얽힌 이야기와 인생의 지혜에 대해서 설명한다. 

 특히 절에서 수행을 하셨던 유명한 고승과 그 분들의 말씀이 인상적이다. 깨달음을 얻은 선승일수록 말 한 마디에 무게감을 더 느낄 수 있다. 


 성철 스님의 ‘사리탑’이 모셔진 합천 해인사에는 여전히 스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그 죄업이 하늘을 넘쳐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지라. 둥근 수레바퀴 붉은 빛을 토하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 p109


 스님의 열반송(고승들이 입적할 때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이나 글)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었다. 평생을 수행에 몰두하신 스님도 ‘죄업’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인간이 가진 ‘업보’(전생에 지은 못된 짓으로 말미암아 지금 세상에서 받게 되는 불행이나 죗값)란 그 끝이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과연 스님의 깨달음과 가르침이 후세에 제대로 전해지고 있느냐다.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로다”라는 스님의 법어는 그냥 단순한 유행어로 남은 것일까? 

 

 안타깝게도 스님의 존재는 점차 잊혀지고, 가르침을 따르는 자는 많지 않다. 스님은 오히려 대중들이 ‘말’에 너무 집착하지 않기를 바랐다. 스스로 수행하고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고승을 숭배하고, 말 한 마디를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것보다 그 시간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화두를 갖고 생각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44개의 절들은 경치나 풍경이 모두 아름답다. 그 중에서 남해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남해 보리암은 뛰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보리암은 보문사, 홍련암과 더불어 3대 관음도량으로 불린다. 인터넷에서 확인한 사진으로 봐도 정말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실제로 가서 본다면 그 감동은 더할 것 같다. 언젠가는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절에서 바라본 바다의 경치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해수관음과 나란히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한려수도,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라 했다. 한숨처럼 탄성이 터졌다.” - p385 


 강화도 마니산에 위치한 정수사는 아담한 절이다. 대웅전과 설법당 겸 요사, 삼성각, 다실이 전부다. 위풍당당한 누각도 없다. 그야말로 스님들 몇 분이 머물러 수행하는 공간으로서 절제심의 발로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관광객이 많지 않은 절을 찾는 분들에게 제격이 절인 것 같다. 세종 5년에 지어진 법당과 통나무를 깎아 꽃병을 아로새긴 문창살이 ‘보물’이라고 한다. 현존하는 절의 목조 건물이 대부분 임진왜란 이후 다시 지어진 것이기 때문에, 조선 초에 만들어진 건축물은 확실히 귀중한 유산이다. 


 부처님은 짧지도 길지도 않으시며 본래 희거나 검지도 않으며 모든 곳에 인연 따라 나타나시네 


 이 절의 법담에 있는 주련이다. 결국 선과 악의 구별도 의미가 없고, 내가 보는 것을 믿는 것도 전부가 아님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이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은 ‘선지식을 만나다’이다. 경허, 만공, 청담, 춘성, 운허, 해안, 동산, 성철 스님 등 고승과 절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님들의 말씀과 행적을 더듬어 볼 수 있다. 두 번째 장은 ‘역사를 만나다’이다. 과거 역사와 절의 사연을 다룬다. 신라시대, 고려시대 등의 인물과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장은 ‘마음을 쉬다’이다. 저자의 마음과 절의 사연을 잘 엮은 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절의 위치를 대부분 찾아봤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는 절의 역사와 사연, 고승, 말씀, 역사적인 인물, 풍경 등이 다양하게 있다. 뿐만 아니라 절에 있는 주련의 내용도 살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불교에 관심이 없더라도 절의 역사와 사연을 알기에 적합한 책이다. 


 “주련은 단박에 혀에 착 감기는 맛이 아니라 생각을 일으키는 쓴맛과 같다. 이것이 있음으로 해서 생각을 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 한 줄 요약 : 절을 둘러싼 수행자와 가르침을 배울 수 있다. 

 - 생각과 실행 : 인생무상이라는 것은 인생의 허무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살 길을 찾기 위함이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절도 수행을 위한 하나의 공간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누구인지’ 화두를 갖고, 답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은 오직 본인만이 찾을 수 있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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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연결하라 - 일의 세계가 즐겁게 바뀐다
멜라니 A. 카츠먼 지음, 송선인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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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한 책과 강연은 늘 관심을 받는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직장에서 잘 생활하고,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고민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어떤 사람과는 팀워크가 잘 맞는 반면, 또 다른 사람과는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일하려면, 그것만큼 고역이 경우도 없다.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어려운 경우다. 이것은 수많은 직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회사는 이러한 갈등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물론 수많은 강좌를 통해서 ‘바른 리더십’과 ‘인간관계’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관리자들은 실습도 한다. 하지만 뒤돌아서면 다시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종종 잊는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진짜 충격적인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와 함께 일하는 동료 또한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자주 잊는다는 것이다.” - p7


 회사에서는 비전과 미션을 제창하고, 계획과 목표를 세운다. 거기에 맞춰서 한해 살림을 꾸려나간다. 연말에는 성적표를 받아든다. 그런데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세워도 거기에 맞춰서 그대로 실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적인 변수도 있고, 외적인 변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은 회의를 통해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예전처럼 ‘주먹다짐’은 안 하겠지만, 말로서 ‘전쟁’을 한다. 


 이 책의 메시지는 아주 심플하다. “일 잘하는 사람은 마음을 연결한다”이다. 이 책의 영어 제목도 《Connect First》다. 그만큼 먼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금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인터넷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서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예전처럼 같이 모여서 일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가상의 공간에서 집단지성을 발휘한다. 그 어느 때보다 편리한 세상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떠한가? 회사의 인프라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아졌지만, 역시 사람들 간의 소통으로 대화를 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의 개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간의 ‘연결’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군다나 MZ 세대로 갈수록 ‘직접 대화’ 보다는 ‘간접 대화’를 더 선호한다. 구두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문자나 메신저가 더 편하다. 하지만 문자에는 ‘감정’이 없다. 문자로만 이야기하다보면 동료 간의 관계조차 형성하기 힘들다. 그냥 자신의 일만 마치고 퇴근하는 조직이 되는 것이다. 


 대단히 실망스럽게도 오랜 기간 우리는 사무실에서 감정을 배제한 채 일해 왔다.” - p5


 저자는 조직에서 무엇보다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것은 우리가 ‘감정이 살아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감정의 연결을 통해 보다 즐겁고, 활기찬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약간 막막하다. 서로 ‘공감’하고 ‘배려’를 해야 된다는 것은 알지만 그 외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이 책에는 총 7개의 파트와 52개의 제안이 있다. 존경심 쌓기, 모든 감각 활용하기, 호감 가는 사람 되기, 충성심 기르기, 첨예한 갈등 해결하기, 피하고 싶은 두려움에 맞서기, 영향력 발휘하기가 7개의 파트다.   


 제1부 존경심 쌓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우리가 너무나 많이 듣는 충고다. 웃어보자, 부탁한다는 말, 감사함의 표현, 이름을 부르자, 칭찬하기, 받았으면 받았다고 전하자, 피드백을 제공하자. 이 중에서 ‘받았으면 받았다고 전하자, 피드백을 제공하자’가 사소하지만 정말 필요하다. 


 사실 회사에서 이메일을 보내서 무언가 부탁을 했을 때, 아무런 답변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이메일 잘 받았고, 확인하겠다는 간단한 메시지는 상대방에게 작지만 기본적인 예의다. 이왕이면 언제까지 알려주겠다는 말을 해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피드백을 요청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피드백을 주기 힘들다면, 언제까지 해주겠다는 답을 줘야 한다. 


 제2부 모든 감각 활용하기도 흥미롭다. ‘관심’과 ‘경청’을 강조한 것인데, ‘가끔은 침묵을 택하자’는 것이 인상적이다. 대화를 무조건 많이 하는 것보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산만할 때는 잠시 다 같이 명상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회의가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책임자는 5분간 명상을 하자고 제안해보길 바란다.” - p80


 제3부의 내용 중에서 ‘자석 같은 사람이 되자’도 중요한 이야기다. 자석 같은 사람이 되면 사람들이 늘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말한다. 그러려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고, 무엇보다 ‘정보를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만 잘되겠다고, 또는 나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보를 독점하면 결국 사람들이 그나 그녀를 멀리할 것이다.  


 제4부의 충성심을 기르기는 조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갖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러려면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역할 분담’이다.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생기는 문제는 실무자, 책임자, 조언자, 결과통보 대상자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다. 다 같이 한 방향으로 노를 저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 


 이 때 저자는 ‘RACI’차트를 제안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실무담당자(Responsible), 의사결정권자(Accountable), 업무수행 조언자(Consulted), 결과통보 대상자(Informed)” - p170


 이 외에도 저자가 제시하는 두려움에 맞서는 방법으로 ‘안전지대에 숨지 말자’, ‘세심한 부분에 집중하자’, ‘속하고 싶은 그룹을 만들자’도 굉장히 유익한 충고다. 


 마지막으로 49장에 저자는 “60세는 새로운 30세다”라고 말한다. 직장 내에서 나이든 사람과 젊은 사람과의 조화를 강조했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한다. 

 예를 들어서 60세 이상의 사람도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고, 잠재력이 높은 연장자를 놓치지 말라고 충고한다. 심지어 나이든 팀원은 이른 아침에 일하게 하고, 젊은 엄마 근로자는 아침에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주라고 한다. 


 “행복은 사춘기 후반에 최고점으로 시작되다가 중년에 바닥을 찍는다. 즉, 노년에 인생의 제2의 절정기가 온다. 아르메니아에서 자이르까지 전 세계 어느 사람이든 국적에 상관없이 성숙할수록 더 행복한 경향이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52개의 팁은 이미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30년간 컨설턴트와 임상심리학자로 일했기 때문에, 회사의 다양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거기에 따른 상세한 충고를 잊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기본적인 제안이 정말로 필요한 때이다. 앞으로 비대면 업무가 늘어날수록 더욱 그렇다. 


 ‘기본’을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요즘의 일터에서는 성공과 의미, 기쁨이 사라져가고 있다. 마치 빛과 같이 빠른 오늘날의 의사소통 속도는 개인의 행동에 전례 없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 책은 기업의 경영자, 관리자, 구성원 등 두루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사례와 저자의 따뜻한 충고와 조언이 잘 어우러진 책이다. 


 - 한 줄 요약 : 일의 의미와 기쁨은 ‘관계’에서 시작한다. 

 - 생각과 실행 : 회사는 냉정한 조직이 맞고, 이해관계로 얽힌 집단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회사 업무에 보람과 기쁨을 찾는다면, 가정에도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경영자와 구성원이 모두 윈윈 하기 위해서는 업무에 의미를 부여하고, 구성원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고, 그것은 상호존중과 신뢰에서 시작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로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표현해야 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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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 식사 실천 워크북
에블린 트리볼리.엘리스 레시 지음, 김주리 옮김 / 골든어페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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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관적 식사란 언제 어떤 음식을 먹고 어느 때에 멈춰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배고픔과 배부름에 대한 내적 감각을 따르는 유연한 식사 방식을 말한다.” - p6 


 우리에게 식사는 ‘습관’이다.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세끼를 챙겨먹는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과식을 하거나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게 되면 건강을 해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직관적 식사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직관은 대상을 직감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인식’이 중요하다. 인식을 잘 하기 위해서는 나의 오감이 발달해야 하고, 나의 몸의 상태를 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직관적 식사는 ‘직감’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사고’도 함께 한다. 


 우선 직관적 식사를 통해서 ‘우리 몸 안의 본능을 다시 학습’한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식사를 언제, 어떻게 원하는지를 인지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배고픔을 느끼지 않더라도 일정량의 식사를 한다.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격렬한 운동 뒤에는 배고픔이 무뎌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직관적 식사는 어떤 의미일까? 사실 다이어터의 가장 큰 적은 배고픔이다. 배고픔을 이겨내고 싸우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싸움이 더 큰 문제를 낳는다. 승리를 하더라도 건강에 좋지 않고(불균형한 영양 섭취), 지게 되면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즉 이 책에서 저자가 묘사한 대로 ‘원초적 배고픔’을 느낀 후에 ‘과식’으로 이어진다. 


 만성 다이어터들은 때로 생물학적 배고픔을 부정하지만 이는 역효과를 낳을 뿐이다.” - p46  


 그렇기 때문에 나의 몸에 대한 반응을 잘 느껴야 한다. 저자는 이를 ‘몸에 귀기울기’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체적, 정서적/심리적, 관계적 측면, 영적인 측면 등에서 내가 하는 긍정적인 행동과 방해하는 요소를 따져본다. 

 예를 들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나의 몸에 대한 반응을 보다 잘 느낄 수 있지만, 반대로 권장량 이상의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면, 내 몸이 무엇을 원하는지 느끼기 힘들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로 배를 채우려고 하니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한 ‘자기 돌봄 평가표’를 체크하고,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만약 부족한 점이 많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술과 담배를 줄이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명상을 한다. 심지어 식사할 때, ‘멀티태스킹’을 줄이고 온전히 식사에 집중하는 것도 건강에 좋은 식습관이다. 밥을 ‘천천히’ 먹는 것도 올바른 식습관이고, 과식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배고픔의 신호’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인상적이다. 먼저 꼬르륵거리거나 뱃속이 허한 느낌, 약간의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집중력 저하, 짜증, 졸음, 무기력함도 배고픔이 심해지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평소에 밥을 많이 먹거나 자주 군것질을 해서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냥 습관처럼 밥을 먹는다. 


 “스트레스로 인해 배고픔에 무감각해졌거나 배고픔을 느낄 기회가 없을 정도로 계속 먹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배고픔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배고픔 신호를 알아차리는 일은 더 까다로울 수 있다. 몸이 보내는 메시지에 집중할수록 좀 더 세심하게 배고픔 신호를 듣고 경험할 수 있다.” - p61 


 따라서 저자는 배고픔을 발견하기 위해서 10등급으로 나눴다. 0등급은 매우 극심할 정도의 원초적인 배고픔, 3은 약한 배고픔, 7은 편안한 포만감과 만족감, 10은 토할 정도의 배부름이다. 

 나도 이 표에 맞춰서 따져보니, 식사 시간이 되었을 때, 배에서 ‘꼬로록’ 소리가 느껴지기 보다는 5등급의 ‘중립’ 상태다. 그냥 식사 시간에 맞춰서 밥을 먹었던 것 같다. 그 문제를 따져보니, 아무래도 아이들이 남긴 밥을 먹다보니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아이들 밥은 버리거나, 애초에 양을 줄이려고 한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공복 상태는 4~5 시간이 적당하다고 한다. 이 시간을 넘기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즉, 아침 8시에 식사를 했다면, 12시에 점심을, 저녁은 5시를 조금 넘겨서 먹으면 된다. 문제는 저녁 시간이다. 직장인들은 보통 저녁 7시나 8시까지 일을 하고, 늦은 저녁을 먹게 된다. 거기에다가 술도 함께 한다면 당연히 건강에 좋을 수 없다. 내 몸 안의 시그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


 몸이 보내는 배고픔 신호를 올바르게 인지하고 존중할 때마다 혼란이 아닌 명확성을 얻게 될 것이다.” - p69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배고픔의 신호’를 느끼면 경계하고 고통스럽다. 그리고 나의 몸과 싸우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나의 신체 리듬을 망가뜨릴 수 있다. 그 신호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이 때 음식을 많이 섭취하지 않더라도 ‘적정한 양’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저자는 이것을 ‘음식과의 휴전’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자기 돌봄’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음식에 대한 ‘완벽주의 사고방식’을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자신에게 죄책감을 부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탄수화물 섭취를 반으로 줄이기로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면 자신에게 화가 날 것이다. 보복성 폭식을 할 수 있고, 무리하게 굶주릴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보다 유연하게 목표를 잡으라고 충고한다.


 완벽주의 사고방식을 재구성하는 한 가지 방법은 ‘대부분 지키기’를 통해서다.” - p116 


 이 책에서 저자는 ‘직관적 식사’에 대해서 총 10가지 원칙을 다룬다. 다이어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라, 배고픔을 존중하라, 음식과 화해하라, 음식 경찰에 반박하라, 포만감을 느껴라, 만족 요인을 찾아라, 음식을 이용하지 않고 감정에 대처하라, 몸을 존중하라, 운동으로 기분의 차이를 느껴라, 적당한 영양으로 건강을 존중하라. 


 결론적으로 직관적 식사는 음식, 마음, 몸과의 관계를 치유하는 것이다. 먼저 나의 몸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안 되고, 식사를 할 때는 온전히 식사에 집중해야 한다. 배고픔을 느끼고, 적당한 포만감도 알아차려야 한다. 음식은 음식 자체로 즐겨야 되고, 그것을 스트레스를 푸는 행위로 만들면 안 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는 직관적 식사는 일반적인 방법론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태도 강조하고 있다. 많은 질문과 다양한 방법을 다루고 있고, 책의 분량도 꽤 많다. 이 책을 통해서 한 번에 하나씩 체크를 하면서 나의 건강을 찾았으면 한다. 


 - 한 줄 요약 : 나의 몸을 사랑하고, 음식은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여야 한다. 

 - 생각과 실행 : 식사할 때 멀티태스킹, 그릇을 다 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 스트레스 등은 과식의 주범이 될 수 있다. 밥을 먹을 때는 온전히 밥을 먹는데 집중하면서 천천히 먹는다. 식사 시간을 정해놓은 것도 방법이다. 4~5 시간의 공복을 유지하고, 적당한 식사량을 유지하자. 몸매보다는 건강이 우선이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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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마음공부 불경 마음공부 시리즈
페이융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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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를 접하다보면 ‘반야심경’을 알게 된다. 《반야심경》은《대반야바라밀다경》중에서 요점을 짧게 설명한 경전으로 당나라의 현장 법사가 번역했다. 총 260자로 이루어져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구절인 ‘색즉시공 공즉시색’도 반야심경의 한 구절이다. 


 그렇다면,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해석을 먼저 살펴보자. 참고로 여기에서 ‘색’(色)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호색(好色), 즉 여색을 좋아한다는 의미의 ‘색’이 아니다. ‘색’은 원래 우리 자신의 몸을 의미했고, 그 의미가 확대되어서 신체 기관뿐만 아니라, 색, 소리, 냄새, 맛, 촉감과 같은 감각 기관을 포괄한다. 


 “부처가 말한 색즉시공이란 눈에 보이는 사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눈앞의 것들을 보면서 그것이 수시로 바뀐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일깨워 주는 것이다.” - p76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 경향이 있다. 멋있고, 아름다운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변하는 형체다. 아무리 멋져 보이려고 성형수술을 하고 값비싼 장신구로 몸을 치장해도 그것은 나 자신이 아니다. 나는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색즉시공’ 즉 나는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공’(空) 비어있다는 한자이지만, 불교에서 ‘공’은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집중을 해야 한다. 즉, 나의 마음을 닦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격을 수련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사색하고 실천해야 한다.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출가’는 바로 나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사회적 지위, 다양한 모습이 아닌, 그 실체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출가란 바로 우리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 즉 우리의 진실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실은 그저 환상일 뿐이다.” - p32


 물론 우리의 몸인 ‘색’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지만, 이 변하는 존재도 온갖 느낌을 갖고 있다. 앞서 언급한 나를 꾸미는 것도 나의 자존감이 올라가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멋져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느낌’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공즉시색’이라고 말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점이다. 우리가 존경하거나 우상화하는 사람이나 물체도 그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 그들도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로 이루어진 존재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부러움을 느끼기 보다는 우리 자신의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야 한다. 이를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수생을 일상생활 속에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야심경》은 내가 오감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수온), 그리고 내가 머릿속에 만들어내는 이미지(상온)를 믿지 말고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지위라는 것도 결국 ‘기호’이고, 이것은 사람들이 만든 이미지다. 교수나 종교인, 의사, 변호사 등은 존경을 받는 지위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존경을 받지 못한다는 것도 일종의 사회적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개념도 일종의 ‘기호’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의심해야 한다. 개념에 집착하면 어떤 인위적인 환영 속에 가두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해탈은 일상생활 속에서 해탈하는 것이다. ‘번뇌가 곧 보리’라고 했다. 이것은 불교 사상의 적극적인 면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 p30 

 

 불교에서 중요한 개념인 오온은 색온, 수온, 상온, 행온, 식온이 그것이다. 오온은 ‘집합’이라는 뜻이고, 부처는 오온으로 우리의 생명과 자아를 해석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색은 오온은 첫 번째인 색온이다. 


 “‘오온은 모두 공이다’라는 개념은 허무주의가 아니다. 오온이 모두 공이라는 말은 주재자가 없고, 운명으로 정해진 것도 없으며, 신이 결정하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깨달음이란 인연에 대해 아는 것이다.” - p98


 우리는 ‘생로병사’를 겪으면서 세상을 산다. 그러면서 ‘희로애락’을 느낀다. 누군가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슬프다. 하지만 결국 이것도 우리가 만든 ‘개념’ 때문이다. 좋은 아파트, 직장을 갖고,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는 것을 ‘행복’이라는 개념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이러한 것을 얻고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더 많은 부와 명예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야심경》의 ‘반야’는 ‘지혜’를 뜻한다. “오온이 모두 공이다”라는 것을 인식하고, 모든 것에 의심을 품어야 한다. 그러면서 일상을 ‘수행’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본질’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심지어 ‘선과 악’을 나누는 행위가 ‘악’을 더 많이 만든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아직도 유혈사태가 멈추지 않는 것도 ‘선과 악’이라는 개념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들이 옳고, 남은 틀리다’라고 이분법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들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느껴야 한다. 현재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보시’를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그것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행위다. 


 “보시는 남의 슬픔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남을 도와주는 행위 속에서 우리 안의 소유욕과 잃어버릴 것을 두려워하는 불안감이 사라지고 평정심을 얻게 된다.” - p36 


 행복과 불행, 선과 악, 미움과 추함 등의 경계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의 존재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깨달음을 얻으면, 조금 더 인생을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자세다. 맑은 날은 맑은 날로 누리고, 비 오는 날은 비 오는 날로 누리면 된다. 그 어디에도 ‘호불호’는 없는 것이다.  


 이 책은《반야심경》의 개념을 그나마 쉽게 설명해주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이해를 돕는다. 260자의 지혜를 몸과 마음에 새겨본다. 


 - 한 줄 요약 : 색즉시공, 공즉시색, 눈에 보이고, 느끼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 생각과 실행 : 겉으로 보이고 느끼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사물의 본질을 뚫어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상생활을 ‘수행’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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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숫자들 - 통계는 어떻게 부자의 편이 되는가
알렉스 코밤 지음, 고현석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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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열린 데이터의 시대, 빅데이터의 세대, 투명성의 세대, 책임의 세대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실 우리는 ‘집계 불이행(Uncounted)’ 세대다.” 


 인류의 역사는 늘 불공평, 불공정과 함께 했다. 왕이 다스릴 때는 신분제가 있었고, 지금도 일부 국가에는 신분제도가 남아있다. 신분제도가 없더라도 부를 축적한 사람은 또 다른 새로운 신분을 갖게 되었고,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가난의 멍에를 지고 살 수밖에 없다. 


 데이터에서도 차별이 있다. 부자는 더 좋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반면, 부자가 아닌 사람은 정보가 늦기 때문에 제때에 투자를 못하기 일쑤다. 그러면서 사회의 불균등은 더 심화되고 있다. 


 정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선거철이 다가오면 유력한 당선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통계 결과를 접한다. 그런데 워낙 각양각색의 기관에서 조사를 하다 보니,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리기 일쑤다. 더군다나 일부 언론은 데이터 중에서 자신들의 방향과 유리한 쪽으로 집계하거나 해석해서 사람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호도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한 집단에 가중치를 더 부여하거나, 불리한 집단은 제외하는 식이다. 


 물론 요새 유권자들은 예전대비 의식이 많이 깨어있고, 비판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쉽게 넘어가지는 않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소득불균형’에 대한 부분도, 어떠한 로직과 규칙을 정하냐에 따라서 수치가 바뀔 수 있다. 만약 어떤 정권에서 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바꾼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서 자신들이 집권한 후에 소득불균형은 줄어들었다고 주장하거나, 또는 반대파를 공격할 때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나마 요새는 많은 데이터를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지만, 데이터에도 감춰진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저자는 이를 ‘언피플’과 ‘언머니’라고 명명한다. 


 밑바닥에는 집계되지 않는 언피플(unpeople)이 맨 꼭대기에는 집계되지 않는 언머니(unmoney)가 있는 세상이다. 


 언피플은 한 마디로 완전히 소외된 계층을 일컫는다. 이들은 정치에 참여할 수 없고, 공공서비스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마치 국가에 유령처럼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언머니’는 반대의 경우다. 언머니는 우리가 카운트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돈이라는 의미다. 즉, 조세, 규제, 범죄 조사 등을 피해서 조성된 ‘블랙머니’다. 다시 말하면 언피플은 ‘소외’되는 계층이고, 언머니는 ‘회피’하는 계층이다. 


 예를 들어서, 다국적 기업의 수익과 세금에 대한 정보는 주지만, 이 기업이 사업 활동을 하는 룩셈부르크와 같은 선진국, 케냐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어떤 수익과 세금을 내는지는 가려져있다. 만약 케냐에서 불법적으로 세금 포탈을 하더라도 알아낼 수 없다는 점이 이 데이터의 문제점이다. 이를 ‘상대적’ 집계 불이행이라고 한다. 


 반면, 부의 분배 데이터에서 막대한 부유세를 회피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거나, 인구조사 데이터에서 시골에 사는 원주민 집단을 배제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부를 집계한다면, 빈부 격차는 예상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 이를 ‘절대적’ 집계 불이행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예는 GDP에서 여성의 가사 노동을 배제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GDP는 집계 데이터가 아니고, 얼마든지 조정될 여지가 있다. 만약 이를 악용한다면, 후진국에서 일부러 GDP 숫자를 낮춰서 국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프리카의 가나가 그러한 데이터의 맹점을 이용했다고 지적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GDP 계열들을 명백하게 조작한다는 증거도 있다.” 


 이러한 집계 불이행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던 간에 도움이 더 필요한 계층은 그만큼 혜택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무릇 국민에게는 법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반대로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도 있다. 남들처럼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데, 만약 공공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이것은 상당히 불합리한 부분이다. 


 공공정책의 시행도 결국 통계 데이터를 근간으로 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집계 누락’이 이루어진다면, 마땅히 받아야할 것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만약 어떤 지역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이것이 제대로 안 이루어지는 경우다. 


 심지어 선진국 미국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어떤 흑인 지역의 투표소는 인구 대비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에, 투표를 하기 위해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백인 지역의 투표소는 여유가 있어서 몇 분 내로 투표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불편함은 흑인들의 투표율을 낮추도록 만들 수 있다. 


 이 책에서 1부는 언피플(체계적으로 배제되는 사람들), 2부는 언머니(불법적으로 숨겨지는 자본), 3부는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모른다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 3부에는 ‘집계 이행 촉구 선언문’도 있다. 


 여전히 숨겨진 자산은 전 세계 GDP 중 약 10%라고 추정하고 있다. 


 “토마 피케티는 그 유명한《21세기 자본》에서 적어도 전 세계 GDP 중 약 10% 규모의 자산이 신고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세상의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데이터 집계에 대한 불합리성을 개선해야 한다. 좀 더 투명성을 높이고, 어떻게 하면 보다 공정한 집계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도 필요하다. 정계와 학계, 그리고 전 세계의 이해기관에서 협심을 해야되는 부분이다. 

 

 “유혹에 넘어간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편견들의 속성과 범위를 이해하면 된다. 집계는 개선할 수 있다. 그렇게 한다면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다.” - p14 


 - 한 줄 요약 : 집계 방식에 따라서 데이터는 왜곡될 수 있고, 이에 따른 불평등도 심화될 수 있다. 

 - 생각과 실행 :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의 집계와 산출 방식에 대해서 더 많은 연구와 토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차별을 줄이기 위해서는 올바른 데이터 집계 및 산정이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데이터를 맹신하면 안 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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