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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숫자들 - 통계는 어떻게 부자의 편이 되는가
알렉스 코밤 지음, 고현석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4월
평점 :
“우리는 열린 데이터의 시대, 빅데이터의 세대, 투명성의 세대, 책임의 세대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실 우리는 ‘집계 불이행(Uncounted)’ 세대다.”
인류의 역사는 늘 불공평, 불공정과 함께 했다. 왕이 다스릴 때는 신분제가 있었고, 지금도 일부 국가에는 신분제도가 남아있다. 신분제도가 없더라도 부를 축적한 사람은 또 다른 새로운 신분을 갖게 되었고,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가난의 멍에를 지고 살 수밖에 없다.
데이터에서도 차별이 있다. 부자는 더 좋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반면, 부자가 아닌 사람은 정보가 늦기 때문에 제때에 투자를 못하기 일쑤다. 그러면서 사회의 불균등은 더 심화되고 있다.
정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선거철이 다가오면 유력한 당선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통계 결과를 접한다. 그런데 워낙 각양각색의 기관에서 조사를 하다 보니,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리기 일쑤다. 더군다나 일부 언론은 데이터 중에서 자신들의 방향과 유리한 쪽으로 집계하거나 해석해서 사람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호도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한 집단에 가중치를 더 부여하거나, 불리한 집단은 제외하는 식이다.
물론 요새 유권자들은 예전대비 의식이 많이 깨어있고, 비판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쉽게 넘어가지는 않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소득불균형’에 대한 부분도, 어떠한 로직과 규칙을 정하냐에 따라서 수치가 바뀔 수 있다. 만약 어떤 정권에서 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바꾼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서 자신들이 집권한 후에 소득불균형은 줄어들었다고 주장하거나, 또는 반대파를 공격할 때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나마 요새는 많은 데이터를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지만, 데이터에도 감춰진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저자는 이를 ‘언피플’과 ‘언머니’라고 명명한다.
“밑바닥에는 집계되지 않는 언피플(unpeople)이 맨 꼭대기에는 집계되지 않는 언머니(unmoney)가 있는 세상이다.”
언피플은 한 마디로 완전히 소외된 계층을 일컫는다. 이들은 정치에 참여할 수 없고, 공공서비스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마치 국가에 유령처럼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언머니’는 반대의 경우다. 언머니는 우리가 카운트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돈이라는 의미다. 즉, 조세, 규제, 범죄 조사 등을 피해서 조성된 ‘블랙머니’다. 다시 말하면 언피플은 ‘소외’되는 계층이고, 언머니는 ‘회피’하는 계층이다.
예를 들어서, 다국적 기업의 수익과 세금에 대한 정보는 주지만, 이 기업이 사업 활동을 하는 룩셈부르크와 같은 선진국, 케냐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어떤 수익과 세금을 내는지는 가려져있다. 만약 케냐에서 불법적으로 세금 포탈을 하더라도 알아낼 수 없다는 점이 이 데이터의 문제점이다. 이를 ‘상대적’ 집계 불이행이라고 한다.
반면, 부의 분배 데이터에서 막대한 부유세를 회피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거나, 인구조사 데이터에서 시골에 사는 원주민 집단을 배제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부를 집계한다면, 빈부 격차는 예상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 이를 ‘절대적’ 집계 불이행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예는 GDP에서 여성의 가사 노동을 배제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GDP는 집계 데이터가 아니고, 얼마든지 조정될 여지가 있다. 만약 이를 악용한다면, 후진국에서 일부러 GDP 숫자를 낮춰서 국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프리카의 가나가 그러한 데이터의 맹점을 이용했다고 지적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GDP 계열들을 명백하게 조작한다는 증거도 있다.”
이러한 집계 불이행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던 간에 도움이 더 필요한 계층은 그만큼 혜택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무릇 국민에게는 법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반대로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도 있다. 남들처럼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데, 만약 공공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이것은 상당히 불합리한 부분이다.
공공정책의 시행도 결국 통계 데이터를 근간으로 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집계 누락’이 이루어진다면, 마땅히 받아야할 것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만약 어떤 지역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이것이 제대로 안 이루어지는 경우다.
심지어 선진국 미국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어떤 흑인 지역의 투표소는 인구 대비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에, 투표를 하기 위해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백인 지역의 투표소는 여유가 있어서 몇 분 내로 투표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불편함은 흑인들의 투표율을 낮추도록 만들 수 있다.
이 책에서 1부는 언피플(체계적으로 배제되는 사람들), 2부는 언머니(불법적으로 숨겨지는 자본), 3부는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모른다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 3부에는 ‘집계 이행 촉구 선언문’도 있다.
여전히 숨겨진 자산은 전 세계 GDP 중 약 10%라고 추정하고 있다.
“토마 피케티는 그 유명한《21세기 자본》에서 적어도 전 세계 GDP 중 약 10% 규모의 자산이 신고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세상의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데이터 집계에 대한 불합리성을 개선해야 한다. 좀 더 투명성을 높이고, 어떻게 하면 보다 공정한 집계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도 필요하다. 정계와 학계, 그리고 전 세계의 이해기관에서 협심을 해야되는 부분이다.
“유혹에 넘어간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편견들의 속성과 범위를 이해하면 된다. 집계는 개선할 수 있다. 그렇게 한다면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다.” - p14
- 한 줄 요약 : 집계 방식에 따라서 데이터는 왜곡될 수 있고, 이에 따른 불평등도 심화될 수 있다.
- 생각과 실행 :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의 집계와 산출 방식에 대해서 더 많은 연구와 토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차별을 줄이기 위해서는 올바른 데이터 집계 및 산정이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데이터를 맹신하면 안 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