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젠가
이수현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결론 및 평가

20,30대의 일상적인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고민들을 가지고 담담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어조로 꼬집어내고 있다

책을 읽으며 이거 에세이야? 하고 몇번이고 표지를 확인 했다. 과장이나 꾸밈없이 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들려주지만 그 속에 사람들이 겪는 감정들의 변화가 실제 삶과 맞닿아 있다.

청춘들이 위태롭게 쌓아 올린 유리젠가, 그 사이를 파고드는 빛으로 건네는 마음이 있다.

작가는 눈이 시리도록 투명한 그 길을 걷는 이가 결코 당신 혼자가 아님을 보여준다. 함께 하는 마음이 모여 홧홧한 믿음이 되고, 결국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게 될 것이라는 다정한 위로를 전한다.

〈시체놀이〉

“죽지 않은 피부는 죽음의 색을 벗겨내자 다시금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반복되는 취업 실패를 겪으며 ‘꿈을 좇는 삶이 아닌, 되는대로 살아지는 삶’을 살던 주인공. 죽음의 그림자를 입고 주변인으로 배회하는 와중 작고 단단한 존재들을 마주한다. 그녀는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되지도, 소멸해버리지도 않을 제 존재를 확신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유리 젠가〉

“네 나이 서른여섯인데, 이제 또 누군가와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여자로서는 거의 마지노선이잖아.”

평범한 30대 후반 직장인 소영은 오래된 연인과의 권태기를 겪으며 좌절하고 아파한다. 영원히 지속될 달콤한 사랑이 과연 있을까? 눈이 부시도록 빛나면서도 위태로운 그 사랑을, 이젠 다시 믿어보려 한다.

〈달팽이 키우기〉

“서울에 내 집 마련은 힘들지만, 너를 위한 집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코로나 이후, 암담한 현실을 마주한 젊은 연인은 부서진 패각 안으로 자꾸만 숨으려 한다. 공기마저 냉랭한 그들의 공간에 들어온 작은 생명체는 자꾸만 새로운 다짐을 움트게 한다.

〈발효의 시간〉

“마음의 반죽처럼 둥글게 부풀어 발목까지 쌓인 눈 위로 아직 그 누구의 발자국도 남겨져 있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진심과 정성을 담은 삼 대의 반죽이 독자의 마음속에서 부풀어 올라 행복의 향기를 풍기는 것처럼. 삶의 방향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우리는 각자가 서 있는 이곳에서 묵묵히 걸어 나갈 것임을 알기에.

⭐ Tag



#유리젠가 #이수현 #메이킹북스 #단편소설 #단편소설추천 #시체놀이 #달팽이키우기 #발효의시간 #취업 #연인관계 #현실적세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책소개 #서평단 #신간도서 #최신도서 #책추천 #서평 #서평쓰는남자 #소원지기 #kthigh11

현재 ‘헬조선’으로 상징되는 한국 사회에서, 다수의 청년주체들이 대면하고 있는 극심한 사회 경제적인 불안과 이들의 삶을 옥조이는 과도한 경쟁의 집합적인 효과를 질적인 분석과 비판적인 문화 해독의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청년들은 험난하고 불안정한 구직의 현실과 고용이 결여된 성장, 그리고 사회경제적인 곤궁을 대면하면서, 실패에 관한 팽배한 두려움과 같은 집합적인 감정의 동화속에서 위태롭게 생존을 영위하고 있다.

​이 시대 청년들은, 만성적 실업과 높은 등록금, 그리고 정서적 불안과 폐색감(閉塞感)에 시달리면서, 사회적 문제보다는 개인적 활로를 타개하는 데 더 몰두하는 존재들로 표상이 되기도 한다.

​구직과 생존이라는 핵심 테마를 중심으로 청년주체들이 어떠한 유형의 생존의 방식들을 영위하고 있으며, 또한 낙오와 패배를 두려워하면서 자신을 소진하는 치열한 경쟁의 대열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복합적인 동시에 매우 취약한 상황을,

​질적인 방식의 접근과 기존의 ‘삼포세대’와 같은 자신들이 처한 불안정하고 그늘진 상황과 이에 연동하는 주요 사회적인 이슈들에 대하여, 어떠한 복합적인 반응과 구체적인 비판, 그리고 항변 등을 제기하는지를 세밀하게 진단해보고 삶의 어떤 장기 안정적 전망도 가질 수 없는 게 이들의 삶이다.

이들 앞에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실낱같은 기회를 잡아 ‘안정된 미래’ 획득에 성공하거나, 아니면 이에 실패해서 평생 프레카리아트적인 불안한 미래를 전전하거나의 가파른 양자택일의 기로만 놓여 있다.

​2030세대가 모두 신자유주의적 현실에 완전히 찌들어버려 새로운 미래를 향한 어떤 생각도 포기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진정 걱정해야 할 것은 지금 가장 절박하게 이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그들에게 잠재된 급진적 저항의 에너지가 어떤 출구로 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자발적 노예도 아닌, 역사의 주체로 설 수 있는지, 또한 그러기 위한 어떤 사상적, 실천적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지, 과연 우리 사회에 그런 여지가 있기나 한지 기성세대들이 철저한 메시지를 남겨줘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