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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평점 :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두꺼운 책입니다. 무려 631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이거든요.
우리말 제목은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이지만 원제목은 Big little lies입니다. '크고 작은 거짓말들'인 셈이죠.
처음에 우리말 제목을 보고 아주 사소한 거짓말이 대형 참사를 불러오는 내용을 상상했답니다. 표지의 롤리팝이 산산조각나는 모양도 제 상상력을
부추기고 있었으니 의기양양하게 정답을 들춰보는 심정으로 페이지를 열었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원제목 '크고 작은 거짓말들'이 더 적절할것 같더군요.
아이들의 같은반 학부형들이 주인공들이고 그들이 슬며시 털어놓는 비밀 혹은 사생활들이 이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이끌어 갑니다.
정의대장 매들린, 가정폭력의 희생자 셀레스트, 원나잇 스탠드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제인이 친구가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매들린은 40대에 들어선 것도 우울한데 딸 아이가 이혼한 남편의 가정에 동화되어 가는 것도 영 못마땅해요. 게다가 떠난 남편에 대한 배신감도
추스르지 못했는데 재혼한 남편의 가정이 완벽해 보이는 것도 억울함을 부추기죠.
셀레스트 부부는 누가봐도 완벽한 커플이지만 남편이 주기적으로 아내를 폭행해요. 그녀는 달아나고 싶지만 아이들을 핑계삼아 그의 곁을 지키죠.
제인은 젊은 시절 잘못된 원나잇 스탠드로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는데, 그 남자의 가학적이고 못돼먹은 언사에 커다란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게
되었어요.
학교 행사에서 셀레스트의 남편은 본색을 드러내고, 이에 격분한 학부모 보니가 그를 베란다에서 밀어죽게 만들죠. 그녀 또한 어릴때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트라우마가 있어서 순간 분노가 폭발해 버리고 말았던거죠.
비로소 셀레스트는 대중 앞에서 자신의 가정폭력 경험을 담담히 말할수 있어요. 제인은 커피샵 총각과 알콩달콩 사랑을 시작했고, 매들린도
자신이 느낀 전남편에 대한 배신감을 온전히 바라보게 되었어요.
누구나 숨기고 싶은 감정과 비밀을 안고 살아가기 마련이예요. 특별하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비밀이 있다는건 한편으로 우리를 안도하게
만들죠.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아이들을 앞세우고 어른들이 얼마나 비겁하고 우스운 행동을 하는지 새삼 깨달았답니다. 자신의 아이가 맞았다는 사실로
자신은 피해자, 상대편은 가해자라고 낙인 찍고, 가해자 아이만 생일 파티에 초대하지 않는 등, 이런 어른답지 못한 행동들은 씁쓸하지만 현실감
있는 모습들입니다.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이 책은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합니다. 반전이 드러나는 대목도 흥미롭고, 캐릭터들이 고군분투하는 부분들도
감정이입을 불러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매들린처럼 정의로운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쉽게 흥분하고 또 쉽게 사그라지는 전형적인 다혈질형이지만 적어도
이런 사람들이 많다면 세상이 그리 부정적으로만 흘러가지 않으리라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죠.
긴 소설이지만 충분히 빠져서 읽었기에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다 마음이 짠해지기도 하고, 나쁜
캐릭터의 죽음 앞에서는 알수없는 통쾌함도 느꼈지요. 이런 것이 소설이 주는 효용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