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 물리학 - 런던 대학교 물리학 교수가 들려주는 일상 속 과학 이야기
헬렌 체르스키, 하인해 / 북라이프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찻잔속물리학 #서평
수능을 치던 수험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교양 과학서를 마음 놓고 읽지를 못했다. 전공 서적과 씨름하느라, 생활비를 버느라 한가한 마음으로 독서에 집중하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투사가 된 이후에 그런 걱정으로부터 잠시 유예기간을 얻을 수 있게 됐고, 다시 교양서적을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교양서적의 내용 자체가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한 번 더 쉽게 설명해 주는 수준의 내용인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웬만한 책을 펼쳐 보면 아무리 어려워도 최소한 반 이상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다른 책과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점에 싫증을 느낀 경우도 많았다.
(과학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지식이라는 증거가 되기는 하겠지만 짜증은 날 수밖에 없다.)

학계에 보고된 새로운 발견을 기념해서 나온 책들 같은 경우는 이난이도가 상당한 책들도 많이 있었으나, 그 경우는 충분한 연습문제가 없어서 내가 책 내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연습문제까지 풀 거였으면 그냥 전공서를 사는 것이 낫다. 그러나 현대물리학의 최전선에 해당하는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게 만들어 줄 정도의 전공서를 볼 능력은 아직 내게 없다.

그래서 새로운 물리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고전, 전자기학 정도의 지식을 활용해서 실제 생활에 적용해보거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들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다 찻잔 속 물리학 이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이 책은 내가 딱 원하던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 책의 특징 은 저자의 '호기심'과 '좋은 관찰력', 그리고 '풍부한 경험과 배경지식'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챕터는 기체 법칙으로 시작한다. 어떤 옥수수가 팝콘이 될 수 있는지, 코끼리는 코를 이용해서 물을 마실 때 몸 내부 구조를 어떻게 변형시키는지, 향유고래는 어떻게 물 속에서 숨을 쉬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마지막은 V-2로켓의 원리로 마무리한다. 이 모든 것은 기체의 성질로 설명이 된다.

책을 읽다 보면 뜬금없이 영국에 서식하는 푸른박새를 만나게 될 것이다. 푸른박새들은 얇은 금속 우유병을 쪼아서 구멍을 낸 다음 맛있는 크림을 빨아먹는다. 하지만 현재 영국에서 이러한 행동을 하는 푸른박새는 드물다.
부력이 물체의 크기와 상관있다는 점을 이용하여서 우유의 균질화 공정이 발명됐기 때문이다. 막 짜낸 우유와 달리 균질화 공정을 거친 우유는 지방 입자들이 작은 알갱이로 산산히 부서져 있다. 그 때문에 장시간 놔 두더라도 자연스럽게 크림이 떠오르는 일은 없다. 이 때문에 푸른박새는 우유 크림을 먹지 못하게 된 것이다.

각 챕터마다 하나의 간단한 주제를 정하고 이것이 적용되는 방식을 직관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이었다. 세상을 적절한 모델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이런 내용 서술방식은 과학이 단순히 머릿속 논리, 허황된 생각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를로 로벨리의 책을 읽는 것은 이번이 두 번쨰이다. 작년에 '최초의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라는 신선한 제목에 이끌려서 카를로 로벨리라는 사람을 처음으로 대하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최후의 연금술사이자 최초의 과학자'라는 타이틀이 붙여진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이다. 그래서 '최초의 과학자'라는 타이틀도 보통은 케플러가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최초의 과학자라는 타이틀을 과감히 그보다도 훨씬 더 전인, 2000여 년 전의 인물인 아낙시만드로스로 설정하는 과감함을 보였고, 저자는 자신의 풍부한 지식을 이용해서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의 사상과 현대 과학의 기반을 병렬적으로 제시하고, 그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통찰을 보여 주었다.


이번 책에서도 그 면모를 기대하고 책을 펼쳐들었고,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저자는 현대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는 원자론, 다시 말해서 세상이 연속적인 물체가 아니라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론을 맨 처음으로 생각해 낸 데모크리토스에 우선 주목한다. '원자들은 모양 외에는 그 어떤 성질도 갖지 않습니다. 무게도 색도 맛도 없습니다. "관례상 달고, 관례상 쓰고, 관례상 뜨겁고, 관례상 차갑고, 관례상 색이 있는 것이지, 실상은원자와 진공일 뿐이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 현재 우리 과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관점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가!


저자는 데모크리토스의 입을 통해 '간단한 관찰과 예리한 추론'를 가지고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위대한 지성인의 업적이 온전히 전해지지 못하고 단편적인 조각으로 남아버렸다는 점에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조각이 다시 모여서 뉴턴이라는 최고의 천재에게, 그리고 더욱 커다란 선물로 우리에게 전해졌다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데모크리토스가 생각한 '세상은 연속적이지 않다.' 라는 아이디어가 현재까지 유효하다는 사실이 책 전반을 통해서 계속 나온다.

플랑크가 에너지가 양자화돼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 그렇고, 아인슈타인의 광자 이론이 그렇고, 아인슈타인이 브라운 운동을 통해서 원자론을 마침내 입증했다는(동시대 최고의 지성 중 하나인 에른스트 마흐는 원자를 믿지 않았다.) 사실이 그렇고, 마침내 현대 양자론에서 자연이 근본적으로 최소 길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사실이 그렇다.


그리고 마침내 시공마저도 양자화돼 있다는 아이디어를 이용해서 양자 중력 이론에 대한 설명도 이끌어 냈다.

정보의 양 자체가 무한하다고 생각하던 고전역학의 세계에서 정보의 양 자체가 제한돼 있다는 양자중력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보여 주고 있다.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는 개념들이 물리학에 끼친 영향은 너무나 많고 방대하다.

이런 사실들을 서평에 전부 다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EW 재미있는 물리여행 - 정식 한국어판
루이스 캐럴 엡스타인 지음, 강남화 옮김 / 꿈결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떄, 그러니까 중학교 2학년 떄 나는 한창 과학고등학교에 가고 싶었다. 고등학교 과학에 대한 선행도 제대로 돼 있지 않고 학원도 따로 다니지 ㅏㄶ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늦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꼭 과학고등학교에 가고 싶ㅍ었따.

그래서 그 때 선생님께서 재미있느 물리여해이라는 책(1,2권으로 구성)을 추천해 주셔서 구해 읽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그 때는 정말 이해를 잘 못 했고,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었다.

가끔 선배들이나 선생님들이 흥미롭다고 말해주는 문제나 몇 개 알고 있을 뿐, 제대로 내가 이 책을 탐독해 보지는 못한 거지.


과학고등학교에 가는 것에는 실패하고, 이제 이공계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그 책이 사실은 해적판이었고, 이번에 새로 제대로 된 번역판이 나온다고 하여서 구해서 읽어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읽던 책보다 훨씬 더 좋아진 디자인, 그리고 추가된 내용들을 보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떄와 달라진 점을 찾으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실 너무 오래 전에 읽은 것이라, 달라진 점을 찾는 것은 힘들었지만, 대신에 내용을 좀더 잘 이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그 때와 똑같은 실수를 하는 모습도 발견했다


수능에서 물리i과 ii를 모두 공부했었는데, 그 때는 수험서에 빠져들어서 물리학의 진짜 의미를, 수식 하나라도 진짜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 집중했는데, 문제를 열심히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좋은 문제를 많이 풀어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수능에서는 아쉬운 점수를 받았었는데, 만약 수험생 때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많이 얻게 되었따.


이제 내일이면 입대를 하게 되는데, 입대를 하고 나서, 조금 군생활이 편안해진다면 , 그 때 다시 이 책을 펴 볼 생각이다.

그리고 이 책 저자의 의도대로, 한 문제를 읽고, 오랫동안 고민하여 나 스스로 답을 찾아보고 이해하는 과정을, 정신적 수련을 다시 거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 감기에서 아토피까지
김효진 지음 / 에디터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지성주의가 사회를 어떻게 망치기 시작하는지 보여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 - 과학적 사고의 탄생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희정 옮김 / 푸른지식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최초의 과학자이자, 최후의 자연철학자"라는 칭호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에게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아낙시만드로스를 최초의 과학자로 칭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아낙시만드로스, 낮설지 않은 이름이지만, 그렇게 친숙한 이름도 아니다.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서는 단지 '물이 세상의 근원이다.' 라는,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틀린 말을 한 사람 정도로 소개돼 있고, 교양 과학서적에서도 '땅 밑에는 물이 있으며, 땅은 물에 둥둥 떠 움직인다.'는 주장을 펼쳐서, 현대의 판 구조론과 흡사한 주장을 한 적이 있는 사람 정도로 소개돼 있을 뿐이다.

한 마디로 그저 '특이한 주장을 한 철학자'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아낙시만드로스에 대한 기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읽은 아낙시만드로스는 내 예상을 넘어서는 거인이었다.

 

책의 시작은 그의 업적만큼이나 장업하였다. 저자는 인류 문명이 이제 막 시작된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활을 생동감 있게, 그리고 마치 그 시대를 사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서술해 나가고 있었는데, Microsoft 사의 Age of Empire라는 게임에서 문명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플레이하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의 사회상, 자연환경으로부터 형성된 당대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관점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저자의 고대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록조차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2쳔 년 전 사람의 생각을 알기 위해서 또다시 2천년의 세월을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그로부터 아낙시만드로스를 비롯한 그리스 철학자들이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가 살기 이전의 시대는 거대한 왕국이 나타나고, 인류가 지식을 갖게 됨으로써 비로소 인간과 다른 삶을 영위하기 시작한 시대이지만, 동시에 극소수의 인간을 제외하고는 지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현대의 읽기 쓰기의 목적은 정보와 지식의 공유과 전달이지만, 당시만 해도 읽기 쓰기의 목적은 '보안'이었다. 따라서 당시의 문자는 지금과는 달리 읽고 쓰는 방식 자체가 어려웠다. 당시 제국에서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은 왕궁의 필경사들 뿐이었으며, 심지어는 군주들도 읽고 쓸 줄 모르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이런 상황은 중세까지 이어져서, 샤를마뉴 대제도 문맹이었다.)

 

이것은 서양 뿐 아니라 동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세계에서 지식이라는 것은 하달되고, 그것을 익히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스승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것을 전달받아서 발전시키는 것만이 중요하지, 그것을 벗어난 생각은 옳지 못한 생각으로 치부되거나 불경한 것으로 취급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아낙시만드로스는 스승의 직관과 사유하는 방식, 지적인 성취를 누리는 동시에 스승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저자는 그를 '최초의 과학자.' 라고 불렀다.

과학 연구에서 중요한 것이 지식의 양이 아닌 지식의 활용과 새로운 지식이 발 생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임을 우리에게 시사해 준 아낙시 만드로스는 정말로 '최초의 과학자' 라고 하 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