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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 - 과학적 사고의 탄생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희정 옮김 / 푸른지식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최초의 과학자이자, 최후의 자연철학자"라는 칭호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에게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아낙시만드로스를 최초의 과학자로 칭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아낙시만드로스, 낮설지 않은 이름이지만, 그렇게 친숙한 이름도 아니다.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서는 단지 '물이 세상의 근원이다.' 라는,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틀린 말을 한 사람 정도로 소개돼 있고, 교양 과학서적에서도 '땅 밑에는 물이 있으며, 땅은 물에 둥둥 떠 움직인다.'는 주장을 펼쳐서, 현대의 판 구조론과 흡사한 주장을 한 적이 있는 사람 정도로 소개돼 있을 뿐이다.
한 마디로 그저 '특이한 주장을 한 철학자'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아낙시만드로스에 대한 기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읽은 아낙시만드로스는 내 예상을 넘어서는 거인이었다.
책의 시작은 그의 업적만큼이나 장업하였다. 저자는 인류 문명이 이제 막 시작된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활을 생동감 있게, 그리고 마치 그 시대를 사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서술해 나가고 있었는데, Microsoft 사의 Age of Empire라는 게임에서 문명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플레이하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의 사회상, 자연환경으로부터 형성된 당대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관점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저자의 고대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록조차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2쳔 년 전 사람의 생각을 알기 위해서 또다시 2천년의 세월을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그로부터 아낙시만드로스를 비롯한 그리스 철학자들이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가 살기 이전의 시대는 거대한 왕국이 나타나고, 인류가 지식을 갖게 됨으로써 비로소 인간과 다른 삶을 영위하기 시작한 시대이지만, 동시에 극소수의 인간을 제외하고는 지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현대의 읽기 쓰기의 목적은 정보와 지식의 공유과 전달이지만, 당시만 해도 읽기 쓰기의 목적은 '보안'이었다. 따라서 당시의 문자는 지금과는 달리 읽고 쓰는 방식 자체가 어려웠다. 당시 제국에서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은 왕궁의 필경사들 뿐이었으며, 심지어는 군주들도 읽고 쓸 줄 모르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이런 상황은 중세까지 이어져서, 샤를마뉴 대제도 문맹이었다.)
이것은 서양 뿐 아니라 동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세계에서 지식이라는 것은 하달되고, 그것을 익히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스승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것을 전달받아서 발전시키는 것만이 중요하지, 그것을 벗어난 생각은 옳지 못한 생각으로 치부되거나 불경한 것으로 취급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아낙시만드로스는 스승의 직관과 사유하는 방식, 지적인 성취를 누리는 동시에 스승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저자는 그를 '최초의 과학자.' 라고 불렀다.
과학 연구에서 중요한 것이 지식의 양이 아닌 지식의 활용과 새로운 지식이 발 생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임을 우리에게 시사해 준 아낙시 만드로스는 정말로 '최초의 과학자' 라고 하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