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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 - 조현병 환자의 아들들이 들려주는 열두 가지 이야기
수잔 L. 나티엘 지음, 이상훈 옮김 / 아마존의나비 / 2020년 3월
평점 :
조현병 환자의 아들들이 들려주는 열두가지 이야기,라는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나는 원래 이기적인 인간이라 내가
관심있고 좋아하는 이외의 것에는 심드렁한 편이라 솔직히
쉽게 첫페이지를 넘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기우였다.
첫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책장은 쉽게 넘어갔고 출렁이는
마음은 멈칫멈칫 자꾸만 나를 다른것들로 주저앉게 했다.
조현병 환자의 아들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지만 내 얘기였다.
어쩌면 나는 조현병이라는 진단명을 받은 환자가 아니었을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소한 일들까지 걱정했고, 자주 우울했고,
감정의 기복이 심했고, 사소한 일에도 불안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참 우스운건
좋은 아내, 좋은 엄마로 살려고 어쩌면 가장 편한 남편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 꽤 많은 상처를 주었다는것이다. 어쩌면 나는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코스프레만 하고 살아왔던건지도 모르겠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조금씩은 이런 문제들을 누구나
갖고 산다. 다만 참을뿐이다. 한계점이 다다를때까지, 힘껏.
그렇게 한계점에 다다르는 동안 우린 환자로 살아온건 아닌지.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는게 불현듯 무섭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이 책을 읽는 며칠, 유능하고 친절한 정신과 의사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치유가 될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분명 내 문제점을 진단하고 알게 됐으니 이 글에 나오는
그들이 지나온 오류는 피하고 칭찬하고 싶은건 그대로 실천하다
보면 결국 내가 상상하는 그 삶을 살게 되겠지?
지금, 가족이 날 힘들게 한다면 이 글이 위로해줄지도 모른다.
'가족은 양날의 검이다.
서로에게 사랑을 베풀기도 하지만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기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