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밖에 난 자들
성은영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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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추리 소설을 읽은 것 같다.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책을 덮지 못한 건 오랜만이다.

뭐랄까, 대한민국 육군 병장인 아들과 대학교 3학년 딸이 있는
내게 이 책은 아들은 '귀랑'이 처럼 눈밖에 나게 키우지 말아야
하고, 딸은 '꼭지'처럼 여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남자들에게 당당
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는걸 가슴 깊숙이 콕콕 박히도록 가르
쳐줬다.

어릴때 몇번의 성추행을 당해본 나도 시간이 이만큼이나
지났지만 그때의 짧은 시간의 기억만은 사진 찍히듯 선명
하게 남아 눈을 질끈 감게 만든다. 꼭지에겐 유정이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지만 그때 나는 대개의 평범한 여자들처럼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앓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도 세상을 바라는 시선이 달라졌다.
남자들에게 여자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괴롭히지 말라고,
남자와 똑같은 인격체로 대하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50대 중반을 넘어선 성은영 작가는 '시력이 허락하는 날까지
재미있고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어수선한 지금의
이 사회에 의미있는 소설을 쓰는 그녀가 어느 누구보다 존경
스럽다. 그녀가 책 첫페이지에 친필로 남겨준 '날카로운 시선,
따뜻한 가슴'이란 글은 내 삶의 목표로 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가며 그녀의 다음 소설을 기다리고 있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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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트러블 - 그림으로 읽는 주체와 대상의 관계 인문학
정일영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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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영의 러브트러블을 몇장 넘기지 않았을때 이런 문장을 만났다.
'욕망은 위험하지만 욕망없이 사랑은 시작되지 않는다'
이 한줄에 마음이 쿵 내려앉아 그날은 책을 덮고 내내 서성거렸다.

정일영 작가의 책은 두번째인데 작가는 그림안에서 사랑을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김동률의 <동반자>를 처음 들었을때
얼만큼 지독한 사랑을 하면 이런 가사와 이런 절절함으로 노래를
부를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한편으론 결혼전 기억에 남는 사랑 따위
못해본 내겐 그의 그런 지독한 사랑이 솔직히 많이 부러웠다.
뭐랄까, 정일영의 <러브트러블>은 김동률의 <동반자>를 만난이후
대체, 사랑 뭘까?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보게 된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이끌리는 글들을 낙서하듯 옮겨적다가 가끔
사랑이라는 감정이 삐그덕 거릴때 부적처럼 읽고 싶은 글이 있다.

"사랑에 안주하게 되면 상대의 어지간한 허물엔 마음을 두지
않는다. 상대의 주변 관계까지 너그럽게 포용한다. 그리고
마음편히 '자기만의 방'을 갖는다. 서로의 자유를 허락하며
혼자만의 자유를 즐긴다. 각자의 취미를 즐길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가질때 사랑의 바퀴는 더 먼곳까지 굴러갈 수 있다.
이별보다 사랑이 훨씬 어렵다."

작가는 책에서 '이별은 상처를 남기지만 자유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이 책을 읽고 어떤 이별도 담담하게 받아들일수 있는
위로를 얻었으니 이 책, 내겐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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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 - 조현병 환자의 아들들이 들려주는 열두 가지 이야기
수잔 L. 나티엘 지음, 이상훈 옮김 / 아마존의나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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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의 아들들이 들려주는 열두가지 이야기,라는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나는 원래 이기적인 인간이라 내가
관심있고 좋아하는 이외의 것에는 심드렁한 편이라 솔직히
쉽게 첫페이지를 넘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기우였다.
첫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책장은 쉽게 넘어갔고 출렁이는
마음은 멈칫멈칫 자꾸만 나를 다른것들로 주저앉게 했다.

조현병 환자의 아들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지만 내 얘기였다.
어쩌면 나는 조현병이라는 진단명을 받은 환자가 아니었을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소한 일들까지 걱정했고, 자주 우울했고,
감정의 기복이 심했고, 사소한 일에도 불안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참 우스운건
좋은 아내, 좋은 엄마로 살려고 어쩌면 가장 편한 남편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 꽤 많은 상처를 주었다는것이다. 어쩌면 나는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코스프레만 하고 살아왔던건지도 모르겠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조금씩은 이런 문제들을 누구나
갖고 산다. 다만 참을뿐이다. 한계점이 다다를때까지, 힘껏.
그렇게 한계점에 다다르는 동안 우린 환자로 살아온건 아닌지.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는게 불현듯 무섭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이 책을 읽는 며칠, 유능하고 친절한 정신과 의사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치유가 될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분명 내 문제점을 진단하고 알게 됐으니 이 글에 나오는
그들이 지나온 오류는 피하고 칭찬하고 싶은건 그대로 실천하다
보면 결국 내가 상상하는 그 삶을 살게 되겠지?

지금, 가족이 날 힘들게 한다면 이 글이 위로해줄지도 모른다.

'가족은 양날의 검이다.
서로에게 사랑을 베풀기도 하지만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기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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