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란의 시대 - 기후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다
아미타브 고시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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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브 고시는 기후 위기를 문학과 역사 그리고 정치와 관련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를 기존의 문학 형식이나 사고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들은 예전의 내러티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기후 위기와 같은 사건에 대해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즉, 인간이 가진 상상력은 이러한 변화의 규모를 이해하고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말한다.

지구 온난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는 그러한 위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누구도 그런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 존재를 새롭게 상상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말한다. 인간이 자연을 다루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인간이 자연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일부일 뿐이다. 자연은 역동적이며 앞으로도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자각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다가올 미래를 알고 있지만, 눈뜬 장님행세를 한다.

기후 위기는 지연 현상이라 하기엔 ‘사건’에 가깝다. 이제 문학은 내러티브에서 벗어나 이 사건을 이야기의 중심에 둬야 한다. 세계적 문제일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상상력의 실패로 빚어진 문제에 가깝다. 작가의 이런 시선은 지극히 날카롭기에 폭넓은 관점에서 고민하게 한다.

현재 직면한 상상력의 한계는 기후 위기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능력에 제동을 걸게 한다. 지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니, 이미 변했다. 그러나 우리의 상상력과 사고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 간극을 채우기 이해서는 문학, 역사, 정치적 측면에서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도시가 침수당하거나 생태계의 변화같이 이미 지구는 변화를 겪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 문화는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왜곡된 진실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거대한 변화를 뛰어넘지 못하는 단절이 바로 ‘대혼란의 시대’이다.

저자는 기후 위기가 산업혁명 이후 강대국이 만들어낸 탄소 경제의 산물임을 지적한다. 강대국은 산업혁명과 화석연료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가난한 나라들은 오히려 역사적 불평등 구조에 편승된 희생자일 뿐이다.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탄소 경제 산업이 영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기후 위기의 시작 또한 이 시기에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니 환경이 망가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초한 일인 셈이다. 가난한 나라가 더 가난한 이유 또한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살면서 겪는 온갖 상처나 문제들이 진짜 우리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해도 좋을까란 의문을 품게 된다. 우리는 서로가 얽히고 설켜 있기에 그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하면 더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느 하나의 책임이라 볼 수 없다.

문학이 기후 위기를 다루지 못하는 한계를 저자는 비판하고 있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 세상이 왔다. ‘설마 그럴라고...’ 현실 자각을 미루면서 우리는 지금 실시간으로 경혐하는 모든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어쩌다 현실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하는 능력을 잃게 되었을까. 지구는 이미 변했고 우리는 매일 달라진 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면서 말이다.

기후 위기를 되돌리려는 싸움은 분명 일어나고 있지만, 이미 그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이 부분은 나 역시 몹시 안타깝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자연 그 자체로 삶을 바라보고, 배경이 아닌 사람과 자연의 융화된 관계를 다시 써야 한다.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세대는 우리가 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시는 이러한 믿음을 전하면서 이 책을 마무리 했다.

@gbb_mom 단단한맘 @takjibook 탁지북님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ecolivres_official 에코리브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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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스 - 지금 시작하는 목표 설계의 비밀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 지음, 장원철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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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목표와 동기부여에 관한 오랜 연구 끝에 이 책을 펼쳐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동안 내가 겪은 수많은 실패의 원인은 ‘엉뚱한 행동의 반복’과 ‘잘못된 신념’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태어날 때부터 ‘원래 그런 인간’은 없으며 누구나 적절한 훈련과 전략을 통해 목표성취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붙잡고 있던 핑계를 무너뜨렸다.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새 다이어리 시즌이 찾아왔다. 뭔가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고, 그 수많은 계획 중에 ‘다이어트’는 꼭 빠지지 않는 목표 중 하나다. 호기롭게 새 다이어리의 첫 페이지를 열었던 그 마음은 어디로 가고 조금만 지나면 흐지부지 예전의 습관으로 다시 돌아가기 일쑤이다. 목표 성취의 문턱에 이르기도 전에 우리는 ‘에이~역시 나는 안돼!’ ‘다음부터 시작하자’라며 시작과 실패 사이를 맴돌기만 한다.

예전의 나는 이런 내가 의지가 부족하다거나 간절함이 그만큼 나를 지배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목표를 이루는 사람들은 타고나길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라며 나를 다독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매해 12월이 되면 다가올 새해를 위해 여전히 수많은 계획을 세운다. 실패로 돌아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우리는 성공에 이르지 못하고 매번 주저앉게 되는 걸까.

내 능력보다 높은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흔히들 실패를 했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 역시 목표를 잡을 때 미리부터 실패할 것을 고려해 내가 ‘해낼 수 있을 만큼’의 목표를 세우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니 기대 이상의 목표를 세울 리도 없고 설상 목표설정을 하더라도 구체적이고 명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가올 새해에는 이전의 성취보다 조금 더 높은 계획을 세워보려는 마음이 생겼다. ‘딱 요만큼만’이라는 마음을 내려놓겠다. 올해 이뤄낸 성취보다 한 단계 더 높이 세워 보려한다. 나도 ‘높은 기대치의 선순환’의 삶을 지속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기통제력’은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워가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학습과 훈련을 통해 자기통제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기통제력이 타고났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은 잘못된 믿음이며 이것은 변화와 성공의 장애물이 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오랫동안의 연구를 통해 어떻게 하면 자기통제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미리 사놓은 새 다이어리의 유쾌한 질주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새해에는 적절하게 ‘자기통제력’을 분배해 꼭 원하는 목표를 성취해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나’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잘못된 신념을 깨닫게 했고,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여러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성공적인 목표 성취에 이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주는 책이라 읽는 내내 내게 적용할 부분들을 표시하느라 손이 바빴다. 다가오는 새해를 성공적으로 시작해서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매듭짓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무작정 다이어리 사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왜’와 ‘무엇’ 사이의 간극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고,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시작하면 이전보다 실패할 확률은 줄어들지 않을까.

이 책은 평소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잘못된 편견 속에서 스스로를 속여가며 살고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적 요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표 설정과 달성 과정에 무의식적으로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것들을 인지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목표성취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듯하다.

또한 이 책은 중간중간 설문지를 넣어 현재 자신의 상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지닌 사람인지, 어떤 것에 자극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며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를 알고 시작하는 일은 실패 확률이 적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_book_romance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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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해답은 언제나 나를 찾아온다
대프니 로즈 킹마 지음, 김정홍 옮김 / 테라코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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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해답은 언제나 나를 찾아온다>는 시련은 이유를 가지고 우리에게 찾아오며, 우리는 그 시련과 고통을 이겨낼 힘을 이미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결코 나약했던 적이 없고, 지금의 시련은 나를 위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한다. 모든 시련과 고통은 이유와 목적이 있으니 절망하거나 쉽게 포기하지 말고 마주한 시련이 내게 던지는 메시지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시련은 우리가 내적 성장과 영적으로 확장될 기회니까. 외면하는 대신 마주보고 그 시련이 내게 왜 왔을까에 집중하면 반드시 그 해답을 찾게 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모든 시련은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언제나 오기에 해답 또한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가던 길로만 가려 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미래만을 꿈꾸지만, 삶의 여정에는 예상치 않은 장애물과 샛길이 수없이 존재한다. 또 그 장애물을 넘었을 때 우리 앞에 전혀 몰랐던 새로운 길이 펼쳐지기도 한다. 삶의 해답은 그렇게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p311

이 책은 시련을 마주했던 사람들의 실제 사례를 들어 시련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딱히 특별한 해결책을 말하지 않지만, 시련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속에서 그 의미를 찾아간다. 그들은 삶의 안정을 되찾게 되고 영적 신호를 무시하지 않은 덕분에 시련을 발판 삼아 성숙한 나로 거듭난다.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살면서 한 번쯤 겪어 봤을 사례들이기에 읽으면서 다시 나로 돌아와 되묻게 된다.

2장에서는 ‘디폴트’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떤 특정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자기만의 습관같은 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식을 한다거나 쇼핑을 하게 되는 일들이 ‘디폴트’에 해당된다. 이 부분에서 나의 디폴트는 무엇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 극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었다. 살던 곳을 떠나 진짜 독립을 하게 되었을 때 낯선 사람들 속에서 무척이나 외롭고 힘들었었다. 퇴근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았던 신규 시절 눈물로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퇴근을 하는 길이면 루틴처럼 과자를 한아름 사서 집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우걱우걱 입으로 쑤셔 넣기 바빴다.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쫓기듯 먹었다. 걸신들린 것처럼 먹고 나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잠을 잤다. 그런데도살은 찌지 않았던 것을 보면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긴 받았던 것같다.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그 다름엔 물건을 사들이기 바빴다. 일에 혹사당하고 있을 때는 다른 것에 시선을 둘 여력이 없었는데 조금 숨통이 트일만 하니까 물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시골을 벗어나 도시로 오니 예쁘고 화려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월급만 타면 동기와 백화점으로 직행했던 것 같다. 어릴 적에 마음껏 누리지 못했던 것이 트리거가 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족족히 뭔가를 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정신 나간 짓이다. 결혼해서 엄마가 되니 그것도 마음대로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는 글을 쓰며 내면이 단단해졌다. 딱히 무언가 사고 싶은 마음을 줄어들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누적된 시련들이 하나둘 내게 올 때마다 깨달음을 주고 나를 성장으로 이끌었다. 일하던 부서가 문을 닫고 난생처음 원치않던 사직을 하면서 좀 더 이른 나이에 이런 경험을 주지 않았는지 원망도 했었다. 어느 정도의 직급까지 다 놀려 놓고 난 뒤에 왜 이런 시련을 주는지 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면서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 때에 필요해서 일어난 일들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까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그 어느 때보다 직장에 대한 만족감도 높아졌고, 내가 하는 일에 더 감사하게 되었으며, 삶의 중심도 더 견고해져 흔들림이 적다. 그렇게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던 일들도 더는 애쓰거나 매달여 있지 않게 되었다. 글을 쓰는 이 삶을 주려고 거의 10년 동안 쉼없이 나를 힘들에게하는 상황들이 연이어 왔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때는 사람도 이상하게 나를 적대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꼭 있었고,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 억울한 오해도 샀었다. 억울해서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것 같이 아팠었다. 그런데 그 시간을 되돌아 보니 그때 그 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그곳에 늘 비슷한 하루 하루를 살고 있었을 것이다. 10년 뒤 내게 더 좋은 날들을 주려고 시련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글을 쓰면서 이 모든 여정이 기적같이 느껴졌는데 이 책이 그런 나를 대변해 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고급진 글들로 내 마음과 생각을 말끔히 정리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놓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그들이 여섯 살이나 일곱 살 때 좋아하던 무언가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p167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초등학교 입학 전, 엄마는 달력 뒤편에 한글을 내게 가르쳐 주셨다. 엄청 혼이 나면서 한글을 익혔지만, 어느 날부터 텔레비전 속 글자가 읽히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나는 그게 하도 신기해서 내가 읽을 줄 아는 모든 글을 적어 놓고 싶었다. 음악 프로그램을 봐도 까막눈일 때는 관심 없던 노래 제목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당시 우리 집에는 반반한 노트가 없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책꽂이에 잠자고 있던 아빠의 책들이었다. 그 두꺼운 책을 꺼내 한 페이지마다 듬성듬성 무 썰 듯이 삐뚤빼뚤 서툰 글씨로 큼직하게 ‘친구여’ ‘개똥벌레’ .... 노래 제목들을 적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내 손으로 그 글을 적으면서 애지중지 다뤘던 어린아이의 손길이. 글 쓰는 것이 좋았던 어릴 적 나,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떠올린 기억의 한 조각이다. 이렇게 보면 글 쓰는 간호사의 삶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 책은 한 쳅터가 끝날 때마다 ‘삶의 해답이 찾아오는 순간’이라는 코너를 두고 있다. 해단 쳅터를 정리하는 여러 개의 질문들이 적혀 있다. 조용한 시간 이 책을 펼쳐 나를 돌아보면 자기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을 통해 시련을 긍정적인 시선을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시련은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올 것이다. 그때마다 이 책을 꺼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이해하지만, 사람이란 망각의 동물이니 시련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한번 되새기기 위해 이 책을 곁에 두고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미꽃향기@bagseonju534 윤택한독서 운영진 @yoon._.books_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테라코타 출판사 @terracotta_book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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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문장 수업 - 다산 평생의 내공으로 삶의 질서를 만드는 하루 한 문장 필사
정약용 지음, 한정호 엮음 / 구텐베르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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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책이 풍년인 한 해인 듯하다. 필사단과 서평단을 하면서 좋은 책을 많이 만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자 필사책은 익숙하지도 않고 한자를 알지 못하면 그 뜻을 짐작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다산의 문장 수업>은 ‘학이치용 (배우고 묻고 적용하다)’을 그대로 적용해 만든 책인 듯하다.

이 책이 특히나 좋았던 것은 정양용의 글을 현대어로 풀어쓰고 원문과 해석을 동시에 보여주니까 ‘아, 이 문장이 이런 의미구나’하고 이해가 된다. 문장의 배경이나 의미를 알고 필사하니까 한자 필사가 서툴더라도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것 같다. 친절하게 이 책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시작하니 필사를 하기 전 꼼꼼하게 읽어본 후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필사한 후에는 ‘오늘의 생각’을 적어보게 되어 있다. 필사하면서 그날그날 만난 문장을 통해 느낀 점이나 생각을 적어 보는 것이다. 나 역시 매일 한 꼭지 타이핑 필사를 한 후에 ‘생각 다시 쓰기‘를 하고 있다. 그 맥락과 닮아서 무척 반가웠다. 막연히 다산의 문장이 좋다 또는 그저 따라 쓴다에 머물지 말고 이 책이 이끄는 대로 해보길 바란다. 이미 정제된 문장을 따라 쓰면서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내 글로 다시 쓰는 시간이 누적되면 분명 문장력도 좋아지고 글쓰기 근육도 동시에 자라는 것을 확인할 것이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필사하며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을 필사하며 다산의 문장을 만나 보니 그의 곧고 부지런한 성품이 느껴진다. 그런 것 같다. 매일같이 일찍 일어나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고 스스로를 다스리고 하루를 헛되이 보내려 하지 않는 노력이 쌓이면 그만의 ’고집‘이 생기는 것 같다. 나는 이 ’고집‘을 존경한다.

필사 전 목차를 훑어 보았다. 학이치용/실사구시/반구제기/지행겸진/정심성의/경세설제 이렇게 총 6개의 쳅터로 나뉘는데 어느 것 하나 우리 삶에서 소홀히 다뤄선 안 되는 귀한 말이다. 특히 책을 읽고 필사하며 글쓰기를 삶에 적용하는 과정은 ’학이치용‘과 같은 맥락을 이루고, 간호사로 살면서 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구한다는 ’실사구시‘는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에게 정확한 판단과 중심 잡힌 마음은 꼭 필요한 자세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산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날카로운 경계의 말들은 지금의 우리 사회와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 같아서 묵직하기만 하다. 이럴 때일수록 ’반구제기‘처럼 스스로를 먼저 바로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필사를 하기 전 나는 먼저 필사할 책을 쭈욱 훑어 읽기를 먼저 한 후 필사를 시작한다. ’선독서 후필사‘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을 서평하기 전 하루에 한 편씩 필사를 시작해 보았다. 혼자 있는 시간에 다산의 문장과 함께 하니 여기저기 구겨지고 얼룩진 삶을 바로 잡아야 겠다는 마음이 앞선다. 나를 먼저 돌아보게 하고, 삶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넘처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명확한 ’기준‘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과 사람들 관계 속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흔들리고 상처받는가. 다산의 문장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그 명확한 나름의 기준을 찾기 위함이 아닐까? 다산의 문장을 찬찬히 살펴보면 지극히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것들을 이야기 한다.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말이다. 우리는 점점 더 애매하고 모호해지는 시대를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럴때일수록 자기 자신을 먼저 세우고 삶을 정리하며 불안하고 혼란을 나름의 잣대로 재해석할 기회가 바로 다산의 문장 필사라고 생각한다.

@gbb_mom 단단한맘 @wlsdud2976 하하맘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gutenberg.pub 구텐베르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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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온기에서, 시인의 농담에서, 개정판
전영애 지음 / 청림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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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단어 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감히 범접하기 힘든 품격이 드러날까...?’

첫 장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내 눈길은 저자의 글에서 벗어날 수도, 어긋날 수도 없었다. 삶의 단상들을 진솔하게 써 내려갔을 뿐일텐데, 빈 여백은 ‘저자 그 자체’가 글이 되어 채워져 있었다. 그녀가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했으며, 그 일상속에서 남몰래 품고 담아왔을 생각과 마음이 곱디고와 눈물이 났다. 그녀의 삶은 웅장했고 내겐 하나의 거대한 우주처럼 다가왔다. 그렇게 책을 통해 ‘작가 전영애’를 만나게 되었다. 나이가 몇 살인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애초에 정보 자체가 없었던 ‘나는 모르는 작가’였다. 그런데 나는 이 책 한 권에 이 작가를 존경하게 되었고, 알아가고 싶어졌다. 글에서 묻어나는 그 사람의 인품이 말로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연륜의 무게가 글에서도 여실히 느껴졌다. 고스란이 삶이 글이 된 묵직한 어른의 말이었다.

눈만 뜨면 당장에 현혹되기 쉬운 물질들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다. 진정으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조차 모호해진 세상이다. 내 길이 아닌 길을 좇으며 내 길인 척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의 말에는 가시가 없고 오직 진솔한 마음 하나로 염려와 당부를 담았다. 절로 숙연해지는 말들에 잠시 읽던 호흡을 멈추기도 하였다. ‘맞아, 맞아.’ 그녀의 글은 마음을 비질하듯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온기로 쓰다듬는다.

‘나는 지금까지 글을 읽어오면서 문학이란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남기고, 전하고, 읽는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글에는 사람이 담긴다. 현실에서는 일일이 다 만나낼 수 없는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만나 보는 일은 세상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의 갈피를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은 아마도 함께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일일 것이다.’ p263

저자의 이 구절에서 글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글을 써 보니 정말 글에는 그 사람이 담긴다. 쓰는 동안 나조차 몰랐던 다양한 나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 과정속에서 내가 아닌 다른 이의 마음도 헤아리게 된다. 일련의 이 모든 것들이 글 속에 녹아있기에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의 고귀한 삶을 대하는 일이다. 찬찬히 들여다보며 우리는 미처 살아보지 못했던 또 다른 생을 느껴본다. 조금씩 더 온전한 나로 거듭나 살아가게 된다.

‘문학과 삶을 다정하게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책을 통해 오랜만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깊은 상념에 젖어들었다. 글을 쓰는 동안, ‘지구가 멈췄다가 다시 도는 것 같은’ 사랑과 존경이 담긴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내가 참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이 글이다. 아마도 나와 직결된 삶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두운 밤 지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불 켜진 딸의 방을 쳐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안에 정말로 따뜻하고 아름답게 피어 있구나, 작은 한 송이 지혜의 꽃이, 세상의 비바람 속에서도 견뎌야 할 텐데.’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애틋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간호사로, 엄마로, 이제는 작가로 다양한 역할로 살아가는 엄마이기에 나는 두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고 먹먹하다. 코끝이 시큰해지면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딸들은 나더러 극T라고 놀리지만, 늘 미안하고 안쓰럽다. 바쁘다는 이유로 잘 챙겨주지 못했지만, 그런대로 엇나가지 않고 잘 자라줘서 고맙다. 나 역시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딸아이 고3 어느 늦은 밤이었다. 잠시 집 앞 마트에 잠시 다녀오던 길이었다. 무심코 우리집이 있는 쪽 아파트에 눈길이 갔다. 2층 4층 6층 8층.... 불이 켜진 딸아이 방에 시선이 멈췄다. 나도 그 시절을 겪어 봤기에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저 불빛이 곧 내 딸인데. 목련꽃 닮은 내 딸이 저 방에 있는데... 당당하고 기품있게 살아가길 엄마는 항상 응원하고 있어. 힘내라 내딸.’ 고개를 젖히고 한참을 서서 올려다봤었더랬다. 엄마 외에 해야 할 역할이 많은 너였기에 자식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늘 미안한 것만 생각난다.

책 제목처럼 나는 여전히 지금 이 순간에도 인생을 배워가고 있다. 그녀의 삶 면면에 나와 닮아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에 안도했고, 배움은 끝이 없고, 어느 한 분야에 들인 정성과 노력 또한 그 사람을 만든다는 것도 알겠다. 이 책은 사람을 대하고 삶을 들여다보는 법을 일깨워준다. 이 책을 덮고 마지막으로 한 일은 유튜브로 ‘괴테 할머니’를 검색하는 일이었다. 구독했다. 내가 느끼고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 나이 지긋한,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를 지니고 계신 분이셨다. 말과 글이 닮아 있다. 그만큼 진솔하다는 이야기겠지.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꾸임없고 담담했지만 그 속에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연륜과 삶을 관통한 깊이 있는 글은 이렇게 사람을 끌어당긴다.

요조앤 @yozo_anne 님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청림출판사 @chungrimbooks 청림라이프 @ch_daily_mom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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