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삽시다 쫌! 인생그림책 17
하수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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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삽시다 쫌!>

하수정 (지은이) 길벗어린이 2022


 표지에 한가득 그려진 비둘기들이 외치는 소리 “같이 삽시다 쫌!”


 한때 평화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도시의 구박덩어리, 천덕꾸러기가 된 비둘기들에게 한 할아버지가 안쓰러운 듯 먹이를 줍니다. 하지만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현수막이 걸리고 할아버지는 더이상 먹이를 줄 수 없어요. 할아버지의 마지막 먹이를 먹은 비둘기들은 사람으로 변신하지만, 비둘기일 때와 다름없이 도시 구석에 숨어 삽니다. 비둘기들이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요. 오히려 새로운 동물을 구박하고 혐오하는 사람들이 생기죠. 


 하수정 작가님은 이 책에서 무겁지만 회피할 수만은 없는, 지금 시대에 만연하고 있는 혐오에 대한 현상을 작가님 특유의 재치와 밝은 기운으로 풀어가고 있어요. 특히나 비둘기들이 사람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그 상황 자체도 놀랍고, 책의 물성을 이용해서 그림자까지 그림책의 한 장면으로 표현하는 기법에 감탄을 하게 돼요.


 누군가를 피하고, 싫어하고, 금지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사실 삶이 누군가에게 유익을 끼치는 방향으로만 흘러갈 순 없겠죠. 때로는 불편을 끼치기도 하고 상대에게서 불편을 느끼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받기도 하고요. 저 또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어쩔 수 없이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생기더라구요. 서로를 용납하고 이해하는 것이 마땅한데, 다수의 입장에서, 다수가 편해야 사회가 평화롭고 공정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회의 약자, 소수, 어떤 이유로든 사랑받지 못하는 누군가가 느낄 소외감과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같이 사는 것, 서로의 불편함을 감내하며 보듬어주는 것이 삶의 진짜 즐거움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요. 예민한 마음을 누그러뜨려 주는 따스하고 유쾌한 그림책입니다. 아이들과도 꼭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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