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기다려 그림책향 25
차은실 지음 / 향출판사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깐만 기다려, 차은실, 향출판사

 

한 아이가 바닥에서 빨간 동그라미를 발견한다. 궁금하거나 새로운 것이 있을 때 아이가 외치는 소리, 바로 엄마, 엄마!” 엄마는 열까지 세면서 잠깐만 기다리라 하고, 아이는 열을 세는 동안 신기한 상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상상의 세계에는 아이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비를 기다리는 개구리, 파티를 기다리는 공주, 숨바꼭질하며 술래를 기다리는 이... 잠시 후 기다리던 엄마가 왔지만 아이는 빨간 동그라미 속 또 다른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고, 반대로 아이가 열을 셀 동안 엄마는 아이를 기다린다.

 

어린 시절에는 사소한 것 한 가지라도 엄마를 부르고, 물어보고, 요구한다. 아이에게 엄마는 거대하고 능력이 있는, 동시에 편안하고 부족함을 채워주는 만능 세상이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엄마의 세상이 있고, 그 세상은 아이의 세상과 겹치기도, 때로 분리돼 있기도 하다. 아이 입장에서는 그 두 세상이 분리됐다는 게 이해가 안 되다가, 조금씩 서운해지고, 점점 야속해질 것 같다.


내가 너무 엄마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건지, 이 책을 읽고서 기다리라는 말로 아이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엄마,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게 아이를 기다리는 입장이 되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이것을 전부로 보기에는 엄마로서 너무 미안한 그림책이 되겠다


엄마와 아이는 서로를 기다리는 시간에 각자의 세상을 만나고 경험한다.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세상을 갖는 것이다. 어릴 때는 그 분리의 시간이 열 셀 동안이었다가 점점 길어지면서 그만큼 각자의 세상도 커질 것이다. 엄마와의 시간에서 분리되어 자신의 시간과 세상을 꾸려가며 성장해갈 나의 아이를 생각해본다. 그때는 엄마 입장에서 서로의 세상이 분리되었다는 게 적응이 안 되다가, 조금씩 서운해지고, 후에는 받아들이겠지. 아직은 열 셀 동안 기다리는 시기에 있는 나의 어린 딸, 지금 서로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세상에서 더 많이 누리고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아이들뿐 아니라 성장하는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와 교사에게 많은 생각을 남겨주는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