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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ㅣ 작은별밭그림책 3
후지노 가오리 지음, 다카바타케 준 그림, 장지현 옮김 / 섬드레 / 2022년 10월
평점 :

<나는>
표지속의 아이는 조금은 멀뚱한 표정입니다.
동그랗고 작은 눈은 반짝 뜨고 있구요.
무언가 생각하듯 두 팔은 턱을 괴고 있습니다.
테이블 위엔 아이를 쳐다보는 우유한컵.
도무지 예상하기 어려운 알쏭달쏭한 표지속에
생각보다 더 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번 책은 전일본 도서관 협의회 선정도서로 후지노 가오리 작가의 책인데요.
이전에도 많은 그림책을 낸 다카바타케 준 작가의 그림으로 완성되었답니다.

표지를 지나 면지를 지나 첫시작은 이렇게 "나는 우유야" 라는
우유 한컵으로 시작하네요.
우유는 다음장에 아이에게 널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고 아이도
우유를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아이는 그런 우유를 쭉- 마셔버립니다.
그러면 이제, 우유는 모두 사라진걸까요?
적어도 책 속에서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어? 내가 있네. 네 안에 있네." 라며 우유이야기가 마무리 됩니다.
그다음에는 빵. 그림책. 사과.. 이야기로 줄줄이 이어지는데요.
모두 먹고 써버리지만 마지막엔 사라진게 아니라 "네 안에 있네"라며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그 존재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한 아이가 먹고 보고 한 모든 것은 그 아이와 함께 있다.그 아이 자체가 되었다.
이 명제에 대한 철학적 설명이 이번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추측되는데요.
사실 처음에는 사물들을 의인화하고 먹어버리고 써버리는 것을 보여주면서
사람처럼 아프겠다. 사라져버렸다.로 느껴지고 해쳐버리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책에서는 그것들이 모두 사라진것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어서
단순하게 사전지식없이 처음 책을 보았을땐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대부분의 그림책들이 사물이나 동물을 의인화해서
하나의 생명체로 느껴지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눈달리고 입도달리고
그러면 사람처럼 찢어지고 씹혀지는게 불편하게 느껴졌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왜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을지 감탄하게 된답니다.
한 아이가 나고 자라기 위해서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그것은 태어난 아이가 혼자서 알아서 만들어서 잘 크게 된것이 아닌
우유도 먹고 빵도 먹고 사과도 먹으며 신체의 양식을 먹어서 이고
그림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도 채워서 이다.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것들이 비록 너에게 먹히더라도 타의에 의해 찢겨 사라지더라도
모두 너라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네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라는 게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모두 죽은게 아니고 아이 속에서 아이와 함께 있다는 마지막 말조차도
작가의 의도를 조금은 읽을 수 있게 됩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죠.
한 사람을 제대로 키우려면 한사람의 힘만으로는 안되고
우리 공통체 모두의 노력속에 온전한 사람으로 잘 성장하게 되는 법.
그런 고마움들을 생각하고 '나'라는 사람은 어떤 많은 것들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살고있는 건가 생각해보게 하는 책입니다.
단순한 그림. 생각치 못한 전개와 스토리.
그속의 철학적이지만 진리의 깨달음이 있는 <나는>
아이에게 내가 받고 있는 많은 혜택.
나에게 주어진 많은 고마움들을 일깨워 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