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속에 등이 굽은듯한 할아버지와 손자처럼 보이는 아이가 손을 잡고 있어요.그리고 아주아주 커다란 검은 기차가 마을 속으로 온 풍경이네요.대체로 기차이야기는 어디론가 떠나는 설례임을 담는데 이번 책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지요.그림책의 띠지를 벗기면 놀랍게도 누군가가 기차앞을 가로막고 서있어요.( 영화 박하사탕의 한장면이 연상되기도 하구요.) 너무나 위태하고 위험한 순간.뭔가 부서져 있고 널부러져 있는 물건들을 보니 아픈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됩니다.옛날 옛날 어느 작은 섬에 커다란 기차가 옵니다.집보다 더 큰 검은 이 기차는 스스로 위대한 기차라 칭하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왔다고 하죠. 그리고 규칙만 잘 지키면 잘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아이의 아버지는 이 섬에 이렇게 큰 기차가 필요없다고 했지만그들이 만든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모두 기차에 실려 어디론가 가버리고 맙니다.의견이 다른 사람, 모임에 참가했던 사람.책읽기를 싫어해도. 책을 너무 많이 읽어도 모두 기차가 실어가고 맙니다.이유가 있거나 이유가 없거나.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무시무시한 기차였죠. 아이의 아버지는 그 이후로 돌아오지 못합니다.많은 사람들이 실려가서 돌아오지 못한 그 기차..이후로 아이는 할아버지가 되고. 그 기차를 기억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합니다.하지만 우리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는다면 그 기차가 돌아올 것이라고.우리나라도 그러하지만 다른 동남아나 대만도 민주화의 엄혹한 세월을 살았습니다.권력에 반하는 말과 행동을 하면 고문하고 죽이던 시절이 그리 오래 된 남의 이야기가 아니지요.권력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에 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탄압하고 억압하고 심지어 쥐도새도모르게 죽였었죠.1949년 대만은 계엄령으로 집회,결사,언론,출판의 자유를 잃고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갇혔다 합니다. 올바르지 않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희생한 그들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그림책을 만든 대만의 황이원 작가.대만 그림책이지만 마치 우리나라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거기도 여기도 어딘가 권력자들은 그 절대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 반대하는 사람에게 제갈을 물리고 밥줄을 끊고. 더이상 반기를 들 수 없게 했구나. 힘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억압받아 왔구나.그리고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는 이 자유는 그들의 피 위에 쓰여지는 역사이구나.잊지 말아야 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누군가의 목숨값으로 얻은 민주화. 잘 지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요즘 세상돌아가는 걸 보니 더 소중하게 느껴지네요.그림책으로 쉽게 읽히고 아이들과 과거 역사적 이야기 할 수 있구요.그속에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 인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두고두고 보아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가 좀 커서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