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하나, 서른아홉 - 요즘 여성들이 쓰는 뉴노멀 트렌드코리아 리서치 시리즈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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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기에도 확실히 요즘 젊은 여성들은 예전의 수동적인 태도가 주를 이루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경제활동률이 높아지며 이전보다 의사표시를 적극적으로 하고 자기관리에도 아낌없이 시간과 돈을 쓴다. 미를 추구하지만 정형화되고 유행하는 아름다움이 아닌, 자신만의 매력을 가꾼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위해서. 필수라고 여겨지던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도 선택이 되었다.

그러나 어두운 단면도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울증 진단을 많이 받고 있는 세대와 성별이 바로 2030 여성들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과거의 여성들보다 하고 싶은 걸 더 자유롭게 많이 하기에 행복하지 않을까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단 게 조금 충격이었다. 그야말로 '나다운 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방황한다는 점과 SNS를 통한 비교 문화의 확산 게다가 기성세대와의 충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단 점들이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대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고, 그 괴리에서 느껴지는 우울함과 불안함이 2030 여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 깊이 공감 갔다. 책은 다양한 연구와 설문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할 문제점에 대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책의 주제가 되는 집단에 속한 인간으로서 나의 모습을 되돌아볼 순간이 많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를 지켜야 할 것인지 꽤 도움을 받았다. 특히 '미이즘 Meism'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남는다. 나를 뜻하는 me, 주의와 이념을 뜻하는 -ism의 합성어로 내 삶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게 무조건적으로 바른 선택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집단 구성원으로서 무시하면 안될, 좋은 방향의 이기주의라고 생각한다. 2030 여성 뿐만 아니라 온 세대를 아울러 읽으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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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정표 - 제7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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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정표>는 작가 데뷔 10주년 기념작으로, '통곡의 장편 미스터리'라는 카피와 함께 출간되어 기대를 더했다. 과연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와 발단이었고, 그게 또 상당히 비극적이라 잘 와닿는 카피라는 생각이들었다.


도가와라는 평판 좋은 선생이 살해당한다. 지적 장애나 정서 장애 등, 일반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학원을 운영하던 그는 진실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라 누구에게도 원한 살 일이 없었기에 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놀랍게도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제자 아쿠쓰 겐으로, 2년째 도주 중이다. 아쿠쓰 역시 도가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랐기에 그의 행방과 더불어 살해 의도 역시 도무지 파악해 낼 수 없었다.


같은 마을에 하루라는 소년이 이사를 왔다. 농구에 전도유망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잦은 교통사고에 휘말리고 아버지를 따라 계속 지역을 바꿔 가며 이사를 다니기에 크게 활약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 이면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아쿠쓰가 숨어 지내던 곳에 우연히 하루가 오가며 연결된다. 마냥 멍해보이고 별 생각 없어 보이는 아쿠쓰이지만 하루는 아버지와 있을 때보다 더 큰 위안과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데 아쿠쓰는 왜 그토록 따르던 선생님을 죽인 것일까? 아쿠쓰가 살해한 것은 맞을까? 하루에게 잘해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 수사에 따라 서서히 진실이 드러나면서 도가와 살인 사건의 반전을 알게 되었을 때, 아쿠쓰의 고독이 절실히 느껴지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책속에는 부모에 적합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태어나지 않아야 할 아이가 있는가,라는 주제가 계속해서 언급된다. 누군가를 이정표로 삼아 살아왔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상처를 받은 두 사람의 사연이 교차되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주제라서 더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완독하고 나니 조금 슬퍼졌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인생이 행복할지 아닐지, 그 누가 미리 예정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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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충 박멸기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이진하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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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설명충'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다. 흔히 뭔가에 대해 지식을 마구 뽐내는 사람, 어찌 보면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 <설명충 박멸기>는 이와 같이 약간은 네거티브한 현대 사회의 단면들을 엽편소설로 꾸려 낸 단편집이다.


총 2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모든 이야기들을 이 한 바닥 내에 소개하긴 힘들 터이니 종합적인 감상을 내보자면 작가님이 참 현명하시고 작품이 신선하다, 라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각인된 감각은 현대 사회에서 갑에 위치한 집단이나 사람들이 소설 속에서 을로 전환되는 장면을 보며 맞이한 통쾌함이다.


특히 <정년퇴직을 위하여>라는 단편이 충격적이었다. 보다 심화된 저출생으로 대학들이 사라지고 내로라 하던 교수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시대. 정년만 채우면 남은 노년은 연금 받아 먹으며 편히 살 수 있는데 학생들이 졸업을 하려 하지 않으니(졸업 이후의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 없기에), 어떻게든 졸업을 시키고 학과를 유지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실로 학생들은 '갑'의 위치가 되고 교수들은 '을'의 위치로 반전되어 교수가 학생들의 졸업 논문을 대신 써주고 대학원에 들이기 위해 학생이 입학을 함으로써 얻게 될 충분하고 만족스러운 조건들을 걸어 주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어쩌다 보니 대학원에서 교수들이 알게 모르게 자행하는 핍박과 억압적인 처사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ㅋㅋㅋ) 유독 공감 갔던 챕터다……(물론 좋은 교수님들이 훨 많겠지만).


위 단편과 같은 류의 조금은 치사스러운 현실의 모순을 꼬집는 이야기와, 인생의 소소한 애환을 밝혀 내는 에피소드, 그리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회의 부조리함 등 각종 다채로운 테마들이 어떤 장을 펼쳐도 내 얘기인가 싶은 부분이 많아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세상을 꿈꾸면서도 하다못해 이 소설 속 이야기처럼 사회가 아예 틀어져 버리면 좋겠다라는 나쁜 희망도 품게 되고, 해학적이며 풍자적인 문장들이 내내 뇌리에 쏙쏙 박히니 소시민의 입장에서 여러모로 의미 있었던 일독이었다. 새해부터 좋은 작가님을 알게 되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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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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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목소리 저자라면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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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거두는 시간
이선영 지음 / 비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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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표지를 넘겼는데 무거운 마음으로 마지막장을 덮었다. '대한민국뉴웨이브문학상' 수상작으로, 다양한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통해 사랑의 양면성을 심도 깊게 고찰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다양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은 익숙하기도 낯설기도 하다. 적어도 나 개인적으로는, 막상 대답을 해보려고 하면 딱히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순간 입이 닫혀 버리고 만다. 아가페든 에로스든 단편적으로는 나뉠 수 있겠으나 감정이 흐르는 대상은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니 도무지 뚜렷한 정의를 내릴 수가 없다.


앞서 말했듯 <그물을 거두는 시간>에서는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탐구한다. 조금씩 변화하는 세상이라지만 아직 부서져야 할 편견은 많고, 편견을 깨부숴야 하는 주체는 항상 상처를 입는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은 아닐 수 있어도, 적어도 나 자신 만큼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 수 있는 인생을 꿈꾸는 존재들이 저자의 문장을 타고 흘러내린다.


대필작가 윤지의 이모이자 유명 디자이너 오선임은 모든 걸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은 비밀을 안고 있다. 이 모순은 한평생 그를 외롭게 하였고, 벗어나기 위해 자서전을 써 출판하고자 한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말이다. 윤지는 이 과정에서 이모의 진정한 삶을 직시하고 또한 본인의 인생도 되돌아 본다. 모르는 새 겹겹이 쌓인 오해는 앙금처럼 끈덕진 미움을 낳았고, 그를 해소하기 위해 또다른 감정들이 겹겹이 소모된다.


법적으로 얽히지 않았다고 하여 한순간에 함께 한 시간이 날아가는 경험, 얼마나 쓸쓸하고 허무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조건과 편견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게 욕심이라면 이 세상은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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