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커버 개정판으로 나온 <덧없는 양들의 축연>!!! 개정 표지 너무 이쁘고. 진심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다. 호러소설, 환상소설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기묘한 이 미스터리 단편집은 과연 대작가라는 칭호가 걸맞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명저라고 할 만하다. 일본 명문가 아가씨들의 독서모임 '바벨의 모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기담을 한껏 음미해 보시라🤭


내로라 하는 명문가 집안의 기품 넘치고 아리따운 아가씨들과, 상류층 독서 모임과, 이에 어울리지 않는 끔찍하고 불행한 사건 사고들이 즐비한 이 소설집. 지나치게 매력적이다. 모든 작품이 충격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단편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와 네 번째 단편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가 기억에 남는다.


둘 다 주인 아가씨와 충성스러운 고용인 여성의 우정, 사랑, 집착…을 다룬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내가 이런 류의 관계성을 좋아하나 보다. 문득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가 생각나기도 하고. 요네자와 호노부의 묘사력이 뛰어나서인지 마냥 옛 시절도 그렇다고 현대도 아닌 근대 일본 풍경이 눈앞에 선명히 펼쳐져서, 이러한 시대적 배경도 참 신비한 감성으로 다가온 듯하다.


모든 단편의 주인공은 여성이며 내면에 보기 드문 섬세함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다. 과연 그 사고방식은 평범한 사람으로선 감히 범접하기도 힘든데, 어쩌면 지나치게 특별한 가문에서 엄격한 교육을 가장한 억압적인 행위를 당하며 자랐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기이한 운명의 아가씨들은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이야기는 마치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 듯 기상천외한 형태로 전개된다. 어딘가 모호하고 상징적인 마무리는 어쩐지 잔혹동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각 단편들 모두 만족스러워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완독해 버렸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꼭 읽어야 하는 아주 우수한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