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울어요, 우리.


시인 박준의 친필 사인과 함께 시작한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요즘 같은 날씨 읽기 딱이겠다. 묘한 북커버(기드온 루빈의 '무제'라는 작품)도 커버지만 갱지에 담긴 그의 글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6페이지씩이나 '사랑'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 부분이 좋았다. 


'그해 인천'으로부터 '그해 연화리'까지 차분하게 함께 짧지만 긴 여운의 여행을 했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gideon_rubin


일출과 일몰의 두 장면은 보면 볼수록 닮은 구석이 많았다.
일부러 지어 보이지 않아도 더업이 말갛던 그해 너의 얼굴과 굳이 숨기지 않고 마음껏 발개지던 그해 나의 얼굴이 서로 닳아 있었던 것처럼. 혹은 첫인사와 안녕과 끝인사의 안녕이 그러한 것처럼. 

페이지 : 17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페이지 : 19
그해 밤 별빛은
우리가 있던 자리를 밝힐 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눈으로 들어와 빛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페이지 : 27
[비]

그는 비가 내리는 것이라고 했고
나는 비가 날고 있는 것이라고 했고
너는 다만 슬프다고 했다.

페이지 : 32
그제야 나는 꿈속에서 지금이 꿈인 것을 깨닫고 엉엉 울었다.
그런 나를 당신은 말없이 안아주었다.
힘껏 눈물을 흘리고 깨어났을 때에는 아침빛이 나의 몸 위로 내리고 있었다.
당신처럼 희고 마른 빛이었다.

페이지 : 35
아무리 좋은 음식도 많이 먹으면 탈이 나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며 맺는 관계에도 어떤 정량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물론 이 정량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페이지 : 49
일생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들을 가장 눈부신 것으로 되돌려놓는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페이지 : 110
누구인가를 만나고 사랑하다보면 우리는 그 사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람을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무엇인가 모르는 구석이 생긴다.
(중략)
단칸방, 투룸, 반지하, 옥탑 혹은 몇 평이라고 말하며 우리들의 마음을 더없이 비좁게 만드는 현실 세계의 공간 셈법과 달리 사랑의 세계에서 공간은 늘 광장처럼 드넓다.
이 광장에서 우리가 만나고 길을 잃고 다시 만나고 헤어진다.

페이지 : 111
낮에는 선잠이 들었는데 꿈에 네가 보였다.
반가움에 아직까지 마음으로 기뻐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미안해하고 있다.

페이지 : 136~137
[그해 연화리]

늦은 밤 떠올리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나를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페이지 : 191

페이지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