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7 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다음주 허지웅의 신간 나의 친애하는 적』 출간 전 가장 최근에 나온 에세이를 읽다. 개포동 김갑수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버티는 삶의 자세가 세대와 계급을 초월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참 별거 아닌 인간이라는 존재가 아주 가끔 숭고해질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그 버티어내는 자세로부터 나온다는 이야기"라고 말하는데, 이외수 선생의 "존버 정신"보다 웅크리고 있지 말자는 위로의 한 스푼을 첨가해서 그런지 조금 더 강력한 메세지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허지웅의 자신의 삶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로, 최근 방영되고 있는 <미운우리새끼>의 어머님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나와 오버랩되어 뭉클한적도 없지 않아 있었다.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우리는 모두 상처받으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상처는 상처고 인생은 인생이다.
상처를 과시할 필요도,
자기변명을 위한 핑곗거리로 삼을 이유도 없다.
다만 짊어질 뿐이다.
짊어지고 껴안고 공생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할 뿐이다.
살아가는 내내 말이다.

실제 타인에게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는 나로 화장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그래봤자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시체가 될 뿐이다.
페이지 : 22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주변 세계를 향한 애정을 조금씩 잃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봄은 언제나 아름답다. 내가 봄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그것이 공정하기 때문이다.
봄의 따스함은 더위에 약하고 강한자나 추위에 약하고 강한 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공정하다. 사람의 조건과 규칙들이 하루를 멀다 하고 불온하게 허물어지는 이 세계 아래서, 공정한 모든 것은 아름답다.

책을 읽지 않으면 내가 아는 것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웹상의 DB를 상상해보라.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페이지 :82

너무 많은 비관과 냉소는, 때로는 막연하고 뜨거운 주관보다도 되레 진실을 더욱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페이지 : 102

아, 나는 정말 미치도록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 언제쯤 나는 고개를 들고 거울을 보고 내 선택을 낙관할 수 있을까.
베개맡에 누워 하루 일을 뒤돌아볼때 '~했지만 그래도 그건 내가 잘했다'는 말을 더 많이 할 수 있을까. 언제쯤 나는, 나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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