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제린
크리스틴 맹건 지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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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남편과 함께 모로코의 탕헤르로 이주해 온 앨리스

어렸을 적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이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앨리스는 엄청난 충격에 심신미약 상태가 되고, 그 탓인지 매우 소심하고 유약한 성격으로 성장한다. 유리화병처럼 위태로웠던 앨리스는 대학교 기숙사에서 가난한 집안 출신이지만 장학생으로 입학한 루시를 만나게 되고, 큰 성장 배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금새 절친이 된다. 하지만 영혼의 단짝 같았던 둘의 사이는 미묘한 작은 사건들을 통해 조금씩 틀어지다가 앨리스의 남자 친구가 된 톰에 의해 긴장이 고조되면서 결국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파탄을 맞는다.

무너져버린 앨리스는 후견인인 고모에 의해 쫓기듯이 맞선을 보게 되고 또다른 남자인 존과 결혼 후, 너무도 낯선 모로코의 도시 탕헤르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P64. 여기서 벗어나야 했다. "넌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 내가 문으로 향하며 말했고, 그 말이 내 목을 옥죄었다.

P119. 그녀가 나에게 준 것이 나에게 이로운 것이라기보다 목발처럼 나를 지나치게 의존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런 앨리스를 불쑥 찾아온 대학교 룸메이트이자 단짝이었던 루시

앨리스와 마찬가지로 앨리스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루시.

앨리스를 잊고 새 삶을 살아보려 노력하지만, 그녀가 없는 삶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때 마침 앨리스의 후견인 고모를 마주치게 되면서 앨리스에 대한 소식을 접한다.

과거의 그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루시.

몹시도 어려운 형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진 모든 것을 정리하여 앨리스를 만나기 위해 탕헤르로 향하는데...

P200. 앨리스가 나를 도서관의 어둠 속에서, 나 자신의 마음속에서 끌어내주었고, 대신 나는 그녀가 어둠을 떨쳐내도록, 부모님의 죽음 이후 그녀를 괴롭히던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었다.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분명했는데 어쩐 일인지 그녀의 시야는 흐릿해져 있었다. 그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앨리스는 알지 못했다. 그녀에게 그 사실을 일깨워줘야 했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P235. 그녀를 증오했다. 앨리스. 나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했다. 그녀를 찾기 위해. 그녀가 망쳐놓은 우리의 삶을 구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왔다. 나는 그녀의 나약함을 증오했고, 줏대 없음을 증오했으며, 항상 자신이 내린 결정을 번복하는 것을 증오했다.

 

탕헤르에서 여전히 불행한 앨리스, 그런 앨리스를 찾아온 초대받지 못한 손님 루시, 그리고 앨리스의 피를 빨아먹고 살고 있는 남편 존

문 앞에 손님이 설마 루시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앨리스.

아직 풀지 못했던 과거의 숙제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진실을 알고 싶기도 하고, 알고 싶지도 않은 양가 감정을 가지고 혼란을 겪는 앨리스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루시를 받아들이지도 내치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앨리스에게 친구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앨리스를 조롱하는 존은 혹시라도 루시 때문에 그동안의 자신의 평탄한 삶이 흔들릴까봐 촉각을 세우고...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앨리스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루시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앨리스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계획을 세우는데...

책을 읽는내내 소름이 끼치는 책, 고전 '태양은 가득히'와 영화 '아가씨'의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

개인적으로 '집착'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혐오하는데, 이 소설의 큰 줄기는 바로 이 '집착'이다.

사람이 정신적으로 연약한 상태일 때, 너무 의존적일 때, '집착'이 강한 사람에 의해 어떻게까지 인생이 뒤틀어지는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소설이다.

한마디로 #가스라이팅 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다고 느꼈던 것이, 보통 심리 스릴러의 경우, 강약중강약의 구조나 끝을 향해 서서히 점화하는 스타일(결론에서 대폭발하는 형태)이 주로 쓰이는데, 이 소설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미묘하게 신경을 건드리며 계속 불쾌한 감정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져가게 만드는 구성이다.

마치 못 한개를 가지고 긴 기차의 몸통을 따라 쭉 스크래치를 내면서 귀에 거슬리는 긁히는 소리를 들으며 철길을 2~3시간 걷는 기분.

혹은, 10년 전에 너무 힘들게 경험해서 아직도 내 뇌리에 남아있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8월의 스페인의 오스만 거리를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걷고 있는 기분.

몹시도 불쾌하고, 묘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그런 책.

지난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된 앨리스와 루시의 교차되는 심리.

그들 각자의 심리를 책이 이끄는대로 따라가다보니 내 목이 조여지는 것 같고, 때로는 토할 것 같은... 너무 지쳐서 후반부에서는 초조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결말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루시가 집착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앨리스였을까? 앨리스의 조건이었을까? 아니면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었던 '가난'이라는 낙인이었을까?

킬링 타임용으로 추천!

조지 클루니에게 판권이 팔리고, 스칼렛 조한슨이 출연하기로 했다니 기대!

사족인데,

1. 책 표지 너무 찰떡으로 고른듯~!

2. 번역하신 분께 박수를! 책에 달린 주석에 대한 디테일과 정성이~ 칭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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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 이제부터 당신 메뉴에 '아무거나'는 없다
마틴 코언 지음, 안진이 옮김 / 부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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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대한 컨셉이 왜곡된 사회, ‘맛있음’의 정의가 과장된 사회, ‘좋은 음식’의 정의가 불분명해진 사회]

TV든, 인터넷이든 먹는 것에 대한 정보가 흘러 넘친다.
마치 음식을 먹는 것이 ‘즐거움’을 위한 수단으로 소비되고, 남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SNS의 사진으로만 검증된 맛집들, TV 프로그램에서 나래이터의 목소리로 검증된 맛집들, 유명인들이 품평에 따라 미식이 되는 음식들.
그리고 홈쇼핑에서 쏟아지는 ‘몸에 좋은 음식들’. 이걸 먹으면 피부노화가 방지되고, 젊어지고, 에너지가 넘치고, 무슨무슨 영양이 풍부하고.
심지어 가공된 음식들도 이러저러 해서 다 몸에 좋은 음식이고 맛이 좋은 음식이라고 떠드는 사람들 뿐이니, ‘진짜 좋은 음식’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해지면서 ‘완판된 제품’, ‘요즘 유행하는 음식’, ‘sns에서 핫한 음식’, ‘방송을 탄 맛집’을 기준으로 양몰이 당하는 양떼처럼 밀물처럼 몰려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오기를 반복하면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음식’, ‘정말로 좋은 음식’은 생각해볼 겨를이 없어지고 마는 상황이 된다.


[‘단짠’, ‘먹방’, ‘인스턴트’를 즐기면서 건강을 생각해서 영양제를 먹는다니...
우리는 ‘음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이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만든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언제부턴가 우리는 미각에 치중해 음식을 선택하기 시작했고, 그 선택은 들불처럼 번져서 ‘단짠, 치즈가 폭탄처럼 뿌려진, 눈물이 날정도로 매운’과 같은 표현에 열광하며 음식의 본질이나 그 음식을 먹어서 우리의 신체가 받는 영향은 크게 고려해보지 않은 채 점점 더 자극적이고 핫 한 음식만 찾는 통에, 이제는 이러한 모습들이 전혀 낯설지 않은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가장 우리의 몸에 좋지 않은 ‘과식’은 ‘먹방’이라는 트렌디한 말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재미있는 놀이’로 탈바꿈 해버린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내적 외적 건강에 가장 중요한 ‘음식’은 철저히 유행과 자극적인 맛을 기준으로 선택하면서, 한편으로는 건강이 걱정된다고 ‘건강’을 위해 ‘영양제’를 종류별로 구매하여 먹는 현실. 이 영양제조차 한 가지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종류 별로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3~4가지는 기본에, 6~7가지를 매일 배부르게 챙겨먹으며 건강을 관리한다고 안심하고 있는 것이 요즘 우리의 현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오늘날 세상은 ‘음식 사회’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요리법, 건강, 영양, 다이어트 등과 관련된 정보가 넘쳐난다.
워낙 정보가 넘쳐나고, 상충되는 주장들이 범람하여 어떤 것을 따라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을 때가 많다.
결국 우리는 영양학, 의학 전문가나 유명 방송인들, 인플루언서의 말을 따른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맞는 것일까?
#음식에대한거의모든생각 의 저자는 권위자의 주장을 의심해야한다고 말한다. 식품 과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절대적 믿음처럼 내놓은 주장들이 괴상하고 위험하며 우리의 건강을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음식과 관련된 정보를 선택할 때 필요한 ‘생각하는 방법’과 함께 농업과 음식, 그리고 식품 산업과 건강 산업 등에 얽혀 있는 온갖 신화와 전설의 실체를 심리학과 경제학을 동원해서 해부하는 음식에 관한 매우 독특한 책이다.

​[오늘 당신의 메뉴는 안녕하십니까?]
철학자인 저자는 자아성찰처럼 진지하게 우리가 먹는 음식들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한다.
그 시작은 서구의 기본 음식이었다가 어느새 국내에도 기본 음식으로 소비되는 빵으로 포문을 여는데, 단편적으로만 알았던 ‘몸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요인(예를 들어, 글루텐, 설탕, 과당 등)’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어쩌면 알고 나면  ‘그냥 밀가루’ 음식인 줄 알았던 빵 하나를 사먹을때도 심각한 고민을 해야할지도 모를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쏟아내는 통에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후회가 들지도 모르겠다. 빵이나 밀가루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내가 이정도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 빵을 즐겨먹는 사람이라면 당장 걱정되는 건강과 빵에 대한 열망 사이에서 큰 갈등이 생길지도.
게다가, 통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식품에 첨가되는 화학 물질, 가축의 빠른 성장을 위한 호르몬제 투여, 심지어 소비자들이 눈치를 챌 수 없게 두리뭉실한 한 단어로 표기하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심각한 첨가물까지 이미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요즘 음식들의 실제 모습에 그렇다면 결국 직접 재배해서, 키워서 먹는 수 밖에 없는 것인가?라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반면에, 소금, 지방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지식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하고, 이미 잘 알고 있는 지식들도(굶기 예찬, 채소의 효과, 제철과일 먹기 등) 재미있고 쉽게 알려주고, 저자가 철학자인만큼, 유명한 데이비드 소로우부터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과거의 유명 철학자들의 음식에 대한 생각과 식사법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이야기해주어서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자연스럽게 고민해보게 하고, 평소 먹는 음식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되고, 먹는 음식이 변화하면서 우리의 인생도 좋은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
우리는 건강한 식생활과 관련한 수많은 조언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효과적이지는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개인에 맞는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존의 모든 음식과 관련된 정보를 의심하고, 주체적으로 먹거리를, 먹는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이 책은 정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다만, 스스로 좀더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건강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그 중요한 것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중적으로 좋은 것 말고 우리 각자에 맞는 방법을 찾아 적용해야 하며, 그 일은 우리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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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에릭 슈미트.조너선 로젠버그.앨런 이글 지음, 김민주.이엽 옮김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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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래리 페이지, 셰릴 샌드버그, 에릭 슈미트]

낯설지 않은 이름들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의 창업가, 기업가들이기 때문이고,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엄청난 성공을 했고, 주요 매체에서 다뤄질 때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각 기업의 대표되는 얼굴로 그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큰 성공은 엄청나게 똑똑하고 비지니스적으로 훌륭했던 그들이 만들어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도대체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길래, 어떤 성장 배경을 가졌길래, 어떤 교육을 받았길래, 이런 세상의 판을 바꾸는 어마어마한 기업의 CEO가 될 수 있었을까? 항상 궁금해했을 것이다. 그들의 일부를 접할 수 있는 매체 인터뷰나 자서전을 통해, 너무도 똑똑하고, 신념이 강하고, 어찌보면 괴팍하기 까지 한 그들을 보면서 정말로 완벽하게 뛰어난 사람은 불굴의 의지로 스스로 성공하는구나! 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엄청난 그들의 뒤에는, 그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은, 위대한 코치 '빌'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한 인간이다. 그들의 강한 자아와 높은 자신감은 그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동시에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들 주변에는 콩고물이라도 주워 먹으려는 사람들이 모일 뿐, 진정한 우정을 나눌 친구는 별로 없다. 그들 역시 인간이기에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고 존중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들이 이끄는 크고 유명한 기업들은 능력은 뛰어나지만, 고집이 세거나, 자존심이 강하거나, 도통 화합을 모르는 똘아이, 모난 성격을 가진 동료들이 가득찬 환경, 그리고 경쟁자와 쉼없이 경쟁해야 하는 몹시도 피곤한 환경일 수도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제아무리 뛰어난 사람이 조직을 이끈다 해도 한계가 있다.

이런 그들을 조용히 뒤에서 이끌며 코칭했던 사람, 빌 캠벨.

세상에 내노라하는 많은 유명 CEO들을 때로는 칭찬하고, 때로는 힐난하며, 끊임없이 동기부여 하여 최고의 자리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게 했던 인물.

일반인들은 몰랐지만, 전 세계 비지니스 리더들이 극찬한 실리콘 밸리의 위대한 코치에 대한 이야기다.

[전직 풋볼 코치에서 실리콘 밸리의 최고의 코치가 된 빌 캠벨에게 받치는 헌사에 가까운 책]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전 세계 CEO들 및 빌 캠벨을 아는 전직 풋볼 선수, 주변인들은 '빌' 덕분에 '어려운 의사 결정에 대한 답', '동료애', '혁신' , '팀워크', '단호한 의사결정', '경청' 등 비지니스적인 정답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인생', '베품', '돕기', '이타적 마음', '사랑', '주변인에 대한 헌신' 등 한 개인의 삶의 방향에 대한 정답까지 얻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끝까지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조력자로 활동하기를 원하며,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헌신하며, 모범을 보였던 그의 코칭 방식을 현직에서 적절한 코칭이 절실하게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전직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 외 두 명의 구글러가 펼쳐 낸 책이다.

조직이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척박한 비지니스 환경에서 의사 결정을 해야 할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꼭 필요한 스타 플레이어지만 주변 동료들과 트로블을 일으키는 직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부하 직원과 동료들과는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 팀이란 무엇인가? 한 회사의 대표라면 어떤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지속적인 의문이 있고, 적절한 코칭을 해줄 사람이나 기관이 없다고 느껴 고민하고 있는 조직 관리자, CEO, 팀장이라면, 이 책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책 속의 말, 말, 말]

- 에릭의 강한 자존심은 오히려 회사와 자신에게 방해가 되고 있었다.

- 그는 제자들의 말을 몰입해서 들었고,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맥락을 설명하며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했다. 그는 상대방을 철저하게 솔직함으로 대했고, 또 상대방에게 같은 수준의 솔직함을 기대했다. 또한 자신감을 불어넣고 높은 목표를 제시한 용기의 전도사이기도 했다.

- 빌은 관리자의 역할이란 자신의 팀이 좀 더 용감하게 행동할 수 있게끔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용기를 갖는 건 어렵다. 사람들은 실패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을 무서워한다. 그럼에도 직원들이 너무 몸을 사리지 않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이다.

-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을 지지하는 것과 도전하는 것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는 하죠. 이 때문에 사회학자들은 리더십을 아이 기르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잘못된 이분법이에요. 옆에서 도와주면서도 많은 것을 요구해야 할 때도 있고,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큰 기대를 걸면서도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옆에서 많이 격려해야 하죠. 까칠한 기버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거칠고 까다로워 보여도 속으로는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지를 생각해요. 그들은 듣고 싶지 않지만 꼭 들어야 하는 비판적인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들입니다.

- 사실만을 말하라. 집요할 만큼 솔직하고 정직해져라. 피드백은 최대한 빠르게 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은 사적인 곳에서 하되 상대방에 대한 애정을 담아라.

- 공통적으로 많은 리더는 경청하려는 태도가 없다. "그저 단어만 듣거나 다음에 어떤 말을 할지 생각하면서 듣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하려는 말을 진실한 자세로 주의 깊게 듣는다면 우리는 모두 더 현명해질 거요."

- 사람은 자신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솔직함과 겸손함이 그토록 중요하다. 코치와 성공적인 관계를 맺으려면 통상적인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보여주거나 인정할 필요가 없는 취약점을 가감 없이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 리더십은 스스로를 위해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팀이라는 더 큰 존재를 위해 발휘하는 것이다. 빌은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될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 신뢰는 팀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다. 구글이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을 내부적으로 분석한 결과, 심리적 안전감이 가장 큰 요소라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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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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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외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
디지털 세상이 오면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에 쉽게, 비의도적으로 노출이 되고 있다.
덕분에, 과거에는 한정된 몇몇 장치나 플랫폼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고급 정보들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만약 우리가 오늘 부자가 되고 싶은 방법을 알고 싶다면 유튜브만 클릭해도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는 때가 되었다.
그것도 단계적으로, 월 3백만원 버는 법, 월 천만원 버는 법, 월 억대 버는 법 등 마치 우리만 빼고 모두들 부자가 되는 법을 잘 알고 있다는냥 오늘도 무수한 비법들을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비록 그들의 부자 되는 비법은 예외없이 다양한 형태의 유료 수업이나 강의 결제창으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부자가 되는 쉬운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는 부자(?)들이 이렇게까지 많았던 시대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부자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비법대로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최근에 빌 게이츠의 성장배경에 대한 일화와 샌드박스 대표인 이필성의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던 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아주 오래된 의문이었는데, 이번에 비슷한 사례를 접하게 되면서 다시 그 의문이 떠올랐다.
‘빌 게이츠가 상류층 백인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했다면? 물질적인 기본적 환경이 일반인하고는 많이 다른데..’
‘이필성 대표가 30살이 되지도 않은 나이에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최대규모의 온라인 동영상 축제인 비드콘을 갔다고?’(책에서는 저자의 성장환경이 자세하게 나오지 않아 정확히 추측 할 수는 없지만, 부분부분 나온 정보를 종합해보면 어려운 가정 환경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왜 흙수저 젊은이들이 기업을 물려받은 재벌들이 ‘노력’, ‘기회’, ‘불굴의 의지’를 외칠 때 거기에 호응하고, 장 보는 모습을 보여줄 때 소박한 모습이 멋지다고 좋아요를 누를까?’
분명한 것은 나는 빌 게이츠와 같은 환경이 없었고, 누군가 해외 컨퍼런스를 가는 비행기표를 샀을 때, 월세를 낸 후 남은 돈으로 전세로 옮기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적금을 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나은 환경에서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노력하면 못할 것이 없다’를 주창하는 그들을 보며, 세상이 진짜 그런 것인가?하는 고민만 생길 뿐이었다. 어쩌면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를 이러한 고민들 때문에 결국엔 자포자기가 되어 ‘운명론’, ‘긍정론’에 의지하게 되고, ‘잘된다고 생각하면 잘된다’, ‘부자가 된 것처럼 행동해라’, ‘100번 쓰기를 해라’ 등으로 흘러갔다가, 마침내 ‘집착을 놓아라’, ‘너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라’, ‘있는 것에 만족해라’까지 가게 되면서 느끼는 그 허무함! 그 허무함이 못견딜 정도가 되면 다시 ‘부자가 되는 법’, ‘금방 돈 벌 수 있는 방법’등으로 돌아오기를 반복. 아직도 나는 이 어쩌지 못하는 감정의 쳇바퀴를 달리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부자가 되지 못한 것은 정말로 노력을 덜 해서 일까? 널려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해서 일까? 실행력이 없어서 일까? 불굴의 의지가 없어서 일까?

​[아비투스는 ‘진정한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해 좀더 근본적인 주제를 꺼내들었고, 그 잔인한 사실에 나는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책을 펼치고 읽는 초반부에는 사실 책 내용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내가 가지지 못한 기본적인 ‘진정한 부자’의 조건을 가지지 못했었음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일 특유의 서늘하고 냉정한 말투로 ‘진정한 부자’가 되는 길에는 필요조건이 있으며, 그 필요조건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주장이 너무도 명확하고 설득력이 있고, 내심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지만 선뜻 꺼내지 못한 이런 내용들을 저자가 확언을 해버린 순간 슬픔과 절망 때문에 마음의 동요가 심했다. 하지만 중반부부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만 하는 것,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나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저자의 어설픈 위로도 없다. 그 길을 걷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렵겠지만, 열심히 더 노력하면서 그 길을 가는 수 밖에 없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그리고 자라온 환경이나 주변 환경에 의해 형성된 가치관을 과감히 탈피하고, 우리가 도달하고 싶은 그곳의 가치관을 받아 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을 수없이 강조한다.
책을 읽고 이렇게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동안의 모든 책들이 ‘더 노력해라’,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라’, ‘늦잠자지 마라’,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 , ‘기술이 쌓이면 빛나게 되어 있다’ 등의 ‘행동’에만 주로 포커스가 되어 있었다면, 이 책은 좀더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를 건드린다. 상류층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쉬쉬하는 그 문제를. 그래서 매우 불쾌하고, 슬프며, 우울해졌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봐야 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이루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판의 본질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부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이처럼 자세하고 사실적으로 기술해놓은 책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하는 것을 빨리 인정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빨리 깨닫기 위해서.
아비투스란 세상을 사는 방식과 태도를 말하는 것으로 아우라처럼 인간을 감싸고 있다. 아비투스는 사회적 지위의 결과이자 표현이며 우리의 사회적 서열을 저절로 드러낸다. 이런 아비투스는 일부에게만 평평한 길을 만들어주고, 누군가에게는 날개가 되어주기는커녕 날아오르는 것 자체를 방해한다. 이런 아비투스를 바꾸는 방법으로 책에서는 7가지 자본을 제시한다.

- 심리자본: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까지 상상하는가

- 문화자본: 인생에서 무엇을 즐기는가

- 지식자본: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경제자본: 얼마나 가졌는가

- 신체자본: 어떻게 입고, 걷고, 관리하는가

- 언어자본: 어떻게 말하는가

- 사회자본: 누구와 어울리는가

​나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바꾸고 싶은 사람, 특히, 나의 자식을 나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 하고 싶은 사람은 꼭 읽어봐야 할 책 같다.
상류층을 세상의 최고의 기준처럼 묘사한 듯한 뉘앙스가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아직까지는 상류층의 조정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이니, 슬프지만 빨리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파워를 스스로가 갖는 것이 상류층 밑에서 불평하고 신세한탄만 하고 있는 것보다 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책 속의 말, 말, 말]

- 인간은 각자 다른 조건을 갖고 삶을 시작한다.

-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우리가 어떤 사회적 관계 안에서 성장했는지와 관련이 있다. 표면적으로만 개인이 결정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 태어나 자라면서 경험했던 모든 것이 지금의 태도를 빚어낸다. 유년기에 몸에 밴 아비투스는 아주 깊이 자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정신력이 약해서 그런 기분이 드는 게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아주 당연한 일이다.

- 많이 가진 자가 도박에서 더 많이 걸 수 있다. 적게 가진 자는 더 안전하게 건다.

- 상위 10퍼센트, 나아가 상위 3퍼센트의 고급 아비투스를 가진 사람이 위로 도약한다. 불공평하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 어려서부터 고급 아비투스가 몸에 밴 사람은 평균적으로 두 배 더 빨리, 더 쉽게 최고가 된다.

- 재정적 지원과 최고의 인맥 같은 기회는 상속됩니다. 또한 보너스처럼 높은 교육을 받고, 기득권층의 코드를 알고 그것을 자신 있게 이용합니다. 이런 아비투스가 성공의 좋은 기반이 됩니다.

- 위로 오르려는 욕구는 감사할 줄 모르는 불만이 아니라 창의적인 불평이다.

- 개인의 선호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가 취향을 결정한다.

- 부가 증가할수록 유용성을 따지는 질문은 점점 더 사라진다. 유용성 대신 세련됨과 우아함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 최정상 리그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세가지 새로운 트렌드를 사회학자들이 정리했다. 첫째, 조용한 부, 둘째, 눈에 띄지 않는 소비, 셋째, 애써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과시하기.

- 21세기에는 지식에서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성공을 좌우한다. 이를테면 지식을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비판적으로 성찰하기, 창의적으로 연결하기, 요약하여 비축해두거나 최고의 능력으로 바꾸기.

- 연락처의 개수보다 같은 야망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질이 더 중요하다.

- 좋아하는 이모가 슈퍼마켓 계산대에 앉았느냐 아니면 자동차 기업 아우디의 전략팀에 앉았느냐가 어린 조카의 아비투스에 영향을 미친다.

- 상류층은 관계를 돌보는 데 시간, 재정, 정신적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언젠가 관계망이 형성되면 당신은 더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알아서 당신에게 연락할 것이다.

- 최정상 리그는 애쓰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과도하게 많이, 과도하게 정확히 일하는 데서 계습 상승자 티가 난다. 부유하지만 평범한 가정 출신인 케이트 미들턴은 윌리엄 왕자와 결혼한 이후로 고상한 여왕의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한다. 반면 왕실에서 태어난 왕족은 런던 고소득자의 캐주얼한 남동부 지역 영어를 선호한다. 과도한 열성을 보이지 말고 엘리트보다 더 엘리트처럼 되려고 애쓰지 마라.

- 최정상 리그에서 소셜미디어는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 진짜 중대한 만남은 사교 모임 혹은 비공식적인 진솔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 의도 업이 담백하게, 이것이 최정상에 오르기 위한 마법의 주문이다.

- 성공의 오르막에는 갈림길이 있고, 거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없다. 그러므로 걸림돌 한두 개를 길에서 치워줄 결정권자를 자기편으로 얻는 것이 중요하다. 동정심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다른 보통 사람과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특별한지 구체적인 대답이 준비되지 않은 한 잠재적 멘토와 대화를 절대 시도해서는 안된다.

- 상류층의 잘 관리된 아비투스는 역량을 깊고 넓게 확장한다. 이런 사람을 ‘T자형 인물’이라 부른다. T자의 세로 기둥은 탄탄한 전문 지식을, 가로 막대는 전문 분야와 맞닿아 있는 다른 분야에 대한 얕지만 넓은 지식을 상징한다. 이런 지식이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

- 창의성은 미래에 가장 높이 평가될 성과다. 거의 모든 정보를 구글에서 얻을 수 있는 세계에서는 예전에 없었던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 돈만으로는 행복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우는 것보다는 택시에서 우는 게 더 낫다.

- 인생은 외모가 출중한 사람에게 유리한 게임, 심지어 법정에서도 잘생긴 사람이 기본적으로 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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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콘텐츠를 팝니다
이필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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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을 멀리하게 되었던 건, 나의 열등감, 자괴감, 그리고 퍼거슨옹 때문이었다.]

유튜브의 물결이 거세다 못해 휩쓸려 갈 지경이다.

앨빈 토플러가 주창한 제 3의 물결로도 설명이 부족한 세계가 된 것 같다.

제 3의 물결에서 파생된 스핀 오프인 줄 알았다가 사실은 그것이 메인 스트림이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엄청난 에너지로 세상을 휩쓸고 있는 이 채널을 왜 나는 그동안 무시하고 있었을까?

내가 유튜브를 알게된 시기는, 페이스북이 한참 활발할 때 반짝 관심을 가지고 그 세계를 경험했으나, 만만치 않은 부작용을 겪게 되고(자존감 저하, 허무함 상승, 현실과 동떨어진 유저들의 화려한 세계, 비슷비슷한 자랑 컨텐츠로 인한 피로도 상승, 입을 잘못 놀린 유명인, 주변인들의 몰락 등) 무엇보다 퍼거슨옹의 'SNS는 시간 낭비다'라는 지극히 컨벤셔널한 코멘트에 그는 단지 축구감독으로써의 명망만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망각한 채, '그래! SNS는 인생에 도움이 안돼!'라는 열등감과 근시안적 시야로 페이스북 및 카카오스토리는 중단하고,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는 아예 가입도 안하고 현실을 살겠다며 트렌드를 무시하고 살던 시기였다.

그리고 이런 미쳐 돌아가는 세상(그때는 진짜 그렇게 생각했다)에서 나는 현실을 살겠다며, sns에 대한 반작용으로 더 철학적인 책을 찾아서 읽고, 인문학 책을 찾아서 읽고, 역시 세상을 사는 지혜는 '올바른 정신과 마음(?)'에 있으며, 배워야 할 것은 모두 책에 있다고 자위하던 나날을 살았다. 막 뜨고 있던 유튜브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쓰잘데 없는 B급 컨텐츠', '동영상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비디오 컨텐츠를 업로드 하는 곳', '덕후들의 덕질 놀이터'라는 아주 잘못된 이해를 하고 있었다.

[내가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사이,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었다.]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던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은 거시적인 안목이 생겨서도 아니요, 엄청난 인사이트가 생겨서도 아니요, 시류를 파악한 엄청난 '촉' 때문도 아니었다. 계기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배우 #티모시샬라메#콜미바이유어네임 프로모션 투어 내용, 인터뷰 등을 보기 위한 지극히 단순한 소위 '덕질'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발을 담그게 된 유튜브는 그동안의 나의 잘못된 생각을 철저히 깨부수기라도 하듯이 엄청난 컨텐츠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편차는 심하지만, 내가 알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하는, 엔터테인먼트 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유튜브를 소비만 하고 있던 사이, 이미 생산자의 삶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차하면 중독 될 정도의 다양하고 재미있는 유뷰트의 컨텐츠들 때문에 유튜브 시청 시간을 어떻게 줄여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쯤, 다양한 매체에서 유튜브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이름이 노출되기 시작했고, 몇몇 유명 유튜버들은 TV라는 메인 매체로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며, 심상치 않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암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유튜브 동영상은 모두 개인이 만드는 동영상'이라는 선입견을 또다시 깨부수듯이 'MCN(multi channel network)'라는 생소한 용어들이 간간히 들리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컨텐츠 생태계가 뭔가 또다른 형태로 진화되고 있구나 하는 추정만 했을 뿐, 자세한 내용은 알 수가 없었다.

[최고의 회사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구글을 퇴사하고, 30세에 대학 동기인 도티와 샌드박스를 창업해 5년 만에 업계 톱의 자리에 올려놓은 사람의 이야기다.

"나 역시 구글에서 일하는 동안 곧 다가올 세상을 반 발짝 앞서 봐버렸다. 결국 우리는 두 눈으로 목격한 세상의 변화를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오늘도콘텐츠를팝니다 는 시대의 변화를 직감하고, 과감히 미래가 보장된 유명한 글로벌 기업 구글을 퇴사하여 샌드박스라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하여 단기간에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낸 이필성 대표의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놀랐던 점은,

- 모두가 선망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는 것

- 매우 젊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캐치하는 선구안이 있었다는 것

- 미래가 불투명 한데도 '가능성'에 승부를 걸기 위해 과감히 퇴사하고 스타트업을 시작했다는 것

이었다. (이 세가지만 보면, 마치 해외의 유명 성공 기업의 CEO를 보는 느낌이다.)

역시 난 사람은 다른 것인지, 책 전반에 걸친 내용들도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 유튜브를 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시야를 확장할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더불어, 특정 분야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자신만의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 그리고 유튜브의 대박을 지켜보며 추격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컨텐츠&플랫폼 회사들에게도 상당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이런 자서전 형태의 책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겸손한척 하지만 결국은 잘난 척', '내가 열심히 해서', '내가 잘나서', '내가 고생을 엄청나게 해서', '내가 제일 잘 알고' 등의 뉘앙스가 철저하게 배제된, 매우 절제되고 객관적인 톤으로 쓰여진 잘 정제된 한권의 산업 리포트의 느낌이 강한 책이라 끝까지 거부감 없이 잘 읽을 수 있었다.

이 나이에, 이 정도의 인사이트에, 이 정도의 글빨에! '대단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람인 것 같다.

문득문득 마크 주커버그의 창업 일대기를 그린 영화 #소셜네트워크 를 볼 때의 느낌이라고나 할까?(물론 다행히도 마크 주커버그 같은 막장 행동거지는 없다.)

[그의 말, 말, 말]

-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인정받는 가치를 지닌 콘텐츠가 상업성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돈을 내고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니 말이다. 그리고 돈을 내고 소비하는 콘텐츠가 많이 생성되면 결국 콘텐츠 산업은 저변이 확대되고 발전하게 된다.

-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욕구와 필요가 더 명확하게 반영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공급자 중심의 시대에는 공급자가 사람들의 니즈를 추정해서 콘텐츠를 끼워 맞추는 시장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게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한 후 콘텐츠를 제작한다.

- 모두 제각각이고 다양한 욕구와 취향을 지닌 사람들은 어떻게 그걸 참아온 걸까? 그동안의 미디어 환경상 콘텐츠는 과소 공급 상태였고, 사람들은 그 상태를 특별히 거부하지 않았다. 욕구를 누르며 살았거나 욕구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주어지는 대로 수용한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소비자들 각자가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으며, 우리는 선택만 하면 된다.

- 모바일 사용에 익숙해진 유저들은 어느새 휴대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시간보다 훨씬 길다.

- 편리함이 주는 효용은 거부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편리함을 추구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단지 그동안은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도구가 적어서 사용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게으른 존재라서 조금이라도 편한 걸 찾는 본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를 보더라도 편한 것이 늘 좋은 것을 앞서왔다.

- 동영상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는 두 번째 이유는 사람들이 여가에 쓰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 오늘날의 대중들은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가지각색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나만의 취향과 니즈에 맞는 인물이 한 가지 테마의 콘텐츠를 모노톤의 화면에 담아 보여주는 것을 더 선호한다. 공중파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도 여러 명이 한꺼번에 나오는 버라이어티 쇼의 유행은 지나갔다.

- 크리에이터들이 갖고 있는 기획력, 매력, 스토리는 남다르다. 수많은 회사들이 이 지점에서 실패한다. 잘나가는 크리에이터들이 하는 것처럼 비슷하게 따라 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착각을 한다. 대중들이 원하는 크리에이티브는 성공한 누군가를 흉내 내서 엇비슷하게 만들어내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개인의 매력과 창의성이 녹아들지 않는 콘텐츠는 진정성과 생명력이 없다. 또한 성실한 태도와 콘텐츠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어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 오늘날 대중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그들과 소통하고자 애쓴다. 인스타그램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행위를 통해 특정 대상과 훨씬 더 가깝게 느끼고 직접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스토리에는 무엇이 담겨야 할까? 늘 궁금증을 자아내고, 즐거움을 주며, 개인적인 매력과 재미 그리고 감동적 요소를 담아낸다면 좋은 콘텐츠로서의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스토리에는 인간의 본성인 '선망의 법칙'도 잘 담아내야 한다.

- 크리에이터에게 콘텐츠 기획력이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라면 두번째는 브랜드로서의 매력을 갖는 것이다.

- "앞으로 돈이 어디로 흐를 것 같나요? 한번 맞춰보세요." 이는 내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 질문이었다.

 

[김미경 강사의 말이 옳았고, 그래서 나도 더욱더 확장된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다.]

얼마 전에 읽은 #김미경의리부트 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시야를 넓히고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젊은이들과 대화하라", "다른 분야의 낯선 사람들을 만나라"

영감, 지혜, 지식 하면 고대 철학자들, 이미 입증된 유명한 대가들, 유명 부자들, 해외 성공 사례, 해외 자기계발서 저자만 떠올렸던 나를 반성한다. 시류를 빨리 파악해야 하고, 콘텐츠도 생산해야 하는 사람인데도, 지극히 개인적인 편향에 갇혀 스스로 눈가리개를 찬 경주마처럼 눈 앞의 것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세상이 급변하는 것만큼,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의 인사이트와 경험을 나이, 성별, 국적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보고 벤치마킹하는 360도의 시각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

[사족을 달자면...]

이 책은 누구보다도 '네이버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팀이 읽어야 할 책 같다! ㅋㅋㅋㅋ

현재의 네이버애드포스트 정책이나 기타 정책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네이버와 블로거의 관계를 아직도 탑다운 방식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전통적인 방식은 더이상 안 먹힌다는 것... 이 책에서 거의 '디지털콘텐츠101' 수준으로 알려주고 있으니 꼭 읽어봤으면~ 그래서 네이버를 아직 떠나지 않고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블로거들을 소중히 생각했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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