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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지금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외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
디지털 세상이 오면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에 쉽게, 비의도적으로 노출이 되고 있다.
덕분에, 과거에는 한정된 몇몇 장치나 플랫폼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고급 정보들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만약 우리가 오늘 부자가 되고 싶은 방법을 알고 싶다면 유튜브만 클릭해도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는 때가 되었다.
그것도 단계적으로, 월 3백만원 버는 법, 월 천만원 버는 법, 월 억대 버는 법 등 마치 우리만 빼고 모두들 부자가 되는 법을 잘 알고 있다는냥 오늘도 무수한 비법들을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비록 그들의 부자 되는 비법은 예외없이 다양한 형태의 유료 수업이나 강의 결제창으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부자가 되는 쉬운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는 부자(?)들이 이렇게까지 많았던 시대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부자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비법대로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최근에 빌 게이츠의 성장배경에 대한 일화와 샌드박스 대표인 이필성의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던 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아주 오래된 의문이었는데, 이번에 비슷한 사례를 접하게 되면서 다시 그 의문이 떠올랐다.
‘빌 게이츠가 상류층 백인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했다면? 물질적인 기본적 환경이 일반인하고는 많이 다른데..’
‘이필성 대표가 30살이 되지도 않은 나이에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최대규모의 온라인 동영상 축제인 비드콘을 갔다고?’(책에서는 저자의 성장환경이 자세하게 나오지 않아 정확히 추측 할 수는 없지만, 부분부분 나온 정보를 종합해보면 어려운 가정 환경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왜 흙수저 젊은이들이 기업을 물려받은 재벌들이 ‘노력’, ‘기회’, ‘불굴의 의지’를 외칠 때 거기에 호응하고, 장 보는 모습을 보여줄 때 소박한 모습이 멋지다고 좋아요를 누를까?’
분명한 것은 나는 빌 게이츠와 같은 환경이 없었고, 누군가 해외 컨퍼런스를 가는 비행기표를 샀을 때, 월세를 낸 후 남은 돈으로 전세로 옮기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적금을 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나은 환경에서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노력하면 못할 것이 없다’를 주창하는 그들을 보며, 세상이 진짜 그런 것인가?하는 고민만 생길 뿐이었다. 어쩌면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를 이러한 고민들 때문에 결국엔 자포자기가 되어 ‘운명론’, ‘긍정론’에 의지하게 되고, ‘잘된다고 생각하면 잘된다’, ‘부자가 된 것처럼 행동해라’, ‘100번 쓰기를 해라’ 등으로 흘러갔다가, 마침내 ‘집착을 놓아라’, ‘너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라’, ‘있는 것에 만족해라’까지 가게 되면서 느끼는 그 허무함! 그 허무함이 못견딜 정도가 되면 다시 ‘부자가 되는 법’, ‘금방 돈 벌 수 있는 방법’등으로 돌아오기를 반복. 아직도 나는 이 어쩌지 못하는 감정의 쳇바퀴를 달리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부자가 되지 못한 것은 정말로 노력을 덜 해서 일까? 널려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해서 일까? 실행력이 없어서 일까? 불굴의 의지가 없어서 일까?
[아비투스는 ‘진정한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해 좀더 근본적인 주제를 꺼내들었고, 그 잔인한 사실에 나는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책을 펼치고 읽는 초반부에는 사실 책 내용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내가 가지지 못한 기본적인 ‘진정한 부자’의 조건을 가지지 못했었음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일 특유의 서늘하고 냉정한 말투로 ‘진정한 부자’가 되는 길에는 필요조건이 있으며, 그 필요조건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주장이 너무도 명확하고 설득력이 있고, 내심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지만 선뜻 꺼내지 못한 이런 내용들을 저자가 확언을 해버린 순간 슬픔과 절망 때문에 마음의 동요가 심했다. 하지만 중반부부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만 하는 것,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나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저자의 어설픈 위로도 없다. 그 길을 걷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렵겠지만, 열심히 더 노력하면서 그 길을 가는 수 밖에 없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그리고 자라온 환경이나 주변 환경에 의해 형성된 가치관을 과감히 탈피하고, 우리가 도달하고 싶은 그곳의 가치관을 받아 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을 수없이 강조한다.
책을 읽고 이렇게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동안의 모든 책들이 ‘더 노력해라’,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라’, ‘늦잠자지 마라’,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 , ‘기술이 쌓이면 빛나게 되어 있다’ 등의 ‘행동’에만 주로 포커스가 되어 있었다면, 이 책은 좀더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를 건드린다. 상류층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쉬쉬하는 그 문제를. 그래서 매우 불쾌하고, 슬프며, 우울해졌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봐야 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이루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판의 본질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부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이처럼 자세하고 사실적으로 기술해놓은 책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하는 것을 빨리 인정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빨리 깨닫기 위해서.
아비투스란 세상을 사는 방식과 태도를 말하는 것으로 아우라처럼 인간을 감싸고 있다. 아비투스는 사회적 지위의 결과이자 표현이며 우리의 사회적 서열을 저절로 드러낸다. 이런 아비투스는 일부에게만 평평한 길을 만들어주고, 누군가에게는 날개가 되어주기는커녕 날아오르는 것 자체를 방해한다. 이런 아비투스를 바꾸는 방법으로 책에서는 7가지 자본을 제시한다.
- 심리자본: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까지 상상하는가
- 문화자본: 인생에서 무엇을 즐기는가
- 지식자본: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경제자본: 얼마나 가졌는가
- 신체자본: 어떻게 입고, 걷고, 관리하는가
- 언어자본: 어떻게 말하는가
- 사회자본: 누구와 어울리는가
나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바꾸고 싶은 사람, 특히, 나의 자식을 나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 하고 싶은 사람은 꼭 읽어봐야 할 책 같다.
상류층을 세상의 최고의 기준처럼 묘사한 듯한 뉘앙스가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아직까지는 상류층의 조정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이니, 슬프지만 빨리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파워를 스스로가 갖는 것이 상류층 밑에서 불평하고 신세한탄만 하고 있는 것보다 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책 속의 말, 말, 말]
- 인간은 각자 다른 조건을 갖고 삶을 시작한다.
-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우리가 어떤 사회적 관계 안에서 성장했는지와 관련이 있다. 표면적으로만 개인이 결정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 태어나 자라면서 경험했던 모든 것이 지금의 태도를 빚어낸다. 유년기에 몸에 밴 아비투스는 아주 깊이 자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정신력이 약해서 그런 기분이 드는 게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아주 당연한 일이다.
- 많이 가진 자가 도박에서 더 많이 걸 수 있다. 적게 가진 자는 더 안전하게 건다.
- 상위 10퍼센트, 나아가 상위 3퍼센트의 고급 아비투스를 가진 사람이 위로 도약한다. 불공평하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 어려서부터 고급 아비투스가 몸에 밴 사람은 평균적으로 두 배 더 빨리, 더 쉽게 최고가 된다.
- 재정적 지원과 최고의 인맥 같은 기회는 상속됩니다. 또한 보너스처럼 높은 교육을 받고, 기득권층의 코드를 알고 그것을 자신 있게 이용합니다. 이런 아비투스가 성공의 좋은 기반이 됩니다.
- 위로 오르려는 욕구는 감사할 줄 모르는 불만이 아니라 창의적인 불평이다.
- 개인의 선호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가 취향을 결정한다.
- 부가 증가할수록 유용성을 따지는 질문은 점점 더 사라진다. 유용성 대신 세련됨과 우아함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 최정상 리그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세가지 새로운 트렌드를 사회학자들이 정리했다. 첫째, 조용한 부, 둘째, 눈에 띄지 않는 소비, 셋째, 애써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과시하기.
- 21세기에는 지식에서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성공을 좌우한다. 이를테면 지식을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비판적으로 성찰하기, 창의적으로 연결하기, 요약하여 비축해두거나 최고의 능력으로 바꾸기.
- 연락처의 개수보다 같은 야망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질이 더 중요하다.
- 좋아하는 이모가 슈퍼마켓 계산대에 앉았느냐 아니면 자동차 기업 아우디의 전략팀에 앉았느냐가 어린 조카의 아비투스에 영향을 미친다.
- 상류층은 관계를 돌보는 데 시간, 재정, 정신적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언젠가 관계망이 형성되면 당신은 더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알아서 당신에게 연락할 것이다.
- 최정상 리그는 애쓰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과도하게 많이, 과도하게 정확히 일하는 데서 계습 상승자 티가 난다. 부유하지만 평범한 가정 출신인 케이트 미들턴은 윌리엄 왕자와 결혼한 이후로 고상한 여왕의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한다. 반면 왕실에서 태어난 왕족은 런던 고소득자의 캐주얼한 남동부 지역 영어를 선호한다. 과도한 열성을 보이지 말고 엘리트보다 더 엘리트처럼 되려고 애쓰지 마라.
- 최정상 리그에서 소셜미디어는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 진짜 중대한 만남은 사교 모임 혹은 비공식적인 진솔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 의도 업이 담백하게, 이것이 최정상에 오르기 위한 마법의 주문이다.
- 성공의 오르막에는 갈림길이 있고, 거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없다. 그러므로 걸림돌 한두 개를 길에서 치워줄 결정권자를 자기편으로 얻는 것이 중요하다. 동정심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다른 보통 사람과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특별한지 구체적인 대답이 준비되지 않은 한 잠재적 멘토와 대화를 절대 시도해서는 안된다.
- 상류층의 잘 관리된 아비투스는 역량을 깊고 넓게 확장한다. 이런 사람을 ‘T자형 인물’이라 부른다. T자의 세로 기둥은 탄탄한 전문 지식을, 가로 막대는 전문 분야와 맞닿아 있는 다른 분야에 대한 얕지만 넓은 지식을 상징한다. 이런 지식이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
- 창의성은 미래에 가장 높이 평가될 성과다. 거의 모든 정보를 구글에서 얻을 수 있는 세계에서는 예전에 없었던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 돈만으로는 행복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우는 것보다는 택시에서 우는 게 더 낫다.
- 인생은 외모가 출중한 사람에게 유리한 게임, 심지어 법정에서도 잘생긴 사람이 기본적으로 더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