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집착'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혐오하는데, 이 소설의 큰 줄기는 바로 이 '집착'이다.
사람이 정신적으로 연약한 상태일 때, 너무 의존적일 때, '집착'이 강한 사람에 의해 어떻게까지 인생이 뒤틀어지는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소설이다.
한마디로 #가스라이팅 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다고 느꼈던 것이, 보통 심리 스릴러의 경우, 강약중강약의 구조나 끝을 향해 서서히 점화하는 스타일(결론에서 대폭발하는 형태)이 주로 쓰이는데, 이 소설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미묘하게 신경을 건드리며 계속 불쾌한 감정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져가게 만드는 구성이다.
마치 못 한개를 가지고 긴 기차의 몸통을 따라 쭉 스크래치를 내면서 귀에 거슬리는 긁히는 소리를 들으며 철길을 2~3시간 걷는 기분.
혹은, 10년 전에 너무 힘들게 경험해서 아직도 내 뇌리에 남아있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8월의 스페인의 오스만 거리를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걷고 있는 기분.
몹시도 불쾌하고, 묘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그런 책.
지난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된 앨리스와 루시의 교차되는 심리.
그들 각자의 심리를 책이 이끄는대로 따라가다보니 내 목이 조여지는 것 같고, 때로는 토할 것 같은... 너무 지쳐서 후반부에서는 초조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결말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루시가 집착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앨리스였을까? 앨리스의 조건이었을까? 아니면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었던 '가난'이라는 낙인이었을까?
킬링 타임용으로 추천!
조지 클루니에게 판권이 팔리고, 스칼렛 조한슨이 출연하기로 했다니 기대!
사족인데,
1. 책 표지 너무 찰떡으로 고른듯~!
2. 번역하신 분께 박수를! 책에 달린 주석에 대한 디테일과 정성이~ 칭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