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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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_ 에리히 프롬 _ 장혜경 옮김 _ 김영사

 

서로 손을 맞잡은 사람들이 해맑은 표정으로 뛰는 모습. 표지의 사진은 묘한 뭉클함을 준다. 함께 있고 숨을 쉬기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 그것이 가진 생명력이 벅찬 마음을 안겨준다. 그들 주변을 장식한 알록달록한 색들은 꼭 우리들의 감정이 색을 띄고 아우라가 되어 맴도는 것 같다. 사랑을 말하는 학자, 에리히 프롬의 책이다.

 

면지는 에메랄드 색이 띄는 민트색이다. 사람이 가장 에너지가 가득하고 들뜰 때, 그 마음이 동동 뜨는 것을 색으로 담은 것 같다. 붉은기가 많이 도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갈색 띠지에는 당신에게는 삶을 사랑할 자유가 있다.”는 책 속의 문구가 적혀있다. 모든 종류의 사랑에 대한 가치를 알고 그를 탐구하는 사람들이 집어들 만한 책이다.

 

라이너 풍크의 서문은 에리히 프롬의 생각의 출처들과 핵심적인 가치들을 잘 짚었다. 프롬의 생각을 읽기 전, 그가 가진 사랑에 대한 정의와 중요도를 설명한다. 특히 네크로필리아 적인 사람들이 탄생하고 그들이 보이는 모습들을 떠올리며 사랑을 잃은 주변 사람들을 떠올렸다. 또 마음에 상처입은 때의 내 모습 또한 보게 되었다. 에로스적인 사랑이 아니라 아가페적인 사랑, 사람을 넘어 세상과 나의 삶을 사랑하려면 나는 이 상처를 헤집을 것이 아니라 연고를 바르고 보듬어야 할 것이다. 쉽게 상처받고 아프게 살아가는 각박한 자본주의 사회의 우리는 과연 삶을 사랑하고 있는가. 사랑할 수 있을까. 서문을 넘어 프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은 감상에 젖은 일이 아니다. 다만 사람들은 점점 사랑을 말하기 어려워하고, 스스로 삶과 혹은 다른 무언가를 사랑하더라도 그를 자각하지 못한다. 프롬의 첫 장을 넘기고 가장 먼저 새겨진 말은 아래와 같다.

 

삶이란 어쩔 수 없이 성장과 변화의 과정이다. 성장과 변화가 멈추면 죽음이 닥친다.’ - p.25

 

살아가는 내내 우리는 성장하고 변화한다. 무기력함을 느끼고 변화를 느끼지 못하면 죽음과 다름 없다. 최근의 강한 무기력과 반복되는 일상, 하루를 성취감 있게 보내지 못하는 날에는 늘 속상함이 따랐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괴로움에 자책만 하고 있을 때, 프롬은 성장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 나은 삶에 대한 갈증. 프롬의 말 대로라면 나는 삶을 아주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다. 모든 순간 행복하지 않더라도 삶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괴로움을 겪을 때, 우리는 폭력에게 쉽게 시선을 빼앗긴다고 말한다. 지금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스스로를 하나의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곧잘 채찍질을 하곤 한다. 삶을 사랑하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 누군가에 의해 화가 날 때에도 쉽게 권위(카리스마)나 재화, 힘 등으로 타인을 꺾고 싶다는 욕망을 쉽게 느낀다. 상상에 그치는 이유는 내게 하나였다. 그것은 힘이 이기는 길이지 내가 이기는 길이 아니고, 둘 중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는다. 내가 가진 폭력의 도구가 상실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내가 될 것이다. 프롬은 폭력행사가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으나 만족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힘의 수단에 종속되기에 외로워지고 불안해진다고 말한다. 프롬의 글을 읽으며 주저없이 펜으로 밑줄을 그어갔다. 어지러운 나의 생각들을 잘 정리된 문장으로 만나는 것은 늘 깨달음을 준다. 매 장이 깨달음과 받아들임의 연속이었다.

2장으로 넘어가며 프롬은 진심에 대해 이야기 한다. 19세기의 윤리적 문제들과 20세기로 넘어가며 극복하지 못하거나 새로 탄생한 윤리적 문제들을 살펴보며 세상 속에 우리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문제들을 곱씹는다. 이를 해결할 방안을 나열하는데 이는 곧 진심으로 통했다.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라는 2장의 제목이 모든 것을 표현한다. 인간을 하나의 사람으로 보는 것, 스스로 수단이 되지 않고 타인을 수단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이 사랑을 시작하게한다. 문장마다 변화하는 나를 느끼며 읽다가 책을 한 권 읽더라도 변화를 얻지 못하면 무의미하다는 프롬의 말에 나는 책을 진심으로 읽고 있구나 괜한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는 내가 책을 진심으로 읽는 것과 별개로 프롬이 독자에게 절절히 진심을 호소한 탓이라고 느껴졌다.

 

사랑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으로 삶을 이야기한다. 선한 것을 고집하지만 현실적이고 냉철한 그의 시각은 자신의 철학이 내면에 탄탄히 쌓인 듯 일관적인 태도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줄곧 나는 사랑과 이상을 말하면서도 그것이 너무 비현실적인 시각이 아닐까 고민해왔다. 이상을 추구하다가는 머리가 꽃밭같다는 비난을 받는 차가운 시대에, 우리는 프롬의 말이 필요하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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