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유지혜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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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_ 유지혜 _ 김영사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는 책 속에서 나를 데리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그의 일상은 빈 틈 없이 찬란했다. 아마 그가 찬란한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일본의 에어비엔비 숙소에서 주인 부부와 함께 하는 식사, 그 옆자리에 내가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저자는 여신 소금이나 커피를 서툰 일본어로 부탁했다. 부드러운 인상의 노부부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아주 다정한 말들을 주고 받았다. 나는 독자였으나, 그 순간의 관찰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소속되어있었다. 분명 함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글들이었다.

에세이를 읽다 보면 표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가 들려주고자 하는 일상이나 생각들은 표현에 의해 누군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되고, 새로움은 주로 그러한 표현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나는 저자의 아주 사소한 표현에 간간히 감탄하면서도 장면을 서술하는 데에 감동받았다. 저자는 포근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글로써 만들어내는 장면은 글자 하나하나로 구성된 그림이 되고, 그 공간에서 받은 느낌들을 위해 비유를 덧붙였다. 낡은 기억을 재생시키는데에 소리는 없고 따뜻한 저자의 목소리로 나레이션을 넣은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책의 제목이 어우러진 은은한 컬러의 표지. 참을 인을 세 번 쓸 즈음에는 화를 내어도 되지 않냐는 생각을 했으나, 세번이나 미워하는 마음이 들어도 없애겠다는 듯이 제목은 ‘미워하는’이라는 구절을 반복한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라는 제목에서 나는 사랑을 느꼈고, 예상을 빗나가지 않은 채 그의 모든 글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대단하고 무거운 상황은 크게 잦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무거울 수 있으나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이를테면 부끄러운 빈곤과 허영, 표현하지 못한 사랑, 멈추어 있던 엄마의 성취들은 나의 삶에 아주 가까이 있었다. 저자는 미움과 아쉬움들을 꺼내어 아주 작고 담담하게 표현한다. 별 다를 것 없는 매일의 일기처럼 쓰인 상처들은 저자에게 사랑으로 변하는 순간부터 아주 커진다. 글 중 긍정을 언급한 구절이 있다. 긍정적이게 변하라는 수 많은 조언들은 내게 와닿지 않았으나 저자는 누군가에게 그 말을 들은 후의 변화를 서술하며 긍정의 가치를 주장한다. 그 어느 곳에도 그의 경험이 빈 곳이 없었기에 뜬 구름 잡는 조언이 되지 않고 오롯히 와닿았다.


책 끝을 접게 한 몇 편의 글과 구절들을 지나, 당신이 마침내 그의 마지막 에세이를 읽기 바란다. 그 중 한 구절을 인용하고자한다.

 

“사랑에는 웃는 얼굴만 있지 않았다. 어떤 경험을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홀로 견뎌온 시간과 후회, 머뭇거림, 뒤에 숨은 슬픔과 아픔까지도 그것에 포함이었다. 그 모든 것을 간직하고 나아가는 사람만이 사랑을 지속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실 가장 진지하고 강하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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