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의 소상(22)





어느덧 짧은 늦가을 해는 서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민기는 마치 망부석마냥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그녀가 결혼식을 올리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이다.

 

S호텔 영빈관에 도착했으나 민기는 식장 안으로 들어서질 못했다.‘

 

그것은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그녀를 마지막으로 한 번 보겠다는 마음이 변해서가 아니었다.

 

식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축의금 접수창구에서 명단을 확인 받은 후 지정된 테이블로 안내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결혼식은 초대를 받은 하객만 참석할 수 있는 것이었다.

 

민기와 같이 그녀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는 초대에서부터 제외가 되는 불청객인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나 곧 그녀의 배우자가 될 남자는 부담이 되는 존재의 출입을 아예 원천 봉쇄하기 위해 이곳을 결혼식장으로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결혼식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면 신부 입장시 신부 대기실에서 나오는 그녀를 볼 수 있었겠지만 민기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신랑 신부의 입장이 끝난 상태였다.

 

로비는 결혼식장으로 바로 이어져 있었는데 양옆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생화로 꽃장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로 신랑 신부가 출입하고 행진하는 길이 곧게 뻗어 있었다.


그 길의 끝에 길게 늘어뜨린 트레인이 달린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뒷모습을 보이고 서 있는 그녀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서 있는 앞에는 그녀가 짓고 살고 싶다는 한옥이 오롯하게 앉아 있었다.

 

민기는 고민에 빠졌다.

 

이곳까지 오기 전에는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니 결혼식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서 있다 보니 자신의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졌고 또 봐서는 뭐하겠는가 하는 자괴감에 그냥 돌아서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제 그녀와의 관계는 되돌릴 수도 없고 모든 것이 끝났는데 봐서는 뭣할 것인가

그냥 돌아가자

 

결혼식은 주례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민기는 그냥 돌아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몸을 돌렸으나 발걸음은 떼질 못했다.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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