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의 소상(19)



순간 사마귀가 앉아 있는 난간만 줄곧 쳐다보고 있던 여인의 시선이 민기에게로 옮겨졌다.

 

그리고 시선만 바꿔지지 않았고 몸을 아예 민기를 향해 돌렸다.

 

이곳과 같은 집에서 살고 싶어 했다고요. 그 여자 분이?”

 

, 그랬어요.

그러나 저는 그 여자를 이런 집에서 살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없고 그것이 이별의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하죠. 그러니 이곳이 저에게는 특별한 곳이지요.”

 

궁금하군요.”

 

궁금하다니요?

무엇이 궁금하다는 것인지?”

 

이런 곳에서 살고 싶어 했다는 그 여자 말입니다.

볼 수 없겠지만.”

 

이제는 잊어야만 하는 여자입니다.

지나가는 바람이었느니 하며 잊어야 할 여자이지요.”

 

아이러니하네요.”

 

잊어야만 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것입니까?”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세상사가 아이러니하다는 것입니다. 세상사가.”

 

그렇지요.

세상에 아이러니한 일들은 많고도 많지요.

그럼 제가 보길도에 혼자 오게 된 사연에 대해 말해주었으니 이제 그쪽이 보길도에 혼자 오시게 된 사연에 대해 말씀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

 

그쪽과 같은 사연이라고 해두지요.”

 

그 말을 끝으로 여인은 다시 돌아앉아 먼발치의 배롱나무를 바라보며 무엇인가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그런 여인에게 민기는 말을 건네기가 껄끄러워 그저 그녀가 말을 꺼내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여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않았고 그렇게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 민기는 여인과 같이 세연정을 떠나 각기 민박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바람이 거세지더니 다음 날 아침부터는 세찬 바람과 함께 굵은 빗줄기가 퍼붓기 시작하였다.

 

어제 저녁 마지막 배로 나간 사람들 용꿈 꿨네.

태풍이 왔으니 사나흘은 배가 묶일 텐데 잘들 나갔지.”

 

그 집에 남은 손님은 몇 명이야?”

 

없어.”

 

없어?

그럼 그 아가씨도 갔어?”

 

.

더 머물 것 같더니만 어제 세연정에 갔다 오더니 무슨 연유에서인지 서둘러서 짐을 챙겨 떠났어.”

 

비를 뚫고 놀러온 이웃 민박집 주인이 민기가 묵고 있는 민박집 남주인이 건넨 막걸리 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민기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들의 대화에서 민기는 여인이 어제 마지막 배로 보길도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그것으로 보길도에서의 여인과의 만남은 끝났고 태풍이 지난 후 다시 바다가 잠잠해지자 민기는 서울로 돌아왔다.

계절은 변함없이 순환하고 있었다.

 

슬픔이 있는 자에게나 기쁨이 있는 자에게나 상관없이 계절은 무심히 그 모습 그대로 순환되고 있었다.

 

그 순환에 실려 지난 여름 한 잎 두 잎 말라서 떨어진 고엽이 구르던 포도 위에는 생을 다한 잎사귀들이 낙엽이 되어 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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