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여름날의 소상(15)
여인의 시선은 사마귀에게 던져졌다.
사마귀는 아까보다는 조금 더 고추잠자리 쪽으로 다가가 있었는데 그것은 고추잠자리를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는 움직임이었다.
“사마귀는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커요. 저 놈처럼요.”
그러고 보니 여인이 보고 있는 사마귀는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니었다.
“고추잠자리나 사마귀나 모두 호감이 가는 놈들은 아닙니다.”
두 곤충이 모두 호감이 가지 않는 곤충이라는 민기의 말을 밑도 끝도 없는 말이라고 느꼈는지 여인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민기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한 놈은 난잡한 암컷이고 한 놈은 아주 흉악한 놈이거든요.”
“한 놈은 난잡하고 한 놈은 흉악하다. 어떤 놈이 난잡하고 어떤 놈이 흉악한가요?”
여인은 턱을 치켜들었는데 그것은 호기심이 더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난잡한 놈은 고추잠자리이고 흉악한 놈은 사마귀입니다.”
“이유는요?”
“암컷 고추잠자리는 한 마리의 수컷과 교미를 하지 않아요.
한 마리의 수컷과 교미를 한 후 산란을 끝내면 다른 수컷과 교미를 하여 또 산란을 하고 그렇게 여러 번 다른 수컷과 교미와 산란을 반복해요.
그러니 난잡하기 그지없지요.”
“그래요?
몰랐어요.
그럼 사마귀는 왜 흉악해요?”
“산란기가 되면 암컷 사마귀는 페로몬을 내뿜어 수컷을 유혹하여 짝짓기를 하는데 짝짓기 도중에 느닷없이 수컷을 잡아 먹어버린답니다.
그러니 흉악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 이유로 저 두 곤충에게서 호감을 갖지 않는군요?”
“그렇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다른 생각 때문입니다.”
“다른 생각?
그 생각이 무엇인가요?
말씀해주시기 싫으면 안 해주셔도 됩니다.”
민기가 선뜻 말을 하지 않자 여인은 그것을 말해주기 싫은 것으로 받아들였는지 대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것은 아니고 암컷 고추잠자리가 난잡하거나 암컷 사마귀가 흉악한 것은 그들 곤충들의 습성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인간에 대비하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민기는 여인의 시선을 피하며 암울한 표정을 지었다.
“곤충들의 습성을 인간에 대비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여인은 이미 대화에 깊숙이 빠져들어 있었다.
“글쎄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오로지 한 여자만 사랑한 남자에게 있어서 그 사랑은 순종적 사랑이겠지만 이 남자 저 남자를 옮겨가며 조건이 좋은 남자를 찾는 여자에게 있어서 그 사랑은 그저 일회용 풋사랑인 것이겠지요.
고추잠자리처럼요.”
“억측인 것 같네요. 순종적 사랑이 남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잖아요.
순종적인 사랑을 하는 여자들도 많거든요.
그리고 이 여자 저 여자를 집적거리며 여자를 단순히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 남자들도 있잖아요.
전 그쪽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여인의 말투에는 공격의 창과 방어의 방패가 같이 들려져 있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여자는 순정적인 사랑을 하고 남자는 풋사랑을 하는….
그러나 전 어디까지나 남자의 입장에서의 생각을 말한 것일 뿐입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오해는요.
그쪽이 남자의 입장에서 생각했듯이 저 역시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말했던 것 뿐이에요.
그럼 이왕 말 나온 김에 사마귀의 사랑에 대해서도 말씀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