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여름날의 소상(10)
여인이 무표정에 말 건넴이 없었고 민기도 무표정에 말 건넴이 없었기에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말 건넴이 없었기에 처음으로 건넨 말이었다.
“그러게요.”
불현듯 나타난 남자로 설핏 당황한 표정을 지었던 여인은 그 남자가 몇 번 보았던 남자임을 알고는 안심의 표정을 지었다.
또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갔고 여인의 뒤로 짙은 분홍색 배롱나무 꽃잎이 날리며 떨어졌다.
“태풍이 온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섬을 떠나서 인지 이곳도 사람이 없네요. 저와 그쪽 둘만 있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하늘이 저렇게 맑고 태양도 여전한데 사람들은 왜 그리 성급히 섬을 떠나는지 모르겠어요,”
“상황이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급할 수 있을지 모르지요.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감지하기 힘들겠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태풍이 임박했음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내재되어 있으니 민박집 주인들이 곧 태풍이 온다고 여행객들에게 말하겠지요.”
사실 민박집 주인들은 태풍이 온다고만 말했지 섬을 떠나라고는 하지 않았으나 여행객들에게는 그 말이 섬을 서둘러 떠나야 한다는 말로 들렸을 것이다.
“어디서 그런 것을 감지하는 것일까요?”
여인의 시선은 바람에 꽃잎이 하염없이 날리우던 배롱나무에 가 있었다.
“글쎄요…. 바다의 물 때깔에서 아니면 바람결에 묻혀오는 물 냄새에서 느끼고 있는지 모르지요.”
민기의 그 말을 정점으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가로 놓였다.
여인은 배롱나무에 시선을 주고 민기는 연못 물결에 시선을 준 채 각자의 상념속으로 잠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