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의 소상(8)



 

여우비가 지나간 오후, 그녀는 카페 한편에 있는 도서 진열대에서 건축과 인테리어 관련 잡지 한 권을 뽑아와 말린 노란 장미 한 송이가 꽂혀 있는 앙증맞은 작은 화분이 걸려 있는 벽 밑에 앉았다.

 

잡지를 넘기던 그녀의 손이 멈추었고 잠시 후 손가락으로 사진 한 장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키는 곳에 규모가 제법 큰 한옥을 중심으로 앞으로는 파란 하늘이 내려앉아 있는 맑은 연못이 있고 뒤로는 수령이 오래 된 소나무와 잎사귀가 무성한 대나무가 뻗어 있는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고 그 사진 밑에는 세연정의 여름 풍경이라는 캡션이 박혀 있었다.

 

그 세연정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민기를 좀 더 보길도에 머물게 하는 빌미가 되었다.

 

태풍이 온다고는 했지만 아직 남해안까지는 인접하지 않았는지 여전히 하늘은 맑았고 햇살은 뜨거웠다.

 

민기는 바위에서 일어났다.

 

세연정을 가보려는 것이다.

세연정은 한가로웠다.

 

아니 텅 비어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조선 시대 때 문신이자 시인이었던 고산 윤선도가 자연을 벗 삼아 말년을 보냈고 그 유명한 시조인 어부사시사를 지었던 세연정이 역사적으로나 문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이기에 많은 사람들로 붐빌 것으로 생각했었으나 현실은 예상과 달리 인적이 없었다.

 

매표소를 지나자 두 개의 연못이 나타났고 연못 사이로 그녀가 카페에서 펼쳐 든 잡지에서 본 사진을 가리키며 짓고 살고 싶다던 그 한옥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한옥인 줄 알았는데 세연정은 한옥이지만 정확히는 큰 정자였다.

 

민기는 그곳을 향해 자박자박 걸었다.

 

한줄기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은 이른 아침에 불던 바람과는 달리 한층 날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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