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물 켜기(6)




다음날 석규는 주유소로 갔다.

그가 승용차를 정차시킨 곳은 주유소 건물 앞의 주유기가 있는 라인이었다.

그 라인에 3호 주유기가 있었고 그녀가 3호 주유기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다른 라인은 비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규는 3호 주유기가 있는 라인에 정차했다.


석규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석규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석규는 3호 주유기가 있는 라인에 승용차를 정차했다.

그녀가 오자 석규는 차창 문을 내렸다.

그녀에게서 어제 맡았던 비누 내음이 났다.


“1만 원이요.”


석규의 주문에 그녀는 어제와 같이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3일째 되는 날도 석규는 1만 원의 주유를 주문했고 그녀는 같은 표정을 지으며 주유했다.

4일째 되는 날 석규가 차창 문을 내리며 주문을 하기 전에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 왔다.


오늘도 1만 원이지요?”


.”


그녀는 하얀 이를 살포시 드러내며 주유를 했다.

워낙 양이 적어 주유는 금방 끝났다.


뭐 하나 여쭤봐도 돼요?”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는 사실은 석규의 심장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왜 하루에 1만 원만 주유하는 거예요?”


느닷없는 물음이었다.

그 물음에 대비하지 않았던 석규는 당황이 되었다.


그 정도면 하루 소비하고도 남아요.”


그러면 번거롭게 매일 오시지 말고 한 번에 많이 주유하시면 편하잖아요.”


석규는 당신 보려고 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돈이 없어서요.”


정말이지 얼토당토않는 대답이었다.


아까 하루에 1만 원을 주유하면 하루에 사용하고도 남는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며치레 하루 정도는 주유를 안 하셔도 되겠네요?”


석규는 또 말이 막혔다.


아니요.

그래도 매일 주유해야 합니다.”


아니 왜요?

아까 하루에 1만 원을 주유해도 하루 사용하고도 남는다면서요.

그러면 며칠 모아지면 하루 사용할 양이 되잖아요.”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루 쓰고 남는 것은 별도로 빼놓아요.”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나왔는지 모른다.

아니 대답할 말이 궁해져 말도 안 되는 말이 나왔으리라.


별도로 빼놓으신다고요.

연료통 속에 있는 휘발유를 어떻게 빼요.

그리고 어디에 쓰시려고요?”


자바라로 빼요.

그리고 다 쓸데가 있어서 빼놓는 거예요.”


석규는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르는 대답을 했다.

연료통 속의 휘발유는 왜 빼며, 그것을 또 어디에 사용한단 말인가.

그녀는 석규가 한 말이 도통 알아들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연신 갸우뚱했고 그런 그녀를 백미러로 보며 석규는 주유소를 떠났다.


석규에게는 그녀의 질문과 자신이 한 대답에는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