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여름날의 소상(6)
민박집 남주인은 태풍이 오고 있으며 태풍이 오면 며칠이고 뱃길이 열리지 않으니 보길도를 떠나려면 속히 떠나라는 것이었고 그런 정보를 전함으로서 자기는 보길도를 찾은 외지인에게 최소한의 성의는 표시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심 민박집 남주인의 속내는 태풍과 상관없으니 될 수 있으면 이 여름이 끝날 때까지 아니 그 이후로도 오래 동안 있으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민기가 아침을 끝낸 후 믹스커피를 타자 자기도 따라서 타더니 민기를 바라보며 넌지시 던진 말에서 진득하게 묻어 있었다.
그는 태풍이 오면 파도가 바다에서 50미터는 족히 되고 그 높이가 웬만한 야산의 높이는 되는데 섬에 사는 사람들이야 자주 봐서 별 것 아니지만 도회지 사람들에게는 여간해서 볼 수 없는 장관이니 이왕 보길도에 왔으니 그 장면도 한번 보고 가는 것도 좋겠으며, 특히 고산 윤선도가 짓고 그곳에서 어부사시사를 쓴 세연정은 꼭 가보아야 할 곳이라며 말하더니 자기가 윤선도의 후손이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그이 말 속에는 태풍이 오면 몇날 며칠이고 뱃길이 묶이니 어서 떠나라는 채근보다는 태풍이 빚어내는 파도의 장관을 구경하기 위해서 일정을 늦추라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만해도 피서객들로 붐볐던 보길도가 이삼일 정도 전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그 수가 줄어들었다.
민기는 그런 현상이 휴가 시기가 끝나갈 때쯤이어서 그런 것인 줄로 여겼는데 그런 면보다는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은 서둘러 보길도를 떠났던 것이다.
하지만 민기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이 오히려 편하고 좋았다.
민기는 사람들이 적어져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지 않고 그런 길을 걷고, 걷다 머물고, 머물러 생각하는 것이 좋았다.
피서객들이야 자의에 의해서라기보다 자연환경에 의해 보길도를 떠나야 했으나 민기에게는 자연환경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것은 보길도에 들어오는 것이 예정된 것이 아니었듯 나가는 것 역시 예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기를 일곱 번이나 반복되어도 민기는 언제 떠날 것이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언제 떠날 것이냐를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민박집 남주인의 말 중에서 민기가 흥미를 갖게 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태풍이 일으키는 파도의 장관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윤선도가 짓고 머물며 그 유명한 어부사시사를 썼던 세연정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예쁜 정원을 만들고 이것보다는 작지만 이런 한옥을 지은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