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물 켜기(5)
유니폼이야 모두 같으니 누가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지는 분간하기 힘들었지만 석규의 눈에 그녀는 다른 주유 여직원과 다르게 보였다.
아니 다르게 느껴졌다.
자그마한 키에 하얀 장갑을 끼고 하얀 스포츠화를 신고 있는 그녀는 긴 생머리를 치렁대며 하얀 치아를 살포시 드러내며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석규의 가슴을 뛰게 하였던 것이다.
그녀를 보는 순간 석규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계속 볼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묘책을 떠올리기도 전에 석규의 차는 주유기에 도착하게 되었다.
드디어 석규 차례가 되었다.
그녀가 운전석 옆 창문으로 다가왔다.
“얼마 넣어드릴까요?”
풋풋한 비누 내음이 맡아졌다.
진하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은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비누 내음이었다.
석규는 그런 내음을 좋아했다.
간혹 너무 진하거나 강렬한 향수를 뿌리고 다니는 여성들이 있는데 석규는 그런 여성에게서 우아함을 느끼기보다 천박함을 느꼈다.
“아...”
석규는 원래 5만 원 정도 주유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입에서는 예상하지도 않았던 말이 튀어나왔다.
“1만 원만 넣어주세요.”
석규의 입에서 1만 원이라는 수치가 나오자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1만 원이라구요?”
그녀의 표정은 전혀 이해 못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고객의 요구에 대해 뭐라 할 수 없었기에 주유를 해주었다.
석규는 주유소를 나와 회사까지 가는 내내 그녀만을 생각했다.
회사에서는 중고차이지만 오너 드라이버가 된 석규를 축하해주며 축하주 한 잔 내라며 난리였지만 석규의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그녀를 매일 볼 수 있고 가까워질 수 있을까 하는 묘책을 알아내는 것으로 꽉 차 있었다.
그녀와 가까워지려면 일단 그녀를 자주 보아야 했다.
자주 보면 친근해질 것이고 그때쯤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신청하겠다는 것이 석규의 생각이었다.
일단 그녀를 보고 만나려면 주유소로 가야 했다.
주유소에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무작정 주유소에 가서 멀찌감치에서 우두커니 서서 그녀를 보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렇게 해서는 친해지기는커녕 경계심만 키울 뿐이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석규가 생각해 낸 것은 일단 매일 주유소에 가서 주유를 하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주유하는 양이었는데 그 주유량이 어느 정도 충분한 양이 아니라 최소한 양만 주유하자는 것이었다.
그가 생각해 낸 주유량은 하루에 1만 원의 주유였다.
석규가 출퇴근 거리는 왕복 50km 정도였다.
그 정도 거리면 1일 5L면 충분했고 그 양 만큼만 주유하겠다는 것이 석규의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