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의 소상(5)




민기는 보길도에 들어온 다음날 산책을 끝내고 민박집에 들어와 아침을 먹을 때서야 민박집 여주인으로부터 그 해변이 보길도가 자랑으로 여기는 예송리 해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순수의 세계에 안겨 있으면 욕망이나 고뇌는 봄눈 녹듯이 사라져야 했으나 민기는 여전히 보길도에 들어 올 때와 같이 불안정했으니 그것은 그가 맞이한 배신은 그의 가슴에 깊고 아픈 생채기를 낸 것이었다.

 

강한 바람 한 줄기가 자갈해변을 훑고 지나감과 동시에 바다가 좀 더 큰 몸짓으로 튀어 올랐다.

 

민기는 바람이 점차 기세를 더해가고 있는 것을 느끼며 동시에 이곳은 섬이래서 태풍이 몰아치면 일주일이고 십일이고 언제 뱃길이 열릴지 모른다고 한 민박집 남주인의 말을 떠올렸다.

 

오늘 아침 민박집 거실의 TV에서 북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이 북상하여 모레쯤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에 도착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전할 때 민박집 남주인은 아침을 먹고 있던 민기에게 중요한 정보를 주는 것인 듯 말했다.

 

몇 년전 가을에 몇치잡이를 나갔다가 양망기(그물을 끌어올리는 장치)에 말려 팔을 잃어 노동력을 상실한 후부터 여름 휴가철에 민박을 하여 벌어들인 수입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민박집의 남주인은 휴가철에 보길도에 오는 사람들은 커플이나 가족끼리 혹은 단체가 대부분인데 민기는 혼자 온 데다 옷차림도 여행복 차림이 아니고 소지품도 작은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온 것에 신경이 쓰이는지 수시로 민기 곁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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