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물 켜기(4)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더니 바로 그 꼴이었다.

샤워하고 침대에 누운 석규는 상상의 나래를 폈다.


승용차는 마련했으니 이제는 여자 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석규는 그 여자 친구와 경춘가도를 드라이브하여 닭갈비를 먹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동해에 가서 바다를 본 후 커피 거리에서 마주 앉아 커피를 음미하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캠핑을 가서 차박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석규의 상상은 무한했으며 그 무한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월요일 아침에 승용차를 끌고 나온 석규는 주유소로 향했다.

승용차에는 아직 휘발유가 남아 있었으나 석규는 일부러 주유하고 싶었던 것이다.

석규는 서서히 주유소를 향해 승용차를 몰았다.


석규의 차가 주유소 입구에 접어드는 순간 석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동안 석규가 오가며 보았던 것은 그 주유소에서 주유를 헤주던 사람들은 모두가 남자였다.


그런데 그날 주유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여자였던 것이다.

그것도 나이가 지극한 여자가 아니라 석규와 거의 동년배의 나이인 것으로 보이는 여자들이었다.

그때 석규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국제 유가 폭등을 미소로 서비스하겠습니다


흰 천에 빨강 글씨가 인쇄되어 있는 현수막이 춤을 추듯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아마 주유소 측이 국제 유가 폭등으로 감소할 고객을 잡으려는 영업책 같았다.


한푼이라도 싸게 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얄팍한 술책을 쓰는군.’


주유를 하는 여직원들은 초미니스커트를 입지는 않았으나 무릎은 살짝 넘긴 스커트를 입고 있어 하체의 곡선미가 완연히 드러나 있었다.

주유소 사장의 영업전략이 주효했는지 주유소는 주유하려는 차량으로 밀렸다.

그 주유소가 성황인 것은 맞은 편에 있는 주유소보다 배는 많은 차량이 줄지어 대기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승용차가 주유기에 거의 가까이 가자 석규는 별안간 핸들을 틀어 옆 라인에 승용차를 댔다.

옆 라인 3호 주유기에서 주유하고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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