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의 소상(4) 




관광버스가 광주를 향해 2시간여를 달려가고 있을 때까지만 하여도 민기는 의자를 뒤로 제킨 채 차량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있었으나 광주에 가까워지면서 그는 가식으로 가득한 잿빛 도시가 아닌 그런 곳과는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되었고 그 순간 문득 몇 년 전에 한 친구가 침이 마르도록 과찬을 하던 보길도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렇게 민기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보길도로 흘러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미리 예정하지는 않았지만 평안을 얻기 위해 보길도로 들어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러나 일주일이 되었어도 평안을 얻지 못하고 방황과 갈등은 여전했다.

 

도착한 첫날은 하루 종일을 차와 배에 시달렸기에 민박을 잡자 말자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다음날 아침 아직 여명이 깃들기도 전인 이른 시간에 멀리서 일정한 리듬을 갖고 들려오는 물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을 때 민기는 자신이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있음을 어슴푸레 느꼈고, 민박집을 나서 실타래 같은 안개가 흐르는 섬을 산책하면서 자신이 생소한 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보길도는 친구의 과찬이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풍광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모래로 깔려있는 여느 해변과 달리 아가 주먹보다 작은 동글납작한 자갈돌이 겹겹이 쌓여 길게 누워있어 마치 바닷가 옆에 조금은 투박스런 아스팔트를 깔아 놓은 것 같이 보이는 자갈해변의 오묘함과 경이는 그런 풍광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더욱이 석양 무렵이 지나면 스멀스멀 피어올라 번지며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내는 해무의 조용한 움직임, 그리고 그 해무 사이로 달빛이 고요로이 파고들면 바다와 섬은 세상의 모든 추한 것들과 별리되어 그곳이 절대 오욕에 물들어 있는 사바세계가 아니라는 착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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