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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에세이 - 우리가 함께 쓴 일기와 편지
샬럿 브론테 외 지음, 김자영 외 옮김 / 미행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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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의 소소하고 단란한 일상들. 하워스에서 브론테 자매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드러나있다. 그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 그러면서도 놓지 않는 환상적 세계들이 담겨 있다. 브론테 자매들의 일상이 녹아 있는 더 많은 기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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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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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규율, 규범들은 여성들에게 특히 엄격했다.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종속된 삶을 살았으며 누릴 수 있는 권리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자기 집에서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하고, 자기 유산도 마음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재산도 고모님 아니면 장래 남편이 차지하겠지.

허주은, <사라진 소녀들의 숲>, 창비, 416쪽

<사라진 소녀들의 숲>(창비, 2022)은 조선시대에 공녀로 끌려갈 뻔했던 모든 소녀들의 비극을 미스터리 소설로 풀어냈다. 종사관 민제우는 제주에서 실종된 소녀들을 찾아 떠났다가 행방불명됐다. 그의 딸인 민환이는 아버지의 행방을 알기 위해 제주도로 간다. 사라진 아버지의 자취를 쫓으며 환이는 사라진 소녀들 뒤에 숨겨진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은 조선시대 여성들과 그 가족들에게 닥쳤던 비극을 그려내고 있다. 소녀들의 실종 사건에 단초를 제공한 서현은 납치되어 명나라에 끌려갔었다.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그를 환영하는 사람은 없었다. 서현은 공녀로 끌려갔다가 돌아오더라도 정조를 잃었다며 손가락질 당했던 많은 여성들을 대변한다.

가희는 죄인 백씨의 딸이다. 딸이 공녀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한라산 반대편에서 죄인 백씨는 딸의 얼굴을 난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는 딸의 얼굴에 평생 남을 흉터를 만들었고 마을 사람들은 죄인 백씨의 딸이라서, 얼굴에 흉한 흉터가 있어서 그를 천대했다. 가희는 당시 가부장적인 폭력 밑에서 성장한 잠재력 있는 여성들을 대변한다.

너무도 많은 잠재력을 품고 있지만 자기 아버지가 만든 공포의 우리에 갇혀 성장한 소녀였다.

허주은, <사라진 소녀들의 숲>, 창비, 363쪽

마지막으로 환이. 진실을 찾던 아버지가 살해당한 후 여성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새로운 체제 속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고모는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환이를 매질했으며 나이가 두 배도 더 많은 사람과 결혼시키려고 했다. 환이 역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원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당했다.

조선시대 후기로 갈수록 여성들은 그릇된 성리학의 해석에 갇혀 남성들의 장식품, 마리오네트로 전락했다. 역사 속에서 여성들은 희생자로 등장할 뿐 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자리는 없었다. 그들은 선택당했고 팔려갔으며 목소리를 잃고 스러졌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역사에서 잊힌 소녀들을 흥미로운 스릴러로 등장시켰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곳에서 환이를 따라 실종사건의 증거, 증언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그 소녀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아이들은 문갑에 보관하는 옥 반지, 은 머리 장식, 비단이 아니야.

허주은, <사라진 소녀들의 숲>, 창비, 381쪽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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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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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잎이 아니어도 대단해. 클로버는 햇볕을 많이 받아야 하거든 근데 얘는 응달에서도 이렇게 자랐잖아."

나혜림, 클로버, 창비, 87쪽

할머니와 둘이 사는 정인.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학급에서 놀림을 받는다. "안 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돈이 없어 수학여행도 가지 못한다. 하지만 중학생의 어린 나이에도 아르바이트, 폐지 줍기 등을 하며 생활에 보탬이 되려고 하며 착실하게 자신의 생활을 이어 나간다. 어느 날 정인은 검은 고양이로 변신한 악마를 만난다. 악마는 정인을 유혹한다. "만약에. 그 한마디면 신세계를 맛볼 수 있다." 나이키, 좋아하는 여학생의 마음, 많은 돈 등 악마는 정인의 욕망을 계속해서 건드린다. 정인은 악마의 유혹을 끝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청소년 소설이지만 씁쓸한 현실을 잘 묘사했다고 계속해서 느꼈다. 매정한 현실의 벽 앞에 꿋꿋하게 자기 자신을 지키던 정인은 점차 지쳐간다. 알바로 일하는 햄버거집 사장의 횡포, 할머니의 사고 등으로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간다. 악마는 지칠대로 지친 정인을 지옥으로 데려가 좋은 나이키 신발, 할머니와의 호화로운 식사, 재아와의 진솔한 대화 등 정인이 바라는 일들을 경험하게 해준다.


"할머니가 그랬거든요. 불평하면 지옥이 된다고. 만가지 가능성을 하나하나 따지면서 살 수는 없어요. 하지만 또 어떻게 하나도 안 따지고 살겠어요. 만의 하나, 그리고 그것 때문에 놓칠 구천구백구십구개의 가능성 사이에서 내 식대로 방법을 찾아볼게요."

나혜림, 클로버, 창비, 198쪽


힘든 현실, 악마의 꼬임 때문에 이리저리 흔들리던 정인은 할머니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어렵사리 자기 자신을 다잡는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팔아넘기기보다 '바늘 위에서 춤추기'를 결정했다. 읽으면서 이런 정인의 꿋꿋함과 아직 펼쳐지지 않은 정인의 가능성을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동시에 이미 다 커버린 나도 위로를 받았다. 현실은 소설이 아니다. 동화는 더더욱 아니다. 어떤 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슬프고 괴로운 일이 행복한 일보다 더 많다. 그 가끔 있는 행복한 일 덕분에 인생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가끔 있는 행복한 일들은 정인이 말한 "구천구백구십구개의 가능성"과 통한다. 지금 나는 바늘 끝에 서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아직 구천구백구십구개의 가능성이 놓여져 있다는, 그걸 선택하는 것은 나의 몫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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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의 형제 1 - 맹수의 눈을 지닌 아이 이리의 형제 1
허교범 지음, 산사 그림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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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단은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하유랑시에 오게 된다. 이곳에서 부하를 찾고 먹이를 찾아 스스로 목숨을 늘려야한다. 노단은 도시에 도착한 첫날 축 쳐져 걸어가는 연준을 보게 되고 그를 부하로 삼기로 결심한다. 노단은 부하와 먹이를 찾는 과정에서 도시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던 유랑을 마주친다. 과연 노단은 성공적으로 수명을 연장하고 '그들'의 일원이 될 수 있을까?

제목에도 나타나 있듯이 이 책은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비룡소)'로 유명한 허교범 작가가 쓴 '이리의 형제(창비)' 중 첫 번째 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궁금한 점이 몇 가지 생긴다.

첫째, 이야기의 뒷 내용은 어떻게 흘러갈까? 아버지의 권력에 의지하여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하던 노단은 하유랑시에서 연준을 부하로 맞고 먹이를 찾는다. 순조로워 보이던 노단의 수명 연장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해를 받게 된다. 과연 노단은 목적을 무사히 달성할 수 있을까?

둘째, 이 이야기에서 선과 악은 누구인가? 이야기의 중심 인물은 노단, 연준, 유랑 세 명이다. 책에서는 노단과 유랑의 갈등 구조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노단은 인간의 수명을 취해 '그들'의 일원이 되고자한다. 유랑은 인간의 수명을 취해 자신의 수명을 늘리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떠돌이의 삶을 택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을 해치려는 '그들'과 노단은 악이고 인간과 동화되어 살아가고자 하는 유랑은 선이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노단은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고자 할 뿐이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은 유랑이다. 책을 구성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선과 악을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렵다.

책의 뒷표지에는 "인간과 괴물, 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하는 질문이 나온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뒷 부분과 동시에 책의 중심 인물인 노단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를 생각하다보면 얼른 다음 편을 읽고 싶어진다.


아니, 그건 네가 힘든 원인이 아니다. 성적이란 건 결국 종이에 적힌 숫자인데 종이도 숫자도 사람을 지배하는 힘이 없어. 그 숫자를 가지고 널 괴롭히는 사람이 있어야 힘들 수 있는 거야.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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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어디에나 있어요 - 앤디 워홀과 팝 아트
제프 맥 지음, 양진희 옮김 / 우리들의행성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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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이란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는 거예요. 그것들을 예쁘게 보는 거예요."


예술이란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예술이란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이다. 하지만 예술은 시대, 상황, 심지어는 개인에 따라 그 정의가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역사적으로 가치를 인정 받은 작품만 예술로 인식한다. 어떤 사람은 독창적인 작품 또는 행위만 예술로 인식한다.


이 책에는 앤디 워홀의 간단한 역사와 예술관이 담겨있다. 앤디 워홀은 구두 디자이너로 시작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체들을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반복적으로 찍어냈다. 당시 사람들은 앤디 워홀의 작품이 예술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앤디 워홀에게는 좋아하는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그 자체가 예술이었다.


나는 주변의 사물을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앤디 워홀의 생각에 동의한다. 현대 미술을 보다보면 '저건 나도 하겠다'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작품들이 미술관에 전시되는 이유는 '나도 하겠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예술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뿐만 아니라 만화를 예술로 승화시킨 리히텐슈타인, 기성품을 작품으로 만든 마르셀 뒤샹 등의 예술가들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술가로서 인정을 받게 되었다.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을 나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예술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예술이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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