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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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잎이 아니어도 대단해. 클로버는 햇볕을 많이 받아야 하거든 근데 얘는 응달에서도 이렇게 자랐잖아."

나혜림, 클로버, 창비, 87쪽

할머니와 둘이 사는 정인.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학급에서 놀림을 받는다. "안 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돈이 없어 수학여행도 가지 못한다. 하지만 중학생의 어린 나이에도 아르바이트, 폐지 줍기 등을 하며 생활에 보탬이 되려고 하며 착실하게 자신의 생활을 이어 나간다. 어느 날 정인은 검은 고양이로 변신한 악마를 만난다. 악마는 정인을 유혹한다. "만약에. 그 한마디면 신세계를 맛볼 수 있다." 나이키, 좋아하는 여학생의 마음, 많은 돈 등 악마는 정인의 욕망을 계속해서 건드린다. 정인은 악마의 유혹을 끝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청소년 소설이지만 씁쓸한 현실을 잘 묘사했다고 계속해서 느꼈다. 매정한 현실의 벽 앞에 꿋꿋하게 자기 자신을 지키던 정인은 점차 지쳐간다. 알바로 일하는 햄버거집 사장의 횡포, 할머니의 사고 등으로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간다. 악마는 지칠대로 지친 정인을 지옥으로 데려가 좋은 나이키 신발, 할머니와의 호화로운 식사, 재아와의 진솔한 대화 등 정인이 바라는 일들을 경험하게 해준다.


"할머니가 그랬거든요. 불평하면 지옥이 된다고. 만가지 가능성을 하나하나 따지면서 살 수는 없어요. 하지만 또 어떻게 하나도 안 따지고 살겠어요. 만의 하나, 그리고 그것 때문에 놓칠 구천구백구십구개의 가능성 사이에서 내 식대로 방법을 찾아볼게요."

나혜림, 클로버, 창비, 198쪽


힘든 현실, 악마의 꼬임 때문에 이리저리 흔들리던 정인은 할머니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어렵사리 자기 자신을 다잡는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팔아넘기기보다 '바늘 위에서 춤추기'를 결정했다. 읽으면서 이런 정인의 꿋꿋함과 아직 펼쳐지지 않은 정인의 가능성을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동시에 이미 다 커버린 나도 위로를 받았다. 현실은 소설이 아니다. 동화는 더더욱 아니다. 어떤 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슬프고 괴로운 일이 행복한 일보다 더 많다. 그 가끔 있는 행복한 일 덕분에 인생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가끔 있는 행복한 일들은 정인이 말한 "구천구백구십구개의 가능성"과 통한다. 지금 나는 바늘 끝에 서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아직 구천구백구십구개의 가능성이 놓여져 있다는, 그걸 선택하는 것은 나의 몫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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