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호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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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실이든, 그녀가 온종일 일했기 때문에, 택시를 타지 않고 걸어다녔기 때문에, 내게 윽박지르고 몰아붙였기 때문에, 때리고 실망하고, "유지해" 라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이 동네를 떠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게 되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것으로 밥값을 하게 되었다. 박윤보와 같은 남자들을 만나고 얼마든지 그들을 떠나고 다시 만나고 잊었다. 그런 사람으로 자랐다. 나만은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살게 되었다. 살고 있다. 그래. 정말로 안다. 사실 박윤보는 나의 인생, 나의 삶, 나의 미래를 자신의 무엇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 그래서 나의 웃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둘 수 있었던 거라는 것. - P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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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호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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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나는 대답했다.
"걔는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참...… 시시하지?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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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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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신이 죽음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 죽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바뀌지도 않고, 손에 쥘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나는 평생 전진한 끝에 지금 이 자리에 왔다. 인간의 목소리를 가졌으니 그 나머지까지 가져보자. 나는 찰랑거리는 사발을 입술에 대고 마신다.
- P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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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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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무도 아닌 존재로 지내느니 신들에게 저주받는 쪽을 택했을 겁니다. 아버지가 전쟁이 끝난 뒤에 집으로 돌아오셨다면 구혼자들은 찾아올 일이 없었겠죠. 제 어머니의 삶은 그렇게 망가지지 않았을 테고요. 제 삶도, 아버지는 저희와 집이 그리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지만 거짓말이었어요. 이타케에 돌아온 뒤로는 만족을 모르고 항상 수평선만 바라보셨으니 말이죠. 일단 우리를 손에 넣고 나니까 다른 걸 갖고 싶으셨던 거예요. 그게 끔찍한 인생이 아니면 뭡니까? 사람들을 꼬드겨놓고 내팽개친 게 아닙니까."
나는 그게 아니라고 얘기하려고 입을 벌렸다. 하지만 그의 곁에 누워 있으면서도, 페넬로페를 생각하는 그 때문에 가슴이 시렸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건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 텔레마코스는 그런 호사를 누리지 못했다.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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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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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에게 돼지에 대해 물었던 그날 저녁이 생각났다. "얘기해주세요." 그가 말했다. "벌을 받아 마땅한 남자인지그렇지 않은 남자인지는 어떤 식으로 결정하십니까? 이 심장은 썩었고 다른 심장은 괜찮다는 걸 무슨 수로 확신하십니까? 잘못 판단했으면 어쩌고요?"
그날 저녁 나는 포도주와 장작불 덕분에 따뜻했고 쏟아지는 그의 관심에 기분이 좋았다. "한배에 타고 있는 선원들을 예로 들어보자." 내가 말했다. "개중에는 남들보다 악질인 인간이 몇 명 있겠지. 일부는 겁탈과 해적질에 희열을 느끼는가 하면 그 나머지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신출내기일 테고, 일부는 가족들이 굶어죽어가고 있지않은 이상 도둑질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을 테지. 일부는 나중에 수치심을 느낄 테고, 일부는 선장이 시키기 때문에, 많은 인원 속에 숨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짓을 저지를 테고"
"그러니까요." 그가 말했다. "누구를 변신시키고 누구는 그냥 둡니까?"
"나는 모두를 변신시킨다." 내가 말했다. "그들 쪽에서 내 집을 찾아왔지 않느냐. 내가 왜 그들의 마음을 신경써야 하느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잔을 들었다. "당신과 저는 생각이 같군요."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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