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아무도 아닌 존재로 지내느니 신들에게 저주받는 쪽을 택했을 겁니다. 아버지가 전쟁이 끝난 뒤에 집으로 돌아오셨다면 구혼자들은 찾아올 일이 없었겠죠. 제 어머니의 삶은 그렇게 망가지지 않았을 테고요. 제 삶도, 아버지는 저희와 집이 그리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지만 거짓말이었어요. 이타케에 돌아온 뒤로는 만족을 모르고 항상 수평선만 바라보셨으니 말이죠. 일단 우리를 손에 넣고 나니까 다른 걸 갖고 싶으셨던 거예요. 그게 끔찍한 인생이 아니면 뭡니까? 사람들을 꼬드겨놓고 내팽개친 게 아닙니까."
나는 그게 아니라고 얘기하려고 입을 벌렸다. 하지만 그의 곁에 누워 있으면서도, 페넬로페를 생각하는 그 때문에 가슴이 시렸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건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 텔레마코스는 그런 호사를 누리지 못했다. - P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