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는 아버지의 병자성사를 해야 하니 자리를 비워야 한다고 말했지요. 그때, 엄마와 언니와 함께 복도로 나오면서 저는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엄마는 저를 달랬지만 저는 슬픔 때문에 울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그때 느꼈던 감정은 굴욕뿐이었어요.
평생 자기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던 사람이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누워 누군가에 의해 수동적으로 ‘다뤄지는‘ 모습을 본 충격. 아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가족인 우리를 자리에서 쫓아내고 아빠의 삶을 ‘정리‘ 하겠다고 하는 모습이 저에게 굴욕감을 줬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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