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폭력을 가능케 하는 이런 여성의 목소리에 대한 무시는 폭력 이후의 무시, 즉 여성이 경찰이나 대학 당국이나 가족이나 교회나 법정을 찾아가거나 강간 검사를 받고자 병원에 찾아갔을 때 외면과 모멸과 비난과 망신과 불신을 받는 것과 뗄 수 없는 일이다. 둘 다 한 사람이 사회에서 누려야 마땅한 온전한 인간성과 구성원 자격을 공격하는 일이고, 후자의 영역에서 그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 전자의 일을 가능케 한다. 성폭력은 가청성, 신뢰성,
영향력이 불평등한 상황에서만 활개 칠 수 있다. 다른 어떤 불균형보다도 바로 이 불균형이 젠더폭력이라는 전염병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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