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실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되고 마는 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P236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 역시 기만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들도 저의 수많은 모습 중에서 자기들 입맛에 맞는 것들만 모아 저라는 이미지를 만들었으니까요.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척척 맞겠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그것은 기만입니다. 실제의 제 삶은 앞뒤가 척척 맞아떨어지지 않거든요. 제가 선택한 제가 그럴싸한 이야기였듯이 선생님이 분석한 저 역시 또다른 그럴싸한 이야기겠지요. <사건의 결말> 제작진이 편집한 저 역시 하나의 이야기이고요. 그러나 아시겠지만, 저는 그 어떤 이야기도 아니에요. 저는 혼돈 그 자체입니다. 카오스 그 자체예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습니다. - P69
언제 도망쳐야 하냐고 묻는다면, 내 빠른 판단 기준으론 이렇다. 아픈데 미련하게 견디고 있을 때, 자존감이 무너지는데 그냥 내버려 두고 있을 때, 자유롭지 못한데 참아 내고 있을 때. 이런 상태에선 하루라도 빨리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 중간에 잡히지 않으려면, 뒤돌아보지 말고 냅다 뛰어야 한다. 아! 동전의 양면처럼, 나약한 도망은 용감한 탈출이 되기도 하는구나. - P165
축제, 행진, 시위, 혁명. 죽을 걱정 없이,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나란히 평화롭게 걸을 수 있는 세상. 그것이 곧 민주주의 아니겠는가. - P37
우리 눈은 총알처럼 빠른 것을 보지 못한다. 나무의 성장처럼 느린 것도 보지 못한다. 박테리아처럼 미세한 것도, 우주처럼 광활한 것도 보지 못한다. 코앞으로 다가온 미래의 시간도, 바로 곁에 있는 이의 마음도 보지 못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이 본 것이 전부이며 자신이 아는것이 가장 옳다고 쉽게 믿어버린다. - 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