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뿐 아니라 같이 사는 친구끼리의 싸움도 꼭 칼로 물 베기 같다. 우리는 언제 싸웠나 싶게 다시 사이좋게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칼로 물을 베는 그 몸짓으로 해소되는 부분이 있다.
이 싸움의 목적이 뭔지 생각해본다. 나의 가장 잘 드는 무기를 찾아 쥐고 한 번에 숨통이 끊어지게 적의 급소에 꽂는 것인가?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흠씬 두들겨 패서 밟아버리는 것인가?
함께 사는 사람,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과의 싸움은 잊어버리기 위한 싸움이다. 삽을 들고 감정의 물길을 판 다음 잘 흘려 보내기 위한 싸움이다. 제자리로 잘 돌아오기 위한 싸움이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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