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했던 정다운 것들과 현명하게 멀어지는 방법을 이젠 내가 아빠에게 가르쳐줄 차례인것 같은데. 그 방법이 도대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빠 역시 때로는 전혀 모르는 것들을 배워야 했겠지. 지금보다 젊고 건강했던 어느 날의 아빠가 나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기 위해 애쓰던 모습을 떠올려본다. 칠성사이다 페트병으로 물로켓을 만드는 방법, 흔들리는앞니를 빼는 방법, 경매에 넘어간 전셋집에서 쫓겨나지 않는 방법…. 그때는 아빠니까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았음을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 P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