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은 장미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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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무슨 거짓말을 했을까. 와인을 좋아한다는 말은 대체 언제 내뱉은 것일까. 상대의 질문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했을 때 나는 대체로 불분명한 어조로 예스라고 얼버무리곤 했다. 노라고 대꾸하면 대화가 복잡해지기 때문이었다. 마마두가 뭔가 물었을 때 잘 알아듣지 못해서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 적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 대화를 할 때의 나는 아무도 아니었다. 그때의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익명성과 일회성의 태도, 깊이 없는 친절, 단답형 문장들, 그리고 여름 시즌 동안만 유효한 임시 신분이었다. 하지만 마마두는 그런 나의 말들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 P116

마마두를 검색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마마두들의 국적과 언어, 그리고 마마두는 마호메트이고 그들의 나라에서는 가장 흔한 이름이라는 것 정도이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 반찬의 이름은 반찬, 마마두의 이름은 마마두 나는 여전히 미래에 대해 아무런 상상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작가 마마두가 나무배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로 가서 뜨거운 소금을 검은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을 때 그 푸른 하늘과 호수의 장밋빛이 얼마나 아름다울지를 상상해본다. 누군가의 왜곡된 히스토리는 장밋빛으로 시작한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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