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집에서 아주 오래 살았다. 그래서 작은 집과 나는 점차 서로에게 작아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집 안에 거의 아무것도 없었고 그래서 넓게 느껴졌지만, 마지막에는 책이며 침대 밑에 처박아둔 종이 상자가 어찌나 많았는지 비좁게 느껴졌다. 기억 속에서 집은 앵무조개의 진줏빛 껍데기처럼 윤기 났던 것 같다. 나는 유난히 아름다운 그 은신처에 기어들어간 소라게였고, 소라게가 으레 그러듯이 결국에는 집보다 몸이 커졌다. - P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