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면 우리를 구해줄 장소로 갈 수 있는 열쇠가 될래, 아니면 우리의 적을 쳐부수는 무기가 될래?"
"나는 진짜 소녀가 될래. 원래 그랬던 것처럼." 펄이 무심하게말했다.
놀이를 하면 다시 진짜 소녀가 된 기분이 들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나조차 자신이 없었다. 나치가 우리에게 매긴 번호는 생명을 못 알아보게 만들었는데, 어둠 속에서는 그 숫자밖에 안 보였고, 더욱 안 좋은 점은 숫자를 좀더 참을 만한 것으로, 덜 혹독한 것으로, 덜 우울한 것으로 보이게 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내 숫자는 번지고 흐릿해져 있었다. 내가 때리고 침을 뱉었기 때문이다. 숫자는 틀림없이 나를 구속할 거였다. 흐릿해졌어도 여전히 숫자였다. 펄도 번호가 매겨졌고 나는 그게 내 것보다 훨씬 미웠다. 왜냐하면 숫자는 우리가 별개의 사람이라는 걸 나타냈고,
별개의 사람이라는 것은 헤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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