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미영은 말했다. 이미 떨어져 더러워진 것들 중에 그래도 먹을 만한 걸 골라 오물을 털어내고 입에 넣는 일, 어쨌든 그것 가운데 그래도 각자가 보기에 좀 나아 보이는 것을 먹는 일, 그게 어른의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건 말하자면, 잊는 것일까. 내 아버지는 그것이 인생의 비결이라고 말했는데. 내게는 이상한 기억이 있었거든. 어머니가 아기를 던져, 우리는 벽에 등을 대고 앉아 있었는데 어머니가 품에 안은 아기를 몇번 어르다가 그 애를 던졌어. 아기가 바닥에 깔린 담요 위로 쿵 떨어졌어. 내가 그걸 봤어. 너무 이상한 기억이라서 어릴 때 꿈이나 상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몇해 전에 아버지에게 그런 기억이 있다고 말했더니 아버지가 한숨을 쉬는 거야, 니 엄마가 걔만 던졌냐. 너도 던지고 니 동생도 던지고 누구도 던지고....… 나는 그래서 내 어머니가 그런 일을 저지른 사람이라는 걸 알았고 내 아버지가 그걸 다 알면서도 우리 자매를 어머니 옆에 장치했다는 걸 알았어. - P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