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흑인 범죄가 발생하면 흑인들이 집단적으로 반응한다. 강남역 사건에는 한국 여성들이 집단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공포를 느꼈고 분노했고 집단적으로 항의에 나섰다. 이걸 두고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문제를 읽어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어떤 말로 이 사건을 규정하건 수많은 여성들이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 그 저변에 깔려 있는 공포와 분노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피해자가 속한 집단 전체에 가해진 충격과 공포는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라는 말로 정확하게 표현되었으며, 여성혐오라는 문제가 의제화되기 시작했다. 여성들이 보여주는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반응은 한국 여성들이 그동안 차별받고 억압받아왔으며 ‘소수자로서 집단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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