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니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꽤 인기를 얻었던 장르였다. 렘브란트와 프란스 할스를 비롯해 여러 화가가 트로니를 남겼다. 인물의 표정과 얼굴, 헤어스타일 등을 집중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트로니 속 주인공은 독특한 표정, 우스꽝스럽거나 냉소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이국적인 의상을 입고 있기도 하다. 프란스 할스는 집시 처녀의 트로니를 그렸다. <진주 귀고리 소녀>에서 그림 속 모델이 터키풍의 터번을 두르고 있는 것은 (이슬람 문화에서도 터번은 남자만이 쓰는 두건이다) 이 그림이 초상이 아니라 트로니임을 분명히 해주는 증거다. 초상이었다면 처녀가 이렇게 뜻 모를 터번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몸을 옆으로 앉은 상태에서 얼굴만 돌려 정면을 바라보는 포즈도 초상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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